“한국 불교는 현재 막바지에 다다랐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향후 10년 이내에 한국불교는 망할지도 모릅니다. 새로운 종단을 만드는 정도의 변혁을 이루고 새로운 신행모델을 만들어야 위기를 극복하고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1600년 한국불교 역사에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제는 한계에 도달해 존폐기로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참여불교재가연대(상임대표 김동건) 창립 10주년을 맞아 8월 14일 열린 평가토론회 ‘신대승불교운동 10년의 성찰과 새로운 모색’에서 서강대 박광서, 조성택 교수, 정웅기 처장 등은 한국불교 현실은 한마디로 ‘절망적’이라는 것이다.

“수십 년 수행 출가자 신경질적이라면 차라리 수행 그만두라”

박광서 교수는 “한국 불교의 현실은 재가와 출가를 나누어 화합하지 못하고 있다”며 “재가자의 역할이 늘어나고 있지만 출가자들은 ‘수행도 하지 않는 재가자들’이라는 표현으로 재가자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수행은 수행을 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수행의 결과로 말해야 한다”며 “수십 년을 수행했다는 출가자들이 재가자들보다 더 신경질적이라면 그런 수행은 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또 “출가와 재가 간에 반목이 심해지고 불교의 위기를 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지만 교단은 위기의식과 개혁의지를 찾아 볼 수 없다”며 “이대로 간다면 불교는 절망적”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신행활동을 위해 불자들을 교육시키는 과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박 교수는 “교육기간은 3개월 이내로 하고 교육후 수계를 통해 소속감을 높이고 이후에 수행을 지도하는 것이 좋을 것”이고 제안했다.

박 교수는 “사찰 불사를 행함에 있어서도 목적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도심의 요충지에 지역 주민들의 성향, 관심사 등을 면밀히 조사해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사찰을 짓고 운영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가자가 승려처럼 수행-활동하는 재가중심 불교가 대안”

토론자로 나선 고려대 조성택 교수도 한국불교 현실은 위기라는데 동의하며 “조계종단이 살아남을 수 있는가라는 문제는 실제적이고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조선시대 불교가 억압받았다고 하지만 성종때 기록을 보면 승려의 숫자는 10만 명에 달했다”고 밝힌 조 교수는 “조선말에 6천명으로 줄어들어 인구비례로 본다면 현재 승려는 조선말 이후 제자리걸음 수준”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또 “한국의 승려들을 보면 종교지도자로서 납득할만한 기본 소양이 전혀 없다”며 “교단의 문제로만 여기지 말고 불교전체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 교수는 “출가와 재가를 구분하지 않고 동반자적 위치에서 근대적 요구에 부합한 종교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승려는 출가자라는 도식을 버려야 한다”며 “만해의 대처는 승려가 결혼을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재가자가 승려처럼 수행하고 활동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하며 재가 중심의 불교를 표방했다.

“출가자 배제 경향도 문제…출재가 뛰어넘는 새 가치 모색을”

재가연대 정웅기 협동사무처장은 “불교가 이상적으로 삼고 있는 조직모델은 승가로서 매달 자자와 포살을 통해 혁신을 일상화 했다”며 “그 안에 재가가 들어가느냐 아니냐의 여부를 떠나 인류가 이상으로 삼을만한 공동체 모델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 처장은 “안타깝게도 한국의 출가 교단은 승가로서의 공동체성이 급격히 퇴조하면서 본연의 결사적 성격보다는 조합적 성격으로 후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가 조직 또한 근본적인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정 처장은 “한국의 재가 조직들은 승가가 준 영감을 받아 안지도 그렇다고 민주주의 강화라는 사회조직 일반의 흐름도 따라잡지 못한 어정쩡한 상태를 지속해왔다”고 지적했다.

정 처장은 “재가자들 중에서도 출가자를 배제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출·재가를 뛰어 넘는 새로운 가치를 모색해야 할 때”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