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2일, 비와 햇살이 번갈아가며 내리던 날 백담사 만해마을 ‘님의 침묵 광장’에서는 만해축전의 하이라이트인 만해상 시상식이 열렸다. 전날 밤 내린 폭우로 인해 여느 해보다는 참가인원이 1천여 명 수준으로 많이 줄어들었지만, 해마다 세계적 축전으로 자리매김 해가고 있는 행사인 만큼 VIP들의 참가는 여전했다.
오후 5시, 웅장하게 마을을 울리는 범종음과 함께 시상식이 시작됐다. 박삼래 인제군수가 전국에서, 멀게는 외국에서 인제를 찾아온 손님들에 대해 환영사를 했다. 박 군수는 “민족의 스승이신 만해 한용운 선사의 삶을 조명하는 거룩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인제군은 매우 큰 축복을 받은 곳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오현 큰스님을 비롯해 만해축전을 위해 높은 뜻을 모아주시는 분들게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오늘의 수상자들은 인간이 지닌 한계를 극복하도록 노력하면서 순수한 예술혼으로 인류의 밝은 내일을 위한 햇불을 밝히고 만해 한용운 선사의 뜨거운 인류애를 형상화시키는데 크게 기여해주시지 않았다 생각한다”고 축하했다.
이어 이번 축전의 대회장을 맡고 있는 김진선 강원도지사는 6명의 만해대상 수상자들에게 축하를 보낸 후 자신이 만해선사를 알게 되고, 공부하고,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삼게 된 이야기를 소개했다. 김 지사는 “도지사의 임기가 올해로 만료됨에 따라 올 대회사가 만해축전 대회장으로서 고별사가 된다”며 “어느 곳, 어느 자리에 있든 만해 한용운 대선사의 유지를 기리고 계승하는데 힘을 보탤 것”이라고 다짐했다.
정부를 대표해 참석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어려운 시기를 맞이한 우리에게 만해선사님의 정신과 행적은 희망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선사님의 선각적 불교 및 애국사상과 문학정신이 우리 사회와 지구촌에 널리 알려져 어둠을 밝히는 환한 등불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만해선사님이 당시 우리나라가 처혔던 어려운 상황에서 생각하고 고민하고 꿈 꾸셨던 일들을 다 이루지는 못하고 타계하셨지만, 아마 지금 계신 세상에서 나머지 못다한 일을 다 이루고 계실 것”이라며 “오늘 이 자리도 그런 만해선사의 뜻이 아닐까 생각된다”며 “그러므로 선사께서는 돌아가셨으나 살아계신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해사상실천선양회 총재 지관 스님(조계종 총무원장)은 법어를 통해 “동방의 빛나던 금수강산이 먹구름에 덥혀 신음하던 시절! 애민중생과 파사현정의 두 날개를 펄럭이며, 한결같이 세간을 애호하던 만해 스님의 그 마음이 이제는 그 이름 그대로 오대양육대주, 즉 만인의 바다로 확장되어 가고 있다”며 “십여년을 넘어 이어온 이 축전의 공덕이 그래서 매우 의미 있고 대단하다”고 치하했다. 스님은 이어 “억압받는 여성과 어린이 등 그들의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해 앞장서 온 시린 에바디 변호사님, 민주화와 인간해방운동에 헌신하신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이자 모든 노동자의 어머니이신 이소선 여사님, 한국 근대시의 여정과 미적 경계를 치밀하게 탐색하며 근대의 풍랑 속에서 부침하며 견뎌온 숭고한 휴머니티를 위해 꾸준한 비평활동과 연구에 매진해 오신 김용직 명예교수님, 한국인의 문학적 감수성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자연과 인간이 차별 없이 교감하는 보편적이면서도 존엄한 인간의 행위를 추적하며 문학을 통해 생태주의적 사유를 실천하고 계시는 로버트 하스님, 영미시와 시론을 국내에 폭넓게 번역 소개하는 한편 한국 현대시를 영역하여 세계에 널리 알림으로써 인간이 공유할 수 있는 미덕의 무한지평을 보여주시고 있는 시인 김종길 명예교수님, 세계 최대최고의 불교전문 인터넷 웹사이트 ‘붓다넷’을 운영하며 정법의 연대를 실질적으로 수행해온 빤냐와로 스님, 열세 번째 만해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 여섯분께 진심으로 축하와 격려의 마음을 보낸다”고 말했다.
햇볕이 났다가, 이내 비가 내리고, 흐렸다가, 개고, 햇볕과 비가 동시에 내리기도 하는 등 시종일관 변화무쌍해 마치 자연이 보여주는 오케스트라 연주와 같은 날씨 속에 진행된 이날 축전 시상식은 이어 각 수상자들에 대한 상패 및 상금, 메달, 화환증정 순으로 이어졌다.
수상자들은 한결같이 영광스런 수상에 감격한 듯, 자신이 해오고 있는 일들과 이 상을 받은 이후의 계획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때론 연설처럼, 때론 강의처럼, 때론 호소와 독백처럼, 때론 훈장님의 훈화처럼 이어진 수상자들의 수상소감에 참석자들은 시종 열띤 호응과 환호를 보내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들었다.
“만해대상 수상은 이란의 모든 사람들에게 격려와 사랑의 메시지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런 기회를 통해 세계가 여전히 이란의 심각한 인권상황에 대해 무심하지 않고 있음을 알 게될 것이기 때문이다.”
평화부문 수상자인 시린 에바디 변호사는 수상소감의 서두를 이렇게 시작했다. 그는 또 “이번 만해대상 평화상 수상으로 강제로 폐쇄된 인권운동가협회 사무소가 다시 문을 열 수 있게 되길 희망한다”며 “베푸는 사람이 됩시다, 태양처럼. 우애를 퍼뜨립시다, 바람처럼. 무지와 편견에 대해 열렬히 화를 냅시다, 불과 같이. 사랑의 씨앗을 마음속에 자라게 합시다, 땅과 같이. 그리고 서로에게 친절합시다,”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2시간 반에 걸친 만해대상 시상식이 끝난 후 참석자들은 만찬장으로 향해 만해마을이 주선한 맛난 음식을 나눠먹으며 축하와 기쁨을 함께 나눴다. 모처럼 만나는 격려와 배려, 축하와 감사가 한 데 어우러진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한편 입재식과 만해대상 시상식에 앞서 만해축전 첫 날인 11일 유심작품상 시상식이 개최됐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특별상에 김재홍(경희대 교수) 평론가가, 시 부문에 유안진(서울대 명예교수) 시인이, 시조부문에 백이운 시인이, 평론부문에 박찬일 평론가가 각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