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원 집행부의 유고사태라는 초유의 상황을 맞이한 태고종에 물리적 충돌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보우승가회 회원 몇몇이 종단 집행부를 자처하면서 총무원이 입주해 있는 한국불교전통문화전승관을 장악하고 있고, 따라서 중앙종회의 합법적 결의에 의해 구성된 종무인수위원회가 총무원 접수를 강행할 경우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여러 문제가 있겠지만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총무원 집행부의 자격이 있다고 믿는 보우승가회 일부 회원들의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다. 그들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이미 사퇴가 결정된 운산 총무원장의 임기가 끝나는 11월 9일까지 집행부의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그런 주장은 어불성설에 가깝다.

총무원법 제3조 임면사항 1항의 ‘실장 부장은 총무원장이 임명하여 중앙종회의 인준을 받는다’는 규정에 의해, 인준을 받지 못한 그들은 더 이상 실장과 부장의 자격이 없다. 행정부원장의 자격도 중앙종회법 제86조 3항에 의거해 없다고 봐야 옳다. 중앙종회법 제86조 3항의 ‘서면으로 결의된 의안은 다음 종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을 충족시키지 못했으므로 그 역시 이미 행정부원장이 아니다.

더더군다나, 그들에게 임명장을 주었던 총무원장이 종단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지 않았는가. 이것은 그들이 발을 딛고 선 디딤돌이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주장의 근거가 없어진 것이다. 특히 중앙종회의 결의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은 종도들의 대의기관을 부정하겠다는 행위로 법적으로도 심각한 문제가 된다.

법적인 문제를 따지지 않더라도 보우승가회는 종도들의 마음을 얻는데 실패했다. 중앙종회에서 보우승가회측 입장을 지지하는 한 두 종회의원이 있기는 했지만, 절대다수의 종회의원들이 보우승가회 회원들로 구성된 총무원 집행부를 불신임하는데 동참했다.

이렇듯 종도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 그들이 총무원 청사를 물리력으로 차지하고 있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지금이라도 중앙종회의 결의사항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지난 4개월간 자신들이 한 일에 대해 왜 종도들이 지지를 보내주지 않았는가를 반성해야 한다.

확인한 바에 따르면, 총무원의 일반직 종무원들도 대부분 청사를 빠져나갔다. 이들은 총무원의 실무자들로서 종단의 흐름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들일 것이다. 이들이 왜 총무원 집행부를 자처하는 몇몇 보우승가회 회원들과 함께 하지 않았는지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법으로 보나, 종도들의 여론으로 보나 보우승가회는 이번 경쟁에서 완벽하게 졌다는 점을 인정하고, 깨끗이 물러나야 한다. 경쟁에서든 싸움에서든 졌으면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현재의 분위기는 억지나 물리력으로 되돌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분규가 잦았던 조계종의 선례를 살펴보면, 입법부인 중앙종회의 결의는 사회법에서도 가장 중요한 근거로 인정받는다. 어느 곳을 살펴봐도 보우승가회가 명분과 정당성을 갖기는 어렵게 되어 있는 것이다.

혹시라도 애종심이 남아 있다면 이쯤에서 종도들에 대해 진솔한 참회와 반성을 하고, 종무인수위원회에 최대한 협조를 하며, 종무조사에도 적극적으로 응해야 한다. 그래야 정상도 참작되고, 애종심의 취지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9000여명에 이르는 종도들과 대적하겠다는 것은 바른 판단이 아니다. 백번 양보해서 스스로 정당성을 갖고 있다고 해도, 대다수 종도들의 마음을 잃었다면 물러나야 옳다. 만에 하나, 물리적 충돌로 인하여 대외적으로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거나, 경찰력이나 집달리 등 공권력에 의해 총무원에서 끌려나오는 경우까지 사태를 악화시킨다면 보우승가회는 존립의 근거까지 잃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