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가 일제강점기 항일독립운동의 첨병에 섰음을 가늠케 하는 자료가 발굴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천년 고찰인 은평구 진관사(주지 계호)에서 칠성전 해체복원 과정 중 5월 26일 오전 9시경 독립신문, 신대한, 조선독립신문, 자유신종보 등 독립운동 관련 신문자료와 이를 감싼 태극기가 발견된 것이다.

진관사는 그동안 발굴자료를 전문가들에게 조사토록 의뢰하고 8월 11일 그 결과를 일반에 공개하는 설명회를 마련했다.

이날 자료에 대해 설명한 독립기념관 독립운동연구소 김주용 연구원은 “이번에 발굴된 독립운동 관련 자료들을 통해 진관사가 독립운동에 크게 기여한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주용 연구원은 “발굴된 자료 중 태극기는 3‧1운동당시 사용된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으나 크기를 보면 개인이 사용하기에는 적당치 않고 독립단체 등에서 사용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국대 역사교육과 한철호 교수는 의견서에서 “태극기가 감싸고 있던 신문들이 발행된 연도를 보면 1919년으로 3‧1운동 후 불교계 인사나 진관사 관련인물이 상해임시정부를 방문해 가져왔을 가능성이 크다”며 “당시 제작 사용된 태극기가 많아 태극기 연구에 중욕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국대학교 문명대 교수는 “발굴된 자료들은 사료적 가치뿐만 아니라 문화재적 가치도 대단하다”며 “지정문화재로 지정해도 손색없을 정도”라고 평가했다.

발견된 태극기는 임시정부의 기관지인 독립신문과 함께 발견된 것으로 이 신문에는 태극기라는 시가 게재되어 관련학자들은 대부분 이번에 발견된 태극기와 상해임시정부 그리고 독립신문이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태극기와 함께 발견된 신문들의 희귀성 또한 주목할 만한 사항으로 자유신종보는 국내에서 처음 공개되는 자료로 제4호, 제7호, 제12호 등 총 3점이 발견됐으며 단재 신채호가 창간한 신대한은 중국에서 제17호와 제18호가 발견된 적은 있으나 제1호와 제2호, 제3호 등 3점은 처음으로 발견됐다.

한편 이번에 발견된 자료들이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점은 불교계와 진관사, 그리고 독립운동을 전개한 스님들의 행적까지 짐작해볼 수 있다는 점이다.

독립기념관 김용달 수석연구원과 부천대 김광식 교수는 당시 진관사와 마포포교당에 주석했던 백초월 스님과 신상완 스님과의 연관성을 주장했다.

김용달 연구원은 “신상완 스님은 독립운동 자금을 모아 임시정부에 전달하는 임무를 띠고 1919년 7월 과 1920년 2월 국내로 파견됐다”며 “1920년 4월에 피체되어 5년의 옥고를 치렀다”고 말했다.

김용달 연구원은 또 “백초월 스님은 상해 임시정부에서 국내로 파견된 신상완 스님을 만나 연계하여 활동한 것으로 추측되며 그런 증거는 이번에 발견, 공개되는 자료가 1919년 6월과 12월 등 시차를 두고 생산된 것이 함께 발견된 사실로도 짐작할 수 있다”며 “이는 신상완 스님이 1차로 국내에 파견된 1919년 7월경과 2차로 국내에 파견된 1920년 2월이라는 시차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용달 연구원은 “이 자료들을 신상완 스님으로부터 전달 받은 백초월 스님이 보관하다가 진관사 칠성각 벽면에 비장한 채 1944년 옥중에서 입적함으로써 그 존재를 모르다 이번에 보수 공사 중 발견된 것”이라고 추정했다.

계호 스님은 “독립운동 신문자료와 태극기 등이 사찰에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자료들은 일반인이 쉽게 접하기 힘든 자료들”이라며 “불교계의 독립운동과 진관사의 역할에 대한 역사적 재조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3‧1운동 당시 태극기 및 여러 종류의 독립신문은 진관사를 비롯한 불교계의 독립운동을 웅변하는 매우 귀중한 사료로, 앞으로 독립운동사 연구 발전은 물론 불자들은 물론 국민의 자긍심 고취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