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 감동, 행복을 느낀 2박 3일이었습니다.”

한문학당 개설 10주년을 기념해 한문학당 졸업생을 위한 축제 ‘친구야 반갑다’가 지난 7월 31일부터 8월 2일까지 2박3일간 해남 땅끝마을 미황사(주지 금강 스님)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이번 졸업생, 학부모, 사찰관계자 등 모두가 감동하고, 행복을 느낀 행사로 치러졌다.

지난 2000년부터 2009년 1월까지 졸업생은 모두 1050명. 이번 행사는 중복해서 온 아이를 감안하면 약 800명에 이르는 한문학당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한 모교방문, 즉 홈카밍 행사였다. 이번 행사에는 200명의 졸업생들이 동참했다. 졸업생의 25%가 홈카밍 행사에 참석한 것이니, 그 숫자가 놀랍다. 일반적으로 홈카밍 행사의 참가율은 10%를 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아이들은 함께 한문을 공부했던 옛 도반(친구)들을 만난다는 꿈에 며칠 전부터 미황사 홈페이지를 통해 참석여부를 묻고, 서로의 안부를 전하는 등 한껏 부푼 시간을 보냈다. 대학생이 된 어엿한 청년 졸업생들 20여 명은 미리 내려와 행사준비를 도왔다. 이들은 어린 후배들의 인솔교사 역할을 겸했다. 이들의 도움이 이번 행사의 성공에 큰 역할을 담당했다.

이렇게 시작된 2박3일간의 ‘한문학당의 10년 결산 축제’는 한문학당을 처음 구상하고 개설하여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던 금강스님에게 잊지 못할 감동의 시간이었다.

“보람을 느낍니다. 거의 천명에 육박하는 어린이들에게 작게는 한문의 즐거움을 주고, 크게는 불교와 우리문화의 소중함을 안겨주었다는 것, 그리고 이들이 장차 나라와 우리의 전통문화, 또 이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문화창달의 주역으로 성장할 자양분을 제공해왔다는 점에서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금강 스님은 한문학당 10년 축제에 대한 감회를 이렇게 설명했다.

“사실 한문학당은 건강하게 세상을 살아갈 아이들을 위한 특별한 여름 행사입니다. 병풍같은 달마산과 황홀한 저녁노을 풍경소리, 향기로운 차와 아침숲길 명상, 숲체험과 땅끝마을 바다체험은 어린이들에게 최상의 교육소재이자 선물이지요. 오직 이것만으로도 아이들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문 몇 자 배우는 것이 다였다면, 미황사 한문학당의 오늘은 없었을 것입니다.”

금강 스님은 이번 행사를 위해 그 바쁜 일정을 쪼개고 또 쪼갰다. 분초를 갈라 사용하는 스님이기에 주위에서는 스케줄을 관리할 인력이 따로 하나 붙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지만 한문학당 10주년 행사에 대한 스님의 열의와 정성은 대단한 것이었다. 그렇게 준비한 한문학당 10년 축제. 7월 31일, 졸업생들이 미황사로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래도 스님은 좀 더 치밀하게 행사준비를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 놓는다.

첫날, 길게는 10년, 짧게는 7개월 만에 다시 찾아온 미황사에 아이들은 감동의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예전과 달라진 미황사, 새로이 지어진 전각, 담장에 자란 풀 등등. 아이들은 옛 모교 미황사에 도착하자마자 도량 곳곳을 살피며 돌아다녔다. 아이들은 발길 가는 곳마다 멈춰 서서는 행복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언제든지 그리움이 사무치면 엄마의 품처럼 찾아올 제2의 고향이라는 생각으로 마냥 행복에 취했다.

오랜 시간 차를 타고 왔을 아이들은 지친 기색도 없이 자율적으로 행사에 참가했다. 스님이 손수 아이의 손에 묶어주시는 오색실에, 아이들은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는 생각에 즐거워했다.

아름다운 저녁노을 속에 열린 음악회. 포크 가수 박강수씨의 노래에 이어 양진산(초6) 동문의 피아노 연주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이어 등불을 들고 경내를 돌며 '관세음보살'을 염송할 때 누구랄 것도 없이 눈가에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이들은, 또 아이들과 함께 10년 축제에 참석한 부모님들은 '참 행복하다'는 저마다 감동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렇게 첫날 저녁은 참가자들이 하나로 물드는 시간이었다.

이튿날 새벽 5시 예불시간. 피곤한 기색도 없이 예불에 참석한 아이들은 부처님께 인사를 마친 후 법당 앞마당에서 아침의 태양, 바람, 달마산의 기를 마시며 선체조를 했다. 이제 곧 부도전까지 미황사 옛길 걷기를 하게 될 것이다. 아이들에게 모자와 깔개, 가방을 꺼내와 챙겨주는 스님들. 중학생과 초등학생이 한 자리에 어우러진 자리임에도 모두가 형과 동생이 되어 손에 손을 맞잡고 동문의 정을 나눴다.

이번에 처음으로 준비한 미황사 숲에서 바다까지 걷는 ‘천년 역사 길’ 행사는 행사의 꽃이자 또 하나의 색다른 체험 프로그램이었다. 이 길은 신라 경덕왕 8년(749)년 뱃길을 통해 들어온 경전을 스님들이 머리에 이고 미황사까지 옮겨온 그 길이다. 미황사와 해남군이 그 길을 다시 찾아 천년 역사 길로 복원해놓은 것이다.

아이들은 스님들과 고참 선배들이 미리 숲길을 답사하며 남겨놓은 흔적과 푯말을 따라, 생태해설가 선생님들의 설명을 들으며 걸었다. 산길이며, 들길이며, 논길이며 모두가 도시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다양한 생태를 체험했다. 한편으로는 옛 경전을 옮기던 스님들의 마음을 가슴 깊이 되새기기도 했다. 5시간이 넘게 걸린 대장정이었지만 길목마다 간식과 주먹밥을 챙겨주시는 스님과 공양간 보살님들의 정성어린 배려에 더위도 피로도 씻은 듯이 사라졌다.

드디어 마지막 날, 아이들은 10년 후 자신에게 편지를 쓰고 있다. 자못 진지한 표정들은 미황사에서의 2박3일이 얼마나 자신들에게 소중한 시간이었는지, 얼마나 감동이었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며칠 후, 아이들과 함께 한문학당 10주년 행사에 참석한 한 부모가 집으로 돌아가, 미황사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감동적인 글(후기)을 남겼다.

마냥 떠들었던 아이들이지만

무거운 가방을 메고 돌아서지만

그 가슴에는,

베품은

수많은 행복한 인연을 만든다는 진실이

배어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