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승불교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충격적인 주장이 나왔다.

유마선원 선원장 이제열 법사가 그 주장의 주인공이다. 그는 “대승과 관련된 학술논문도 눈에 띠게 줄어들었고, 대승경전을 공부하는 모임도 점점 찾아보기가 어렵다. 이대로라면 20년 내에 한국에서 대승불교는 주류의 자리를 위빠사나를 앞세운 소승불교, 또는 명상불교에 내어줄 것이 뻔하다”고 주장했다.

유마선원 공부방을 이끌며 서울과 부산, 대구 등에서 금강경, 원각경, 유마경, 해심밀경 등 대승경전 법회를 주관하고 있는 이제열 법사는 17일 장충동 우리함께 건물 6층 법당에서 열린 ‘해심밀경 금요경전강의’에 앞서 1시간 동안 특강을 통해 한국불교계에 폭넓게 형성되고 있는 대승법의 위기를 차근차근 근거를 제시하며 지적했다.

이 법사의 지적은 최근 교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서구의 명상불교와 남방의 위빠사나 유행과 이에 따른 위기의식으로 ‘신대승불교운동’의 필요성 등이 몇몇 단체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는 대승법의 위기의식이 구체적으로 돌출되지는 않았지만, 일련의 대승불교 쇄신 움직임들을 폭넓게 잠재되어 있는 위기의식의 반증들로 얼마든지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제열 법사는 이날 ‘한국불교 대승법이 사라진다’는 주제의 특강에서 “현재 한국불교에는 남방에서 유입된 사마타 위빠사나 수행법 등이 유행하면서 한국불교의 대표적인 수행법인 간화선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거나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지난 90년대까지도 명맥을 유지해오던 경전법회, 즉 화엄경이나 원각경, 금강경, 열반경 등을 강의하던 법회나 단체들이 거의 사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법사는 이어 정확한 통계를 낸 것은 아니지만 대학에서 대승불교와 관련된 논문의 비중이 크게 줄어들고, 대승경전과 관련된 불서들의 출판도 예전 같지는 않은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이제열 법사는 이 같은 흐름의 원인으로 남방의 수행법인 위빠사나 수입을 큰 원인으로 꼽았다. 지난 1990년 거해 스님이 처음으로 위빠사나를 도입한 이래 20년 만에 상좌부 계통의 수행법을 가르치는 수행센터나 포교당이 늘어나고 있고, 대승불교를 중심으로 한 도심포교당이 상대적으로 시들해진 것이 그 예라고 설명했다. 이 법사는 “특히 위빠사나 수행법의 쉽고 체계적이며 점검체계가 갖춰져 있다는 강점이 상대적으로 막연하고 두루뭉술한 간화선 수행법에 한계를 느꼈거나 실망했던 불자들을 무서운 속도로 흡수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하고 “이대로 가다가는 한국불교에는 20년 이내에 사마타, 위빠사나, 싸띠, 호흡, 관찰, 명상 등과 같은 용어가 유행하고, 정토, 불이, 진여, 무애 등의 대승적 용어들은 자취를 감추게 될 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이제열 법사는 일반 불자들의 수행 및 불교공부가 상좌부 계통의 신앙관으로 바뀌게 될 경우 신행의 모습도 바뀔 수밖에 없으며, 이는 곧 대승의 자리이타, 보살도, 바라밀행은 사라지고 명상불교, 관찰불교가 그 자리에 대체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관음 및 지장 신앙과 같은 보살신앙도 설 자리를 잃게 되며, 이는 결국 사원에서 대웅전을 제외한 갖가지 전각들의 무용지물화를 초래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이제열 법사는 “대승불교의 태동은 당시 부파불교가 지나치게 법을 분석하는데 몰입함으로써 대중과 유리되었고, 승단의 권위화가 지나치게 강해지면서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에서 멀어지고 있는데 대한 불교선각자들의 각성에서 시작된 위대한 운동이었음을 다시금 인식하고, 대승불교만이 가지고 있는 강점과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 선양하는 노력이 매우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지금처럼 절마다 천도재에 몰두하거나 기복 일변도로 사찰을 운영하는 관행에서 과감하게 탈피해 바른 보살도와, 바라밀 실천을 통한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불교신행운동을 통해 대승의 가치와 위대성을 최대한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법사는 특히 ‘중생의 행복’과 ‘깨달음의 행복’이라는 두 가지 행복의 괴리를 건강한 욕망에 대한 전향적 수용 및 보살행으로의 전환으로 연결시킴으로써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불교로 재탄생 시킨 대승법의 위대성과, 중생에 이익 되는 모든 것을 수행으로 인정해 펄펄 살아 숨 쉬는 역동적인 불교로 거듭난 대승수행법의 수승한 전통을 올곧게 살리는 일에 사부대중이 인식을 같이할 때, 한국불교는 비로소 위빠사나나 명상불교의 장점을 능동적으로 적용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대승불교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