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들은 다 무뚝뚝한 줄 알았는데, 제가 잘못 알았나 봐요. 스님도 이렇게 재밌다는 사실을 오늘에서야 알았습니다. 제가 불교신자가 아니라서 스님들을 잘 못 봤거든요.”

성동구청 대강당 문을 나선 김애리(금호동, 주부) 씨는 연신 미소를 지으며 “너무 즐거웠다”고 감탄을 연발했다. 무엇이 김애리 씨를 그토록 감탄하게 만들었을까?

2시간 전인 7월 16일 오후 4시. 성동구청 대강당에서는 월호 스님의 초청강연이 열리고 있었다. 성동구(구청장 이효조)는 구민들을 위해 매주 ‘특별한 손님’을 초청해 강연회를 개최하고 있다.

불자들이야 물론 월호 스님의 명성을 익히 들어 알고 있겠지만 대강당에 모인 사람들은 성동구민들로 불자와 비불자가 함께 섞여있으니 강단에 올라선 스님을 본 반응은 제각각 이었다. 무심하게 바라보는 사람, 강연은 시작도 안했는데 박수칠 준비부터 하는 사람 등등.

강단에 올라 주위를 주욱 한번 둘러본 월호 스님은 대뜸 공처가 이야기를 꺼냈다.

“요새는 ‘공처가’ 아닌 남편이 없답니다. 100명의 남편을 모아 놓고 줄을 세우니 99명이 자신이 공처가라는 쪽에 줄을 섰고 한명만 아니라는 쪽에 섰습니다. 정말 공처가 아닌 남편이 없죠? 그런데 1명만 공처가가 아니라는데 서 있으니 궁금해 물었죠. ‘정말 공처가가 아닌가요?’ 그러자 그 남편이 대답하길, ‘부인이 사람들 많은 데는 가지 말라고 했는데요’라고 말했다지 뭡니까”

‘하하하. 깔깔깔.’ 강연 참가들이 배를 잡고 웃어댔다. 한번 웃음보를 터뜨리니 무심하게 바라보던 사람들도 눈을 동그랗게 뜨며 스님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재미있나요? 여러분들에게 제가 오늘 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바로 이렇게 재미나게 행복하게 사는 이야기입니다. 한번 들어보시겠습니까?”

이미 스님의 이야기에 마음을 연 참가자들이기에 모두들 “예~”라며 호응했다.

“봄꽃은 꽃이 먼저 피고 잎이 나중에 피죠. 행복과 웃음의 관계도 똑같습니다. 웃음이 꽃이고 행복이 잎이에요.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고 웃어서 행복해집니다. 행복할 때 웃는 일은 누군들 못하겠습니까. 웃어서 행복해지는 것이 창조적인 삶입니다.”

‘음 그런가’ 참가자들은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아직 확신에 찬 모습들은 아니었다.

다시 한 번 주위를 살핀 스님은 강연을 계속 이어갔다.

“웃어서 행복해진다는 것이 어떤 것일까요? 자신의 행복은 자신이 만들어낸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혼자만 바라보고 있었죠. 그런데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러면 기분이 나빠질 겁니다. 그러다가 좋아하는 마음을 접게 되면 그 사람이 누구를 만나든 별로 신경 쓰지 않게 됩니다. 그렇다면 내가 좋고 나쁘고는 누구 때문입니까. 바로 나 자신 때문이라는 겁니다.”

“아~~” 스님의 말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자 따라 해보세요. ‘행복도 불행도 내 작품이다’”

“행복도 불행도 내 작품이다!” 자신의 의지로 행복을 성취하려는 듯 모두들 열심히 따라했다.

“행복은 자신이 만드는 것이기에 기도를 하더라도 구걸하지 말고 창조적으로 해야 합니다. 각자 믿는 대상이 다르겠지만, 보통 기도하면 다들 무엇인가 해달라고 구걸하는 모습입니다. 그러면 안 됩니다. 자신의 행복은 자신이 만드는 것인데 누구에게 해달라고 구걸하는 겁니까. ‘내가 이걸 할 테니 지켜봐 주시고 도와주세요’라고 기도해야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는 겁니다.”

사람을 이끄는 월호 스님의 모습은 역시 베테랑의 모습이었다. 웃기는 이야기, 진지한 이야기 상관없을 것 같은 이야기들이지만 어느새 보면 거미줄처럼 엮여 하나의 이야기가 됐다.

“한 가지만 더 이야기해 드릴게요. 하루는 큰 스님이 법문을 하고 계셨지요. 그런데 노 보살 옆에서 법문을 듣던 젊은 총각이 자꾸만 졸더라 이겁니다.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던 스님이 노보살에게 ‘그 총각 좀 깨우시오’라고 핀잔을 줬습니다. 노보살이 화들짝 놀라며 스님에게 이렇게 답했지요. ‘아니 재우기는 스님이 재워놓고 왜 저보고 깨우라고 그러시는 겁니까’”

다시 한 번 폭소가 쏟아졌다. 좌중들의 눈과 귀가 월호 스님에게 쏠리자 스님은 다시 본론으로 들어갔다.

“바로 지금 여기서 행복할 수 없다면, 언제 어디서 행복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 모두는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습니다. 남의 덕보고 살려고 하지 말고, 남들이 여러분 덕을 보고 살도록 하십시오. 행복도 불행도 내 작품이니 충실한 인연을 지어 충실한 열매를 맺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행복은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 남에게 바라지 말 것, 웃음을 만들어내는 창조적인 삶을 살 것 월호 스님이 전하는 행복해지는 방법이었다.

시종일관 웃음이 가득했던 월호 스님의 강연은 2시간이 언제 흘렀는지 순식간에 지나갔다. 강연이 끝났지만 참가자들은 무언가 아쉬운 듯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했다. 스님이 다시 한 번 인사를 하고 강단에서 내려오자 그때서야 강연이 끝났음을 실감했다.

“잊고 살았습니다. 스님의 말씀 하나 하나가 당연한 말씀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했습니다. 다시금 삶의 지혜를 일깨워 주신 스님께 감사드립니다. 불안하고 불편했던 마음이 뻥 뚫린 듯합니다.”

이 말을 전하며 두 자녀의 손을 잡은 김애리 씨는 집을 향해 가벼운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