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성원사에 회주소임을 맡아 주석중인 주경 스님이 장문의 글을 보내왔다. 좋은 아이를 갖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태교보다 잉태를 하는 과정이 왜 더 중요한 일인지를 스님은 구구절절이 간곡한 마음으로 일러주고 계신다. 결혼을 해 곧 아이를 갖게 될 신혼부부나, 아이를 가질 며느리와 딸을 둔 보살님들, 나아가 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위정자들도 나라의 밝은 미래를 위해 이 글을 읽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힌 주경 스님의 중생을 아끼는 간절함이 진하게 묻어나는 글을 소개한다. <편집자>

세상에 태어나 많은 인연을 만나지만 부부만큼 지중(至重)한 인연도 드뭅니다. 옷깃만 스쳐도 전생에 500생의 인연이 있어야 한다는데, 하물며 한 이불을 덮고 평생 고락(苦樂)을 함께하는 부부의 인연은 그 얼마나 소중한 것이겠습니까. 더구나 부부는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여 세상의 빛을 보도록 하는 성스러운 소임을 가졌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인연입니다.

요즈음 대부분의 젊은 부부들은 똑똑하고 훌륭한 자식을 낳아서 훌륭한 아이로 키우겠다는 원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 때문인지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육열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아이를 잉태한 후에는 태교(胎敎)를 한다고 무척이나 공을 들입니다. 이 모든 것이 아이를 훌륭하게 기르겠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한 가지 놓치는 것이 있습니다. 임신하고 출생한 후에 아이에게 정성을 쏟는 것도 필요하지만, 사실은 아이를 갖기 이전에 아이를 갖는 임부의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습니다. 부모가 어떤 마음을 가졌느냐에 따라 잉태되는 아이의 심성(心性)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의 영혼을 불교에서는 불생불멸한다고 말하고 기독교에서는 영생한다고 합니다. 이 영혼은 끊임없이 윤회합니다. 다만 자기가 전생에 지은 업식(業識)을 따라서 돼지 같은 마음으로 살던 사람은 돼지의 태속이 극락으로 보이고, 소같이 살던 사람은 소의 태속이 천당으로 보이고, 사람답게 살던 사람은 사람태속을 극락으로 보고 그곳으로 들어가 끊임없이 윤회를 하는 것입니다.

설령 사람으로 태어나더라도 전생에 선업을 많이 지은 영혼은 선한 부모의 태속을 극락으로 보고 들어오고, 악업을 많이 쌓은 영혼은 역시 악업이 많은 부모의 태속을 극락으로 보고 그곳으로 들어가 태어나는 것입니다. 그러니 아기를 가질 때 부모의 마음 따라서 착한 영혼이 들어오기도 하고 악한 영혼이 들어오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부모가 아기를 가질 때 마음을 어떻게 가지느냐가 가장 중요합니다. 다시 말해서, 나라고 하는 라디오의 마음 다이얼을 어떻게 돌리느냐가 중요합니다. 라디오의 다이얼을 MBC에다 맞추고 라디오를 틀면 MBC방송이 나오고, KBS에 맞추면 KBS방송이 나오는 것과 같이, 부모가 선량하고 곱고 아름다운 마음을 가졌을 때는 곱고 아름다운 생명이 들어오게 되고 화내고 욕심이 많았을 때는 욕심 많은 생명체가 내 태속이 극락이나 천당으로 보여서 들어오게 됩니다.

그러니 적어도 회임 전 짧아도 3개월 아니면 6개월 만이라도 성인을 잉태하고자 하는 그런 아름다운 마음으로 늘 부모에게 효도하고 이웃과 남을 위해서 선행을 베풀면서 하루에 한번이라도 교양서적을 읽고 식생활도 가능하면 육식은 줄이고 깨끗한 음식을 가려먹고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절하면서 몸과 마음을 청정히 해서 정성을 들여야 합니다.

그런 연후에 아기를 가지되, 부부가 합방하는 시간이 중요합니다. 해자축시(亥子丑時)는 기압이 낮은 수왕지시(水旺之時)라, 밤 9시부터 새벽 2시까지는 업이 두터운 영혼이 배회하는 시간이라 그 영혼이 내 아기로 인연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지구의 자기장(磁氣場)이 열리는 맑고 깨끗한 시간인 인시(寅時) 즉, 3시 10분이 지난 이후에 합방을 해야 합니다. 그 시간은 맑은 기운이 도는 시간이라 맑고 깨끗한 영혼이 나와 인연이 됩니다.

그런데 만약에 그 시간에 비가 오고 천둥 벼락이 치거나 눈이 와서 기압이 낮아지면 그날은 피해야합니다. 기압이 낮을 때는 업이 두터운 영혼이 돌아다니기 때문에 그런 영혼이 잉태되어서 산모가 임신중독증이 되기도 하고 또 태어난 이후에 아기가 산란하고 정서가 불안하기도 합니다. 그런 아기를 잉태하면 기를 때부터 힘들고 그 아이가 커서도 살아가는 것이 힘들뿐 아니라 건강도 좋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부처님 가르침에 따르면 마음이 움직일 때 업(業, 카르마)이 생긴다고 합니다. 업을 다른 표현으로 하면 가시 형(荊) 티끌 진(塵)을 써서 형진이라고 합니다. 촛불이 바람에 따라 이리 저리 흔들리면 그을음이 생기는 것처럼 ‘이것이 있다. 저것이 있다’라는 분별하는 생각으로 업이 생깁니다. 부처님은 업에 끄달리지 말라는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역대 조사들이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니라, 라고 평상심을 강조한 것도 마음을 움직이지 말라, 집착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집착으로 마음이 굳어지면 그것이 응고되어 물질화합니다. 그것을 나는 응념체(凝念體)라고 이름 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말하는 업입니다.

우리는 이 업이 생기지 않도록 마음을 움직이지 말아야합니다. 간절하고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원력 성취를 기원할 때 우리 몸에서는 밝은 기운과 빛이 생깁니다. 그 밝은 기운과 빛이 바로 척력(斥力)이라는 것으로 ‘밀어내는 힘’인데 그것이 우리의 업을 소멸시키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인들의 심성은 어떻습니까. 물질은 풍족하지만 마음은 가난한 것이 현실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만에 쌓여있고 자족(自足)할 줄 모릅니다. 만족을 모르다 보니 남과 갈등하고 대립합니다. 마음이 부드럽지 못하고 딱딱하게 굳어 있으니 행복을 모릅니다. 행복한 세상이 되려면 심성이 고운 사람이 많아야 합니다. 세상에 태어나는 아이들이 맑고 깨끗한 심성을 지닌다면, 미래의 세상은 지금보다 밝아질 것입니다.

겨울이 저만치 물러가고 봄이 왔습니다. 아름다운 계절에 많은 젊은이들이 부부의 인연을 맺고 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가졌던 사랑하는 마음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평생 함께 할 것을 약속합니다. 결혼을 하면 자연의 섭리대로 아이를 갖게 될 것입니다. 아이들이 맑고 깨끗한 고운 심성을 지니고 세상에 올 수 있도록 기도하고 정진해야 합니다.

부부가 아이를 갖는 과정에서 어떤 마음가짐을 지니느냐에 따라 지혜롭고 건강한 생명의 탄생 여부가 결정 됩니다. 부모가 편안하고 자비로운 마음을 지닌 상태에서 생명을 잉태할 때 아이의 심성은 고울 수밖에 없습니다. 태교도 중요하고, 태어난 후에 잘 키우는 것도 필요한 일이지만 그보다 앞서 지극하고 정성스럽게 아이를 잉태하는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좋은 씨앗을 뿌려야 풍요로운 수확이 가능하다는 진리를 이 좋은 계절에 결혼하는 젊은이들이 명심했으면 합니다.

주경(강릉 성원사 회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