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49재의 마지막 천도법회가 10일 오전 봉화산 정토원 법당에서 엄숙하고 경건한 분위기 속에 엄수됐다. 이날 법회에는 원로회 부의장 밀운 스님을 비롯해 종회의장 보선 스님, 동국대 정각원장 법타 스님 등 불교계 스님과 유가족, 참여정부 인사, 민주당 인사, 재가 불자, 일반 조문객 등 2000명 이상이 참석했다.

49재는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씨와 상주인 아들 노건호씨 등 유가족이 도착한 뒤인 이날 오전 9시경 시작되었으며, 2시간 넘게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한명숙·이해찬 전 총리와 김원기 전 국회의장, 정세균 대표 등 민주당 인사, 한화갑 전 의원,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법회는 조계사 주지 세민 스님이 집전을 맡았다. 법회는 고인의 회향을 알리고 고해를 넘겨달라는 기원을 담은 '대령관욕'으로 시작했고, 고인의 업을 씻어내는 의식과 극락왕생을 바라는 축원들이 이어졌다.

조계종 원로회 부의장 밀운 스님과 종회의장 보선 스님이 조계종 종단을 대표해 정토원 49재에 참석 추도법문과 추도사를 낭독했다. 밀운 스님은 법문을 통해 “오늘 타는 불소, 한 점 푸른 눈송이 되어 홀연히 부처가 없는 곳으로 가버린 노무현 대통령의 극락왕생을 빈다”고 발원했다. 보선스님은 추도사를 통해 홀연히 부처가 없는 곳으로 가버린 자연인 고 노무현대통령의 극락왕생을 고한다며 고인의 극락왕생을 기원했다. 이어 오로지 국민만이 희망이고 사람만이 풀 수 있기 때문이라며 희망을 가지고 국민에게 포기하지 않기를 주문한 고인을 '민중의 용'이라고 칭했다

이어 정토원 원장 선진규 법사는 인사말을 통해 “대통령께 서서 인사드리겠다, 1년 5개월 전 대통령이 귀향행사를 할 때 환영위원장의 역할로 열렬한 환영인사로 했는데, 오늘 정토원에서 노 대통령의 49재를 책임지고 끝맺는 인사를 하게 된 것이 참으로 기구한 인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선 법사는 “하도 엄청난 일을 당해 침묵으로 일관하려고 했지만 오늘은 칭찬 한번 실컷 해야 할 것 같다”고 한 뒤 참여정부의 업적을 나열했다. 그는 “수구보수 정치세력, 보수언론, 기득권에 철저히 짓밟혔지만 끝까지 버텨낸 대통령이라는 것을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하고, 살신성인의 죽음은 잠자던 국민들을 눈뜨게 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노 대통령님, 이제 기분 좋게 훨훨 떠나 주시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영원 정토세계가 대통령을 기다릴 것”이라고 한 뒤 울먹였다. 그는 “당신은 진정한 밑바닥에서 어렵던 사람들을 함께 이 시대에 일으켜 세웠던 진정한 보살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유가족 대표로 아들 노건호씨가 인사말을 했다. 노건호씨는 법회 내내 눈물을 흘려 눈이 충혈돼 있었다. 노건호씨는 “이 자리를 찾아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특히 이 자리에 함께 계신 아버지를 좋아했던 많은 분들에게도,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린다. 마지막까지 함께해주셔서 힘든 가운데 큰 힘이 되었다. 앞으로 저희가 힘차게 살아갈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달라”고 말했다.

법회는 이날 오전 11시 5분경 끝났으며, 뒤이어 운구의식이 진행되었다. 노 전 대통령의 영정은 사위가 들고, 그 뒤에 노건호씨가 유골함에 줄을 매달아 목에 걸고 뒤따랐다. 이어 권양숙씨 등 가족들이 뒤따라 법당에서 나와 운구차량에 올랐다. 노 전 대통령의 유골함을 태운 운구차량이 지날 때 추모객들은 울먹이면서 “극락왕생하세요”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날 봉하마을에는 전국에서 경찰추산 2만여명의 추모인파가 모여들어 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배웅했다.

해인사에서는 조계종 법전 종정예하께서 직접 영가 천도법어를 내렸다. 조계사에서는 오전 10시 상단불공을 시작으로 10시 30분 조계종 원로의원 무진장스님의 영가천도법문, 11시 49재 의식의 순으로 진행됐다. 무진장 스님은 법문을 통하여 “원래 ‘재’라는 것은 베푼다는 뜻이다. 이는 삶을 오고 감에 있어 ‘있다’ 또는 ‘없다’는 집착을 버리고 양극단을 버리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백년 인생이라고 착각하지만 삶을 돌이켜보면 채 1분의 기억도 안 된다. 육신의 기억은 찰나에 불과하지만 좋은 생각과 의지(업)은 영원하다”며 “제16대 대통령 노무현 영가의 49재를 맞아 이런 좋은 의지와 업을 간직하여 내생에는 부디 좋은 곳에 다시 오기를 바라며, 이 인연을 이어 다시 정치를 하게 된다면 좋은 업적을 남기길 바란다”고 고인의 극락왕생을 기원했다.

한편 고 노무현 전 대통령 49재는 조계종의 전국 사찰에서도 일제히 봉행됐다. 불자들은 전국 사찰에서 봉행된 49재에 참석, 고인의 명복과 극락왕생을 기원했다.

조계사, 해인사, 통도사, 월정사, 동화사, 봉은사 등 전국의 주요사찰에서 49재가 봉행돼 수많은 불자들이 대통령의 극락왕생을 기원했다.

이어진 안장식 종교의식에서는 조계사 주지 세민 스님을 비롯한 10여 분의 스님들이 불교의식에 따라 영가가 극락왕생할 수 있도록 천도의식을 거행했다. 이날 안장식에는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 장적스님이 함께하였고 통도사 주지 정우스님을 비롯한 100여분의 스님이 함께 자리하여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