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반‧깨달음으로 대변되는 불교와 하나님의 나라‧천국으로 대변되는 기독교는 얼핏 보기에도 달라 보인다. 기독교와 불교를 믿는 신도들도 서로는 같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불교와 기독교는 궁극에서 보면 다르지 않다는 주장이 있다. 산을 오르는 길은 여럿이지만 결국 정상은 하나라는 것이다. 불교인들이 하는 말인가 하겠지만 불교인들의 주장도 아니다. 불교를 연구하는 기독교인 종교학과 교수의 말이다.

불교인보다 불교를 더 잘 안다고 평가받는 길희성 교수(서강대 종교학과 명예교수)가 바로 그 주인공으로 7월 7일 열린 참여불교리더스포럼에서 ‘붓다와 예수-열반과 하나님의 나라’라는 주제강연에서 두 종교가 통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길희성 교수는 “기독교인들이 자신의 종교에 염증을 느끼면 세속적으로 변해버린다”며 “기독교를 버리고 정신적인 면을 찾는다면 그것은 바로 불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불교는 세상이 고통의 바다이기에 이를 지혜로써 해결해 열반에 도달하고자 한다”고 해석한 길희성 교수는 “기독교도 이세상은 잘못됐기에 모든 인간이 하나님의 아들이 돼 하나님나라에 도달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미 기독교에 염증을 느꼈기에 다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초월적 구원의 측면에서 유사성을 보이는 불교는 기독교인이었던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길희성 교수는 “부처는 한 인간이 치열한 구도 끝에 완전간 인간성을 되찾은 것”이라며 “예수 또한 가장 인간다운 인간이었고 그래서 하나님의 아들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길희성 교수는 “불교는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사상이 있듯이 원래 기독교는 모두가 예수처럼 될 수 있다는 자각을 통해 비로소 하나님의 아들이 된다”며 “깨달음, 불성, 자각이라는 부분에서도 양자는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하나님의 사랑과 부처의 마음은 초월적 구원을 위해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것”이라는 길희성 교수는 “현실을 변화하기위해 필요한 종교적 사랑이 아니라 사회적 정의”라고 말했다.

길희성 교수는 “단순히 사랑을 실천한다 자비를 실천한다 하며 무조건 도와주는 것은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사회전체의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진정 그들을 돕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종교가 정치는 아니지만 사회정의를 위해서는 정치적일 필요는 있다는 것이다.

길희성 교수는 또 “기독교를 이야기하며 하나님 믿고 찬양해야 한다고 하지만 하나님이 뭐가 아쉬워 인간들의 찬양을 받겠냐”며 “현대 한국의 기독교의 문제점이 여기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길희성 교수는 “사랑의 하나님이기에 자신의 자식을 영원히 지옥에 갇혀 살도록 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은 죗값을 치르게 되면 또 다시 기회가 주어질 것이고 이는 불교의 윤회와 상통하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예수는 분명 부처와 모습은 다르지만 철저히 자신을 비우고 대중을 위한 무아의 삶을 살았다”고 설명한 길희성 교수는 “하나님의 사랑과 부처님의 마음속에서 희망을 갖고 살아가는 동안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길희성 교수는?

서강대 종교학과 명예교수다. 한국 기독교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교회당, 목회자, 교파 없는 3無교회를 설립해 예배를 보고 있으며 열린 지성으로 이웃종교에 대한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주요저서로는 <인도철학사> <지눌, 선사상 연구> <보살예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