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는 ‘앎’ 못지않게 ‘행’을 중시한다. 아무리 좋은 말씀과 귀한 가르침도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살아 있는 말씀과 가르침이 아니기 때문이다.”

불교진흥원이 발간하는 월간<불교문화>가 7월호 ‘열린기획’을 통해서 매우 시의적절한 캠페인을 시작했다. <불교문화>는 권두에 ‘21세기 불교적 생활양식 개선운동’이라는 캐치프레이즈성 기획을 내걸고, 그 첫 번째 순서로 ‘왜 불교적 생활양식 개선운동이 필요한가?’를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불교문화>는 이 기획의 머리말에서 “현대의 불자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근거한 불교적 삶을 살지 않고 있다”며, 그 이유를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이 가져야 할 열린 사고, 열린 의식 교육과 훈련의 부족”이라고 진단한다. 잔잔한 기획연재를 게재하는 잡지라는 <불교문화>에 대한 선입견이 이 기획을 보는 순간 확 깨진다. 앞으로 무려 다섯 차례에 걸쳐 이 문제를 집중 진단하겠단다. 그냥 나온 기획이 아니라는 의미다. 그 첫 기획의 면면을 살펴보면 앞으로의 기획에 벌써부터 기대를 갖게 된다.

유식을 전공한 보스톤 서운사의 서광 스님은 ‘불교적 생활양식 개선운동의 필요성과 방향’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수행의 출발점은 모두 신구의 삼업으로 시작된다”며 “수행의 과정과 열매 역시 종국에는 신구의 삼업의 변화로 드러내게 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스님은 음식문화 캠페인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당신이 먹는 음식이 바로 당신입니다(You are what you eat.)’라는 말에 견주어 ‘당신의 행동, 말, 생각이 바로 당신 자신입니다(You are what you act, what you talk, what you think)’를 제창, 눈길을 끈다.

“(우리는) 깨달음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깨달음이라는 결과를 잉태하고 있는 조건, 즉 과정을 망각하고 한다”고 지적한 스님은 “이런 사람들은 긴 세월을 수행하고도 순간의 화를 조절하지 못하고 감정을 폭발하고, 불교공부에 평생을 바치고도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연기적 관계를 말로만 할 뿐 실제 일상의 삶과 행동으로 드러내 보여주지는 못한다”고 꼬집었다. 스님은 특히 “분명 우리들의 의식과 생각이 우리들의 생활양식과 세상을 바꾸기도 하지만 역으로 생활양식과 세상이 우리들의 의식과 생각을 바꾸기도 한다”며 불교적 삶의 실천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사찰생태연구소 김재일 대표는 ‘불교의 자연환경 차원에서 본 생활양식 개선운동’이라는 제목을 기고를 통해 “생활양식 개선은 인습에서 자신을 해방시키는 일”이라며 “탐진치 삼독에서 비롯된 물질적인 사고와 반 생태적인 삶을 과감하게 변화시켜야 하고, 생활양식 개선운동은 선언적 덕목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구체적인 실천지표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효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는 ‘신 불교인의 행동방향’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한국에서 기독교에 비해 불교의 사회적 힘이 열세인 까닭은 불교가 사회적 성공의 개념을 미온적으로 여겨왔기 때문” 라고 진단하고 “결코 무소유의 진리를 단순하게(나이브하게) 가르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무소유로는 인간이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없다”며 “돈을 멀리하여 청빈의 윤리도덕을 강조하기 보다 그것을 지혜롭게 사용하는 마음의 묘용(妙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특히 ‘열심히 독서하기’, ‘열심히 돈 벌기’, ‘열심히 뒤섞기’를 제안했다.

나로부터의 개혁을 통한 개개인의 행동과 사고방식의 변화를 꾀하고자 하는, 불교진흥원의 월간<불교문화>를 통한 신선한 캠페인에 불자들의 능동적인 호응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