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 스님이 강화도 법명선원 주지로 부임한 후 2번째 산사음악회가 지난 달 27일(네째 주 토요일) 100여명의 관객(?)이 동참한 가운데 열렸다. 첫 모임과 비교하면 출연진부터 관람객까지 두 배 가량 늘었다. 이날 콘서트는 종교의 차이, 나이의 차이, 남녀의 차이, 승속의 차이를 훌훌 벗어던지고 참석자 모두가 한바탕 어우러진 대동 한마당이었다.

요즘 문화계에서 뜨는 주요 컨셉 중의 하나가 하우스 콘서트라고 한다. 가수들이 자신의 집 거실에서 팬이나 지인들과 함께 작은 콘서트를 여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이다. 이의 다른 이름으로 거실 콘서트다.

이날 강화 법명선원에서 열린 산사음악회도 우리가 생각하는 통념의 산사음악회와는 그 성격이 전혀 다르다. 산사음악회라기보다는 거실 콘서트가 적합할 듯하다. 거실을 개조해 그럴듯한 콘서트 무대를 꾸몄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말 한번 찾아 <미디어붓다>를 통해 소개를 했던 사찰이라, 스님과의 약속대로 지인들과 함께 27일 밤 법명선원을 찾았다. 절 같지 않은 독특한 사찰이라는 설명에 지인들 대부분이 호기심을 갖고 흔쾌히 강화행을 결정했다. 참석한 지인들이 이 템플콘서트를 보고 내린 결론은 대만족. 오늘날 불교포교가 가야할 한 방향을 제시한 훌륭한 무대였다는 것이 일치된 평가였다.

오후 7시부터 시작되는 콘서트에 앞서 법명선원을 찾은 사람들은 선원사에서 만든 연국수로 저녁 요기를 채웠다. 한 두 사람씩 사람들이 모여들고, 이내 60평 남짓의 거실 콘서트장은 사람들로 가득 메워졌다. 강화사람,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 뒤섞여 있다. 아직은 외지인들이 더 많다. 강화지역 불교 교세가 빈약한 까닭이다.

그렇다고 모인 사람들이 다 불자는 아니다. 절반은 불자, 절반은 비불자다. 종교가 같고 다르고는 이곳에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화를 사랑하고 예술을 사랑하고, 상대의 종교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꼭 불교의 경구를 들어 강조해야만 되는 것은 아니다. 이곳 강화의 특성이 그렇다.

주인인 주지 무상 스님의 올드팝으로 법명선원 하우스콘서트의 막이 오른다. 백제표준말(전라도 말투)이 영어발음에도 그대로 섞인 구수한 올드팝에 참석자들은 환호를 아끼지 않는다. 앵콜, 앵콜, 이어지는 호응에 무상 스님은 못이기는 척 두어 곡을 더 부른다. 말 그대로 열창이다. 환호의 도가니가 이어진다. 마침 불교TV에서도 취재를 나와 카메라를 든 여기자가 콘서트 장을 거침없이 오간다.

한 눈에 보아도 범상치 않은 오카리나 연주와 불교텔레비전에서 맹활약중인 성우의 낭송 및 노래가 흥을 이어가고, 무대 한 쪽에서는 목 조각을 하는 장인이 즉석에서 장승모양의 핸드폰 고리를 능숙한 소리로 만들기 시작한다. 관객들을 위한 경품을 즉석에서 깎아 마련하는 것이다. 잠시 뒤에는 저명한 서예가 우재 최규삼 선생이 부채에 즉석에서 글씨를 적어 게임에서 우승한 이에게 선물하는 퍼포먼스가 이어진다.

국악과 가요, 판소리, 그리고 시서화가 한데 어우러져 이어지는 한판 걸쭉한 무대다. 참석한 이들은 모두가 대만족이다. 처음에는 다소 주저하던 관객들이 무대앞으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몰려나와 박수를 치며 크게 웃으며 환호를 한다. 미국에서 온 스님, 지방에서 올라온 예인, 방송국의 중진 감독, 인간문화재를 예약해둔 실력 있는 국악인, 경기창을 하는 무명의 민요가수 등이 저마다 맡은 역할을 하면서 분주하게 움직인다.

주지 무상 스님의 노래를 미처 듣지 못한 사람들의 성화로 스님은 다시 기타를 메고 무대에 오른다. 노래와 함께 터지는 환호는 아우성 수준이다. 실내 콘서트다 보니 음악의 진동이 마루바닥을 통해 온몸으로 전달되어 전율을 일으킨다. 자리를 함께 했던 보스톤 서운사 주지 서광 스님은 “한국불교가 고리타분한 방식에서 과감하게 탈피해 이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중생 곁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평가한다.

법명선원에서 열린 하우스콘서트는 하나의 문화예술법회로 자리 잡아갈 전망이다. 불교경전 한마디도 말하지 않지만, 종교를 떠나 불교의 다양성, 포용성, 문화성, 예술성에 저마다 젖어들게 마련이다. 불교를 내심 꺼려하던 이웃종교인들도 이내 스님들과 스스럼 없이 대화하고 어울린다.

문화예술로 공동체를 구현하고 있는 강화도 전등사 뒤편에 있는 법명선원의 ‘하우스 콘서트’는 매월 4째주 토요일 오후 7시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