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스님들은 노후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수행과 포교에 전념하기 보다는 노후대책비용을 마련하는데 관심을 쏟고 있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종단 차원에서 승려노후복지 방안에 대한 논의가 있어 왔지만 이렇다 할 결과는 없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승려노후를 승가에서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노후 수행관 건립을 추진 중인 교구본사가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바로 제24교구본사 선운사다.

선운사 주지 취임 2주년을 맞이한 법만 스님은 6월 16일 선운사 만세루에서 승려노후 수행관 건립 추진계획 및 2년간의 운영 내용을 발표하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법만 스님은 “누구나 생을 마감할 때까지 수행과 교화에만 전심전력하면 노후생활에 대한 근심이 없도록 종단 및 교구본사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평소 생각이었다”며 “승려노후수행관은 노후 불안감 해소차원뿐만 아니라 수행자의 청빈한 삶이 노후에도 흐트러짐 없이 유지되도록 하는 목적도 있다”고 밝혔다.

법만 스님은 또 “앞으로 남은 2년의 임기 중 승려노후수행관 건립에 주력할 계획”이라며 “올해 안에 최소 1채의 수행관을 건립하겠다”고 밝혀 승려노후복지 확립에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선운사의 승려노후수행관 건립계획서에 따르면 선운사 인근 자연부락인 석상마을에 수행관을 조성할 계획으로 부지를 매입중이며 일부는 매입을 완료한 곳도 있다. 대형건물을 지양하고 1가구당 최대 3인정도 생활하는 토굴개념의 건물을 10채 정도 건축해 마당과 텃밭을 함께 만들어 반농반선의 독립적 생활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승려노후복지관 건립 계획 발표와 함께 법만 스님은 지난 2년간의 운영현황 등에 대해서도 함께 설명했다.

법만 스님은 “베푼 만큼 돌아온다는 말이 있듯이 지역주민을 배려하지 않고는 불교 발전을 장담하기 힘들다”며 “지역복지관 운영 및 이장회의 등을 조직해 꾸준히 사찰의 사정을 알리고 지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운사는 법만 스님이 취임한 후 고창군종합사회복지관, 노인복지센터 등 4개의 복지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선운사는 복지관을 운영함으로써 120여명의 고용을 창출했으며 연간 예산은 40여억 원으로 지역복지는 물론 경제 활성화에도 일조하고 있다.

법만 스님은 또 “고령자가 많은 농촌의 특성상 어르신들을 위한 게이트볼 대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무료 의료봉사 및 청소년을 위한 문화공연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사찰재정확보와 지역민들과의 소통을 동시에 해결할 방안도 마련 중”이라는 법만 스님은 “보은염으로 잘 알려진 검단마을의 소금을 주민들이 생산하고 선운사에서 유통을 담당하는 등 선운사브랜드를 활용 지역경제 활성화에 동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만 스님은 “임기를 마치면 지역과 함께하고 열린 운영을 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며 “가끔씩 자만심이 올라오기도 하지만 처음 가졌던 마음을 놓지 않고 생활하겠다”고 다짐했다.

승려노후수행관 건립, 지역민과 함께하는 불교를 만들겠다는 법만 스님의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앞으로 승려노후복지와 사찰운영에 있어서 종단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