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사 승려 출신 불교학자’로 유명한 로버트 버스웰 교수가 동국대 불교학술원장에 취임했다. 올해초 만들어진 불교학술원이란 전자불전연구소, 불교문화연구원 등 기존의 동국대 불교학술 기관들을 하나로 통합한 상위의 기관이다.
동국대는 불교학술원의 국제성을 강화하기 위해 로버트 버스웰 교수를 초대원장으로 초빙했다. 버스웰 교수는 6월 15일 불교학술원장 임명장을 받고 본격적인 학술원장 활동에 들어갔다. 인터뷰는 임명장 수여가 끝난 직후에 이루어졌으며, 통역은 버스웰 교수의 한국인 부인 크리스티나 리 버스웰이 맡았다.
△동국대 초대 학술원장으로 외국인 학자를 임명한 것은 상당히 파격적인 인사로 받아들여진다. 외국 학자로서 큰 역할을 맡게 되었는데, 스스로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외국인 학자로서 동대와 외국대학을 연결하는 역할이 나의 가장 큰 소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한국불교의 메카가 동대라 생각한다. 외국 학자들이 동국대로 많이 와서 한국불교학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외국에 있는 불교학자와 국내 학자 연결시키는 것이 나의 역할이고, 그것이 곧 한국불교학을 발전시킬 기회라고 생각한다.
△학술원장을 맡게 된 소감은.
멋지다. 기대를 많이 갖고 흥미롭게 생각하고 있다. 37년 전 동국대에 처음 왔고, 그 이후 왔다갔다 해왔다.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생각하고 있다.
(부인 크리스티나 답변) 사실 우리 부부가 처음 만난 곳도 동국대였다.(웃음) 큰 국제학술대회가 열렸는데 내가 버스웰 교수의 통역을 맡았다.
△불교학술원장으로서 앞으로 구체적인 계획은.
동국대를 외국학자에게 알리고 한국불교를 세계에 알리기 위한 국제학술대회를 가질 계획이다. 주제는 간화선이 될 것이다.
또 UCLA를 비롯한 세 군데 대학이 함께 하는 불교학 연구 협의회가 있는데 동대도 이 협의회에 참가해 학술대회를 주최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UCLA는 미국에서 불교학 연구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학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통 미국에서는 불교학을 전공하는 교수가 한 명 있으면 보통, 둘이 있으면 많다고들 한다. 그런데 UCLA에는 무려 다섯 명, 불교미술 전공 교수까지 합치면 총 일곱명의 불교학 관련 교수들이 있다. 반면 기독교를 연구하는 학자는 두 명 밖에 없다. UCLA는 또 한국 학생들이 거의 3500명 정도 수학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 불교학의 선두를 달리는 UCLA와 동국대가 함께 협력을 해나간다면 한국불교학의 세계화를 추진하는데 상당히 도움이 되리라 기대한다.
△집안이 원래 독실한 침례교도 집안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불교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따로 있나.
몇몇 신문에는 독실한 침례교도 집안 이라고 나왔으나 사실은 미국의 웬만한 집들이 다 기독교 집안이었고, 우리 집안 또한 그냥 평범한 기독교 집안이었다.
원래 서양철학에 관심이 많았다. 그런데 공부를 해보니까 그 철학이 어떻게 실천할 수 있나 하는 문제에 직면했다. 불교에서는 아주 깊게 참선 수행하는 전통이 있었다. 이런 관심을 처음 가졌던 것이 열여섯 살 즈음이었다. 그리고 몇 년 뒤인 열아홉에 대만에서 승려되었고, 나중에는 한국 송광사에서 출가승려가 되었다.
서양 철학은 머리만 있지 몸으로 하는 것이 없다. 하지만 동양의 철학은 몸으로 수행 전통 있다.
△한국불교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나는 한국불교가 아시아 전체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내가 관심을 가졌던 부분은 한국불교가 아시아 전체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 하는 부분이었다. 한국불교가 한국에서 일어났던 불교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 영향을 준 전체가 한국불교의 범주라고 생각한다.
고대에는 중국불교, 일본불교, 한국불교를 별개의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내셔널리즘도 강하지 않았다. 동양의 스님들이 공부한 것은 ‘불교’였지 ‘동양불교’가 아니었다. 부처님 말씀 공부한 것이다.
△한국불교, 한국불교학이 직면한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외국에서 한국 불교학자들을 잘 모른다. 그들의 연구성과를 외국에 알리는 것이 (내가 학술원장에 취임한) 목적이다. 한국불교의 문제점은 한국불교라는 전통이 길게 내려왔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사찰의 전통 속에 여전히 갇혀있다는 점이라 생각한다. 불교가 일상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것이 한국불교의 약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미국에서 가장 큰 동양학 학술대회 AAS(association For asian studies) 회장도 맡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아시아연구협회(AAS)는 미국에서 아시아 파트 전공하는 학생이나 교수, 연구자들이 모두 모이는 상당히 큰 학술단체이다. 동양학이 왜 중요하고, 또 어떤 분야를 연구하고 있는지 세계학자들에게 알리는 장으로, 불교학자이자 한국학 전공자가 처음으로 내가 회장이 됐다. 그래서 이번 AAS 소개 브로셔 표지에 송광사가 실리기도 했다. 그런데 8000명 회원 가운데 한국학 전공자가 400명 정도이다. 한국학자들이 많이 오지 않는데, 여기에도 동국대를 비롯한 한국의 불교학자들이 대거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UCLA 교수, 동국대 불교학술원장, 거기다 AAS 회장까지 너무 많은 일을 맡고 있는 것 아닌가.
미국에서도 어느 교수가 똑같은 질문 던진 적이 있다. 그런데 내가 그때 집착하지 않으면 가능하다고 대답했다.(웃음) 참선하는 사람들은 모두 집착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인욕도 많이 필요하다.
△학술원장으로서 국내에는 얼마간 머무를 계획인가.
여름방학 3개월, 겨울방학 1개월간 머물 예정이다. 국외에서 학술원장으로서의 소임을 주로 보면서 국내의 일은 부원장 박인성 교수와 조율해나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