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는 혜가에게 불편한 마음을 가져오라했다. 혜가는 그 마음을 찾을 수 없었고 달마는 혜가의 마음을 편안케 해주었다. 붓다의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가면 삼처전심이라 하여 세 번에 걸쳐 가섭에게 마음을 전한 일화도 나온다. 불교는 오래전부터 마음의 문제에 대해 고민해왔고 마음을 다루기 위해 노력해왔다.

비단 마음의 문제가 불교에서만 논의되는 것은 아니다. 서양철학, 정신의학에 최근에는 뇌를 연구하는 인지과학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마음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6월 13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지하공연장에서 밝은사람들이 주최한 학술연찬회의 주제도 ‘마음’이었다. 마음에 대한 온전한 이해와 상태에 대한 논의를 위해 불교와 서양철학, 정신의학, 인지과학의 연구가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이날 연찬회는 초기‧상좌부 불교에 중앙승가대 교수 미산 스님, 유식학에 이화여대 한자경 교수, 선불교에 서울대 윤원철 교수, 서양철학에 경희대 최화 교수, 정신의학에 라깡정신분석연구소 김종주 교수 등 5명의 전문가가 발표자로 나섰다.

‘변화무쌍한 마음을 어떻게 바로잡아야 하는가’를 발표한 미산 스님은 초기경전에 나타난 마음의 존재현상 분류와 수행에서의 마음작용에 대해 설명했다.

미산 스님은 “마음은 오온중 수상행식으로 이루어진 것이 특징으로 그것들이 원인과 조건에 의해 일어난 현상”이라며 “그것들의 힘이 다하면 사라지게 된다는 것은 의미한다”고 말했다.

“즉 마음은 생성, 소멸하며, 영원불변하지 않고 무상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한 미산 스님은 “무상하다는 것은 매순간 변화하는 것으로 찰나설로 발전한다”고 주장했다.

미산 스님은 또 “물질현상과 정신현상은 복합적 연기구조로 지속적인 정체성을 유지하며 찰나생 찰나멸 한다”며 “마음은 대상을 조건으로 일어나기도 하지만 그에 속하는 마음부수와 함께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마음활동의 두 층위’를 발표한 한자경 교수는 유식불교의 입장에서 마음의 전개양상을 설명했다.

한자경 교수는 “5근을 넘어 인간이 가지고 있는 6근이 사유능력으로서 의근(意根)”이라며 “이 의근이 자신의 대상인 법경(法境)을 파악하는 것을 제6의식이라 한다”고 말했다.

“6의식의 단계에서는 식의 내용을 식 바깥의 객관대상의 내용으로 객관화해서 사량 분별한다”며 “6의식의 기반에는 자기의식인 제7말나식이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한자경 교수는 “모든 의식 내용이 곧 의근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고 오래전 더 깊은 마음의 심층에 자리한 의식도 존재한다”며 “마음의 심층에 자리한 제8아뢰야식으로 인해 의식의 연속성이 끊긴 순간에도 의근의 기본 의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원철 교수는 ‘마음을 가져와라’를 통해 선불교 입장에서 마음을 살폈다.

윤원철 교수는 “달마와 혜가의 일화에서 보듯이 편안하거나 편안하지 않거나 하는 그 마음이라는 것이 실상은 실체가 있는 게 아니라 공(空)이요, 무자성(無自性)”이라며 “마음의 진상에 대한 깨달음은 자기 자신이 스스로 해야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윤원철 교수는 또 “마음의 진상은 깨달으면 비로소 그렇고 아니면 그렇지 못한 게 아니라 깨닫건 말건 늘 그대로”라고 덧붙였다.

서양철학관점으로 마음을 이야기한 최화 교수는 ‘생명의 능동적 운동’을 발표했다. 마음의 전개를 만물의 변화와 생명의 운동이라는 포괄적인 차원에서 다룬 베르크손에 관한 내용이다.

최화 교수는 “헤라클레이토스의 ‘만물은 흐른다’에서 베르크손은 계속되는 변화가 아닌 변화 속에서 불변함을 찾고자 했다”며 “변화란 다른 것으로 되는 타자화 과정이며 베르크손에게 생명운동은 변화에도 자기동일성을 잃지 않는 운동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지속적으로 운동하는 생명은 경향성에 따라 식물, 동물, 인간으로 분류된다”며 최화 교수는 “인간에게서 찾을 수 있는 특성은 지성이며 공간과 그 속의 정지체를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지각의 세계는 순수 물질의 모습이라기보다는 기억이 동원된 결과물”이라고 밝힌 최화 교수는 “지성을 넘어선 정신의 작용으로 순수물질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종주 원장은 ‘무의식을 통한 마음의 흐름’을 발표했는데 정신의학에서 본 마음의 전개를 다뤘다.

김종주 원장은 “라깡을 통해보면 마음은 상상계와 상징계와 실재계라는 삼각구조 속에서 전개된다”며 “상징계의 기능인 무의식은 내면적인 것이 아니며 주체상호적인 현상으로 초개인적”이라고 설명했다.

김종주 원장은 또 “자아라는 것은 자기 통달과 통일성의 환상에 기초한 일종이 착각적인 자기-지식”이라고 덧붙였다.

인지과학부야는 이정모 교수가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참석하지 못하고 김종욱 교수가 이정모교수의 발표문을 요약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김종욱 교수의 요약에 따르면 이정문 교수는 “마음이란 뇌의 기능만은 아니며 뇌와 몸 그리고 환경이 상호 작용하는 총체적인 집합체”라고 설명했다.

모든 것이 상관관계를 맺는 불교의 연기사상과 상통하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각 분야의 발표가 끝난 후 발표자들은 뇌와 마음에 관한 각 분야의 입장에 대해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미산 스님은 “초기불교에서 뇌를 언급한 부분은 있지만 극히 적은 부분”이라며 “최근 발달하는 뇌과학과 교류를 모색해야 하지만 마음은 곧 뇌의 작용이라고 단정 짓는 일은 매우 위험하다”며 섣부른 결론을 경계했다.

“사유능력의로서의 의근은 뇌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한 한자경 교수는 “하지만 아뢰야식에 있어서는 뇌라고 하기 힘들며 에너지원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선불교의 입장에서 뇌와 마음을 이야기한 윤원철 교수는 한마디로 “모두 망상”이라 답했다.

김종주 원장은 “뇌와 마음 거기까지는 과학이 가지 못했다”며 “아직은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