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틀부다(Little buddha)가 실화를 근거로 제작됐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리틀부다에서는 티베트 고승 돌제 린포체의 환생으로 세 명의 아이들이 지목된다. 그 중 한 명은 미국 시애틀에서 태어난 백인 소년. 영화는 서양인 부부가 자신의 아들이 티베트 고승의 환생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겪게 되는 혼란과 이들이 네팔 카트만두를 찾아가는 여정을 ‘서양인의 눈’으로 찬찬히 그려낸다. 2500년전 붓다의 삶과 티베트 승려들의 환생 찾기가 크로스되면서 영화는 티베트불교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 보여준다.
서구의 불교열풍을 실감나게 해주었던 이 영화는 실제 서구에서 일어났던 유명한 이야기를 토대로 제작된 것이다. 미국인 소년으로 등장하는 주인공의 실제 모델은 1985년 2월 스페인에서 태어나 달라이라마로부터 라마 툽텐 예쉐의 환생으로 인가를 받은 오쉘 히타 토르즈(Osel Hita Torres)라는 소년이었다.

이 소년은 생후 6개월만에 티베트의 고승 예쉐 린포체의 환생으로 지목되었고, 이후 달라이라마로부터 환생이 맞다는 인가를 받았다. 툽텐 예쉐 린포체는 대승불교유지재단(FPMT)이라는 세계적인 티베트불교 포교센터를 건립한 인물로, 티베트가 1959년 중공의 침공을 받은 이후 서구에 티베트불교를 전파하는데 앞장섰던 인물이다.
이 소설 같은 이야기는 서구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여기에서 영감을 얻은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은 이를 토대로 ‘리틀 부다’라는 영화를 제작했다.

그렇다면 그 소년은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최근 소년의 근황을 알려주는 기사가 5월 31일 영국 「가디언」를 통해 소개됐다.
놀랍게도 이 소년은 티베트 승려로서 20여년 동안 교육받아오다가 최근 환속한 것으로 밝혔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이 소년, 아니 이제 청년으로 성장한 오쉘이 자신의 젊음을 유기당했다며 억울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언론을 극도로 기피했던 탓에 올해 5월말에서야 그의 최근 정황이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됐다.

그의 근황은 최근 스페인 일간지 ‘엘 문도’에서 스포티한 바지에 긴 머리를 늘어뜨린, 흡사 붓다보다는 헤비메탈 가수 지미 헨드릭스에 가까운 그의 모습으로 등장하면서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유럽의 여러 언론들과 인터뷰를 한 오셀은 현재 마드리드에서 영화를 공부하고 있으며 구루의 위치로 그를 데려간 티베트 승가를 공공연하게 비난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그들은 나를 부모로부터 데려가 중세시대로 쳐박아 놓았다. 그것은 나를 매우 고통스럽게 했다.”
오셀은 그의 가족이 살고 있는 만 1살이 되기도 전 스페인 그라나다를 떠나 인도 남부의 한 사원에서 승려생활을 해왔다. 그는 그동안의 삶이 “거짓된 삶”이었다고 말했다.

오셀이 이런 가혹한 말들을 쏟아내는 데도 불구하고 티베트불교 지지자들은 여전히 ‘탕아’가 하루속히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는 분위기다.
라마 예쉐가 설립한 대승불교보존재단 홈페이지에서는 여전히 오셀의 근황이 소개되고 있으며, 그의 전기와 어린 시절부터 최근까지의 사진이 소개돼 있다.
이 사이트에 소개된 바에 따르면 오셀은 생후 6개월경 티베트 린포체의 환생으로 지목받았다. 이후 생후 14개월이 되던 1986년 그의 부모는 그를 인도 다람살라로 데려갔다. 달라이라마를 친견하기 위해서였다. 그를 직접 만난 달라이라마는 오셀을 라마 툽텐 예쉐의 환생으로 인정했고, 그후 오쉘은 티베트 승가에서 승려로서 길러졌다.
하지만 그는 최근 티베트계를 반납하고 스페인으로 돌아갔다. 그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할 순 없지만, 자신의 선택이 아니었던 린포체로서의 삶, 언론의 집요한 관심, 아기때부터 무조건적으로 쏟아지던 존경과 기대가 그에게는 상당히 벅찼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만 할 뿐이다.

「가디언」은 그가 티베트 승가를 공공연하게 비난하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오쉘이 올해 2월 FPMT에 보낸 편지 내용을 보면 그것이 ‘비난’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라마 예쉐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 중 하나는 제행무상입니다. 우리는 고정된 지위를 가질 수 있고, 또한 그 지위를 떠날 수 있으며, 에너지도 변하고 차원도 변한다는 것입니다. (중략) 어떤 이들은 이것이 라마 예쉐의 환생이라고 기대해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수십여년의 티베트와 상황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세계도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나는 (세계와) 의사소통할 수 있는 다른 방법들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음악, 영화, 음성 송신 회로의 다양한 기술들도 그 방법 중의 하나입니다. 또한 해가 지는 모습에서도 명상을 하는 동안에서도 약간의 평화를 충분히 발견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는 수백만의 가능성들이 있습니다. 나는 진심으로 나를 도와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30일 유럽 기자들과 이루어진 인터뷰에서 한 기자가 “앞으로의 삶에서 가장 큰 희망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지자 오쉘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살아간다는 것은 (삶의) 범위를 최대한으로 확장시켜가는 것이다. 우리는 항상 오르막과 내리막(ups and downs)을 오르내리면서도 중도를 지녀야 한다. 목적을 찾는 것은 우리 모두를 깨어나게 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나는 앞으로 계속 나아갈(on & on) 것이지만, 또한 거기에서 멈출 것이다.”
오쉘의 답변들은 티베트승단과 환생제도에 대한 그의 비판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그가 그 안에서 얻은 경계가 만만치 않은 수준임을 짐작케 한다.
그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에게는 줄곧 서구 언론들의 렌즈가 따라다닐 것 같다. 리틀부다의 모티브가 되었던 실제 주인공의 모습이 키아누 리브스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약간의 씁쓸함을 주긴 하지만, 오쉘의 말대로 인생은 쉬지 않고(on & on) 가는 것이니까, 또다른 모퉁이에서 만날 그의 모습을 기대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