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가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를 거치면서 동아시아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 외국인 교수에 의해 제기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로버트 버스웰 교수는 “의상과 원효 등 신라시대 명승들이 쓴 책들이 중국과 일본 등 인접한 동아시아 문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쳐 신라 불교가 '동아시아 문화의 중심'이었다”고 주장했다. 버스웰 교수의 이같은 주장은 한국인 교수의 주장이 아니라는 점에서 국내외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버스웰 교수는 이같은 주장은 지난 5월 2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2009 포스코아시아포럼'에서 발표한 기조발제 '동아시아 문명의 상호 연결성'을 통해 발표됐다.

버스웰 교수는 “한국 불교는 일본은 물론 중국, 베트남, 티베트까지 폭넓은 영향력을 끼쳤다면서 한반도가 일본으로 불교를 전파하는데 다리 역할을 했다는 일부 학자들의 주장은 수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근거로 의상(義湘·625-702), 원효(元曉·617-686), 경흥(憬興·7세기) 등 명승들이 쓴 저술이 중국과 일본에서 찬사를 받았고, 중국 화엄종의 대부인 법장(法藏·643-712)과 같은 이들에게는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친 사실을 들었다.

또 당시 중국 불교에서 크게 유행한 삼론종(三論宗)의 창시자인 승랑(僧朗·4세기)이 고구려인으로 추정되는데다 신라 출신의 원측(圓測·613-696)의 저서가 티베트 언어로 번역되는 등 삼국 출신 승려들이 아시아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한국 승려들은 자신들을 한국인, 일본인, 혹은 중국 불교인이라고 여기기보다는 국경을 초월해 종교적 전통 속에서 함께하는 '동반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한국불교가 국제적으로 광범위하게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불교의 세계화에 일조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