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함경』에서는 부처님을 의사 중의 가장 큰 의사라고 하여 ‘대의왕(大醫王)’이라고 부르고 있다. “병을 잘 알고, 병의 근원을 잘 알고, 병을 잘 알아 다스리고, 병을 다스릴 줄을 잘 알고는 장애에 다시 도지지 않게 하기” 때문이다. 인도, 중국, 한국의 옛 스님들이 환자의 병을 치료하고, 티베트에서는 사원의 스님들을 중심으로 의료 비법이 전승돼 온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이같은 전통은 서양 의학 중심의 의료체계가 도입되면서부터 국내에서는 단절되다시피 됐다. 반면 서구에서는 불교 명상이 정신치료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는 점에 주목해, 불교식 치료법을 개발해 임상실험을 거쳐 직접 환자치료에 적용하고 있다.
서구에서 불교식 치료가 큰 인기를 끌자 국내에서도 몇몇 스님과 정신과 의사들이 서구의 치료법을 역수입해 진료에 적용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본격적인 연구는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서양 의학계에서 1960~70년대부터 불교의 수행법을 치료에 도입하기 시작, 최근에는 학문적으로 상당히 진전된 성과들을 도출해내고 있다. 특히 불교적 수행법을 정신치료에 적용한 MBSR(알아차림 명상에 기반한 스트레스 감소 치료법)의 경우 미국 병원의 70%가 도입하고, 의료보험에도 적용될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약물로 치료를 받은 우울증 환자의 경우 90%가 재발 위험이 있는 반면, 불교의 수행법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는 30% 이하로 재발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같은 시대적 흐름에 따라 최근 동국대에서도 불교와 의학을 접목해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불교와 의학에 관한 공동연구를 진행해온 동국대 의료원과 불교문화연구원이 ‘불교와 의학의 만남’을 주제로 봉축 학술세미나를 개최한다. 이번 세미나는 5월 28일 일산병원과 30일 한국불교역사기념관에서 1, 2차로 나뉘어 진행된다.
최근 수개월 전부터 일산병원의 의료진과 동국대에 몸담고 있는 불교학자들은 ‘불교의학연구회’를 결성하고, 정기적인 워크숍을 통해 불교와 한양방 의학과 어떻게 접목할 수 있는 지를 논의해왔다.
박인성 불교문화연구원장은 “최근 서구의 불교의학이 역수입되는 현상을 보면서 이러다가는 우리가 오히려 질질 끌려갈 수 있겠다는 위기감을 느꼈다”며 “불교대학이 있는데다 한방과 양방을 함께 진료하는 동국대가 불교 의학 연구를 선도해가야 한다는데 공감하는 관련 학자들이 모여 수개월전부터 워크숍을 열어왔다”고 밝혔다.
일산동국대한방병원 구병수 원장은 “이번 세미나 한번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세미나와 워크숍을 열고, 나아가 임상치료까지 확대해나갈 것”이라며 “혼신의 힘을 다해 불교와 의학을 접목하는 연구를 지속시켜나갈 것”이라고 각오를 다짐했다.
이번 세미나는 5월 28일 일산병원과 30일 한국불교역사기념관에서 1, 2차로 나뉘어 진행된다. 5월 28일 오후 2시부터 일산불교병원 5층 대강당에서 ‘불교와 의학의 만남-뇌, 경락 그리고 마음’을 주제로 열리는 제1부 학술세미나에서는 최첨단 의료연구 분야인 뇌신경과학, 경락 등과 불교의 심신 수행에 관계에 대한 연구성과를 소개한다.
박인성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장이 ‘불교는 왜 의학에 관심을 가져야 하나’를 주제로 기조발제를 하며, 이어 신의섭 한국과학기술원 교수가 ‘뇌 연구를 통한 마음의 이해’를, 소광섭 서울대 한의학물리연구실 책임교수가 ‘선과 경락 및 뇌신경 봉한시스템’을, 박문호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이 ‘뇌와 의식 그리고 불교’를 발표한다.
5월 30일 오전 9시 30분부터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불교와 의학의 만남-치유와 소통’을 주제로 열리는 제2부 세미나에서는 불교수행이 과학적 검증을 거치면서 심신치유의 기제로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중점적으로 검토한다. 또한 불교와 의학의 조화를 잘 보여주고 있는 티벳의학, 보완‧대체 의학과 불교간의 접점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예정이다.
구병수 동국대 일산한방병원장이 ‘의학적 관점에서 보는 불교’를 주제로 기조발제를 하며, 동국대 선학과 명예교수 인환 스님이 ‘불교계율에서의 의학과 건강법’을, 장현갑 영남대 심리학과 명예교수가 ‘불교수행과 심신치유’를 발표한다.
오후 1시부터는 이문성 한국분석심리학회장이 ‘선과 정신분석의 만남에 대한 소고’를, 강용원 마음향기한의원장이 ‘한국적 심리상담의 모색: 임상사례를 중심으로’를, 김재일 아주대 의대 교수가 ‘티벳의학에서 보는 마음, 질병 그리고 건강’을, 전세일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장이 ‘몸과 마음 그리고 심신의학’을 발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