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도 그들을 막을 순 없었다. 봄을 망각한 듯 내리는 차가운 빗줄기도, 허울 좋은 안전을 외치며 순례단을 밀어내는 경찰들도 대한민국의 심장부 수도 서울에 온전한 사람의 길을 전하는 오체투지순례단의 서울 입성을 막진 못했다.

사람‧생명‧평화의 길을 찾는 오체투지순례단이 지난해 순례를 시작한지 꼭 103일만인 5월 16일 남태령을 넘어 서울에 도착한 것이다.

전날 저녁부터 내리던 비는 16일이 되자 더욱 거세지며 순례단을 몰아붙였다. 온몸은 비에 흠뻑 젖고 체온은 떨어져가지만 순례참가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체투지를 이어갔다.

오전순례가 끝난 10시 30분 순례단은 시민사회단체들이 연대해 마련한 서울맞이 행사장인 과천관문체육공원 특설무대로 자리를 옮겼다.

오체투지순례단을 격려하기 위해 연단에 올라선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 스님은 “어진 부모는 자식이 잘못을 저지를 때면 자신의 종아리를 때리는 법”이라며“ 여기 세분의 종교인들도 마치 부모가 제 종아리를 때리듯 정부의 잘못을 대신 짊어지고 참회하기 위해 순례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륜 스님은 “지금까지 순례기간을 보면 눈먼 자도 귀가 없는 이도 알아들었을 텐데 여전히 자신의 잘못을 알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며 “얼마나 더 알려야 할지 모르지만 계속해서 함께 기도하자”고 당부했다.

서울맞이 행사가 끝나자 12시가 넘었지만 순례단은 점심을 잠시 미룬 체 순례의 길에 다시 들어갔다.

순례단과 서울입성을 함께하고자 과천관문체육공원에 모인 시민 1000여명이 거리로 나가 순례단의 뒤를 이었다. 순례진행단은 징을 치며 오체투지 신호를 보냈다. 오체투지를 함께 하는 이들도 있고 묵묵히 뒤를 따르며 기도하는 이들도 있었다.

드디어 서울의 관문 남태령 앞에 도착했다. 징소리는 빗속을 가로질러 남태령을 때렸고 다시 순례단에게 돌아왔다. 순례단은 징소리에 맞춰 일 배 일 배 온몸을 땅에 던졌다.

시간은 오후 2시를 넘어섰다. 남태령 정상을 목전에 두고 대열을 가다듬기 위해 잠시 쉬며 미뤘던 점심을 먹었다. 간단한 떡과 주먹밥이지만 순례단에게는 그 어떤 진수성찬에 비할 바가 아니다.

또 다시 징소리가 울리고 순례단은 서울을 향해 다시 오체투지에 임했다. 멀리서 남태령비가 보였다. 오전부터 차가운 빗속에서 진행한 순례인지라 체력이 많이 떨어졌던 순례단은 곧 서울이라는 말에 다시 힘을 내어 순례를 진행했다.

일 배, 일 배만 더 하면 서울이다. 드디어 순례단이 서울에 발을 들여 놓았다. 감격도 잠시 그들의 목표는 단지 서울이 아니기에 쉼 없이 오체투지를 이어갔다.

사람‧생명‧평화를 찾는 순례단이 서울에 들어서자 얼마 되지 않아 사람들이 평화를 가로막았다. 경찰들이 서울에서의 도로순례는 안전을 담보할 수 없기에 오체투지순례단 일부를 제외하고 인도로 들어갈 것을 재촉했다. 참가자들과 경찰들이 대치했지만 이내 참가자들은 평화를 택하며 인도로 올라가 다행히 큰 충돌은 없었다. 참가자들이 인도로 올라간 뒤 순례단은 조금 더 오체투지를 진행하고 16일 순례를 마쳤다.

불교환경연대 집행위원장 현각 스님은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동참했기 때문에 경찰에서 통제를 한 듯하다”며 “앞으로 순례를 비롯해 조계사 시국법회 등도 더욱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빗속을 헤치며 서울에 들어선 오체투지 순례단에게 통제라는 한 가지 시련이 더 밀려왔다. 서울에서의 험난한 순례가 예상된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도 막을 순 없을 것이다. 사람‧생명‧평화는 언제나 그러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