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눌은 종밀의 돈오점수와 대혜의 간화선을 하나의 체계로 통합시킨 인물이다. 지눌이 종밀의 사상을 계승한 것은 분명하지만, 종밀의 견해에서 더 나아가 하택의 입장까지 포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수행자들에게 혜능의 자성정혜에 대한 바른 안목을 갖게 하고, 이를 통한 정혜쌍수의 실천이 용이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5월 9일 숙명여대 수련교수회관에서 열린 불교학연구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지눌 선사상 형성에 미친 중국불교의 영향’을 발표한 충남대 김방룡 교수는 “지눌이 돈오점수와 간화선을 하나로 통합시켰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지눌의 저작 절요사기의 시작은 종밀의 법집을 설명하고 있지만 마지막은 대혜의 간화경절로 종결된다”며 “간화경절이 지눌 사상의 완성이라고 볼 수 있지만 지눌은 종밀의 사상을 도구로 활용해 자신의 사상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눌이 종밀의 견해가 공적영지와 마음의 성과 상, 불변과 수연의 구조를 잘 드러낸다고 판단했다”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김방룡 교수는 “지눌이 대혜의 간화선에 못지않게 종밀의 공적영지와 돈오점수의 이론을 적극적으로 채용했다”면서도 “종밀의 종파적인 태도에는 매우 주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방룡 교수는 “‘종밀은 본의는 말하지 않고 방편을 들어 논의하고 있어 후학들을 혼란에 빠뜨렸다’는 홍각범의 말을 지눌이 인용한 것으로 보아 종밀의 종파적 입장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음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방룡 교수는 “지눌이 이통현의 『십화엄론』의 사상을 『절요사기』에 반영함으로써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면서 “지눌은 화엄의 교의에는 돈오‧돈수의 이돈(二頓)과 교화를 받는 이의 이기(二機)가 갖추어 있기 때문에 깨달음은 해오(解悟)와 증오(證悟)에 통하고 그 닦음은 점수와 돈수에 통한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같은 내용은 돈점에 대한 논의 과정에 나온 대목으로 이통현의 사상을 끌어들여 징관의 견해를 비판하고 종밀의 견해를 옹호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방룡 교수는 또 “지눌은 스스로 철저한 수행을 견지하였지만 가르침을 펴는데 있어서는 그 대상과 관심과 능력을 주목했다”며 “이통현을 논함에 있어서는 이통현을 직접 내세우지 않고 종밀과 징관의 이야기를 활용했다”고 밝혔다. “이통현을 직접 내세우지 않은 것은 화엄가의 승려들이 이통현의 사상을 방계로 여기고 있어서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김방룡 교수는 “지눌의 중국불교 사상의 수용모습은 절요사기를 중심으로 보면 자신이 깨침과 관련이 있는 혜능‧이통현‧대혜 등에 대해서는 포괄적인 수용을 하고 있지만 종밀과 징관 등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수용을 하고 있다”며 “지눌이 중국불교의 영향을 받은 것은 자명하지만 중국불교와의 직접적인 교류에 대해서는 더 탐구할 문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