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불법(佛法)과 보살행

(사진=장명확)

삼재팔난 만나잖고 불법인연 구족하여(不逢八難 不缺四緣)

삼재(三災)란 인간이 9년 주기로 맞이하는 인생에서 위험한 시기를 일컫는 말이다. 9년이 지나가는 시점부터 3년간 별의별 재난을 겪는다는 것이다. 이를 별도로 삼재팔난(三災八難)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삼재에 해당하는 각각의 해는 들삼재, 눌삼재, 날삼재라고 한다. 즉 삼재 1년 차는 들삼재, 삼재 2년 차는 눌삼재, 삼재 3년 차는 날삼재가 된다. 들 눌 날, 각 삼재의 의미는 대략 이렇다. 들삼재는 삼재 주기의 시작을 알리는 단계로, 보통 큰 변화 없이 일상을 유지하는 시기이다. 이 시기에는 새로운 사건이나 변화가 시작되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눌삼재는 삼재 주기의 중간 단계로, 여기서는 어려움과 불운이 다소 증가한다. 흔히 변화와 도전이 필요한 시기로 본다. 날삼재는 삼재 주기의 마지막 단계로, 이 기간에 불운과 어려움이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변화의 종결과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시기로, 마치 말년병장 몸조심하듯 나가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삼재가 든 기간에는 천살(天殺), 지살(地殺), 인살(人殺)의 기운이 몰려 매우 위험하게 하므로 온갖 것으로부터 몸을 사리고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 삼재는 오늘날에도 고령층을 통해 후대로 전승되고 있으며, 20대 등 젊은 세대들도 ‘삼재란 재수가 없는 것’이라는 개략적 의미 정도는 이해하고 있다. 실제 이 삼재를 중시해서 들삼재에 해당하는 해에는 부적을 써 붙이거나, 부모님이나 조부모님이 부적 같은 것을 자녀나 손자의 방 안에 붙여두기도 한다.

삼재와 함께 등장하는 팔난은 손재·주색·질병 등 여덟 가지 근심을 말한다. 삼재가 드는 사람의 운과 관련하여 미치는 여덟 가지 재앙이라는 의미에서 ‘삼재팔난’으로 이해된다. 여덟 가지 재난은 ①손재(損財), ②주색(酒色), ③질병(疾病), ④부모(父母), ⑤형제(兄弟), ⑥부부(夫婦), ⑦관재(官災), ⑧학업(學業)이다. 이들 재난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와 연관된다. 삼재가 들었다는 불안감과 더불어 그로 인해 불미스러운 일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삼재풀이에 더 관심을 쏟은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에도 대개 음력 정월이 되면 새해를 안정되게 이끌기 위해 운수를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때 대표적인 액운으로 지목되는 것이 삼재이다. 정월에 신수를 볼 때 빠뜨리지 않는 것이 삼재 유무이다. 삼재의 유무는 간지법(干支法)만 알면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이산혜연선사가 ‘불봉팔난(不逢八難)’이라고 표현하였고, 운허스님이 ‘삼재팔난 만나잖고’라고 옮긴 이 내용은,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토속신앙적 삼재팔난과는 그 의미가 다르다. 수행자가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 공부에 전념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원력을 담은 발원문에 토속신앙이 끼어들 여지는 없기 때문이다. 

이산혜연선사발원문에 등장한 삼재팔난(不逢八難)은 불교적 의미의 삼도팔난(三途八難)을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삼도’는 삼악도(三惡道)로 불리는 세 가지 고통스러운 생존 상태를 말한다. ‘팔난’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기 어려운 8가지 장애를 말한다. 팔난은 지옥, 아귀, 축생(삼악도), 장수천(지나치게 긴 수명), 변방(불법이 없는 곳), 맹농음아(감각 장애로 법을 못 들음), 세지변총(세속적 지식에 빠짐), 불전불후(부처님이 계시지 않은 때에 태어남) 등이다. 삼도팔난을 만나지 않기를 발원한다는 것은 진리를 깨우치는 데 방해가 되는 극심한 고통이나 잘못된 환경에 처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삼도에는 삼선도(三善道)와 삼악도(三惡道)가 있다. 삼선도는 천상도(天上道, 하늘나라), 아수라도(阿修羅道, 아수라 = 싸움의 신), 인간도(人間道, 인간세계)를, 삼악도는 축생도(畜生道, 동물 세계), 지옥도(地獄道), 아귀도(餓鬼道, 아귀 = 굶주린 귀신)를 말한다. 욕계 육도를 악도와 선도로 나눈 것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삼도는 삼악도를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삼도는 악업을 쌓은 중생이 사후에 가게 되는 세 가지 험한 길 또는 장소를 의미한다. 삼도를 화도(火途, 지옥도. 뜨거운 불길 속에서 고통받는 곳), 혈도(血途, 축생도. 짐승들이 서로 잡아먹고 먹히며 피를 흘리는 곳), 도도(刀途, 아귀도. 칼과 같은 날카로운 고통이 있거나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곳)로 설명하기도 한다. 

불교에서 말하는 팔난(八難)은 불법 안에서 안정과 성장을 이루겠다는 바람이 내포된 용어이다. 그러므로 팔난은 부처님을 만나지 못하고 바른 가르침을 듣지 못하게 하는 여덟 가지 고난의 상황을 뜻한다. 불도(佛道) 수행을 방해하는 여덟 가지 어려움이란, 지옥에 태어나는 난[地獄難], 축생으로 태어나는 난[畜生難], 아귀로 태어나는 난[餓鬼難], 장수천에 태어나는 난[長壽天難], 변외에 태어나는 난[邊地難], 농맹아음(聾盲啞瘖)의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는 난[障碍難], 지혜가 너무 뛰어나서 겪는 난[世智辯聰難], 불세존이 출현하지 않은 시대에 태어나는 난[佛不出世難]이다. 지옥은 아주 큰 고통 때문에 수행할 마음을 낼 수 없고, 축생은 어리석음으로 인해 가르침을 이해하지 못하며, 아귀는 굶주림과 목마름의 고통이 심해 수행이 불가능하고, 장수천은 하늘나라의 즐거움에만 빠져 수행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며, 변지는 부처님이 나지 않는 변두리 땅에 태어나 법을 접할 기회가 없고, 농맹아음은 눈멀고 귀먹고 말을 못 하는 등 신체적 장애로 법을 보고 듣기 어려우며, 세지변총은 세상의 지식과 구변은 뛰어나나 교만하여 정법을 믿지 않고, 불불출세 즉 불전불후(佛前佛後)는 부처님이 출현하기 전이나 멸도하신 후에 태어나 직접 가르침을 받지 못한다.

결론적으로 삼도팔난(三途八難)은 불교에서 중생이 겪는 괴로움의 장소와 정법(正法)을 듣지 못하게 방해하는 8가지 장애를 뜻하는 용어이다. 특별히 대세지보살이 지닌 지혜의 광명은 일체 세계와 일체중생을 두루 비추어 삼도(三途)의 고통을 여의케 하고 위없는 깨달음을 향한 보리의 힘을 얻게 한다고 알려져 있다. 

운허스님이 ‘불법인연 구족하여’라고 옮긴 불결사연(不缺四緣)은 네 가지 불법(佛法)과의 인연, 즉 불법을 배우고 실천할 수 있는 네 가지 조건(예: 좋은 스승, 바른 신심, 청정한 환경, 꾸준한 수행 등)을 구족 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불법을 배우고 실천하는 데 필요한 조건과 환경이 모두 갖추어지길 바라는 염원이다. 

네 가지 인연은 이 밖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부모님이 생존해 계시고, 스승을 만나며, 도반(친구)이 있고, 수행할 장소가 갖추어진 환경으로도 설명된다. 그러나 그 조건들이 지향하는 공통점은 불법을 닦기에 부족함이 없는 모든 조건을 말한다. 불결사연은 특별히 정토교(淨土敎)에서 극락왕생을 위해 반드시 갖추어야 할 네 가지 필수 조건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첫째, 아미타불의 본원(本願)과 구원을 의심 없이 믿는 마음[信心]이 결여되지 않는 것이다. 둘째는 진심으로 극락세계에 태어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원심(願心)이 결여되지 않는 것이다. 셋째는 자신이 쌓은 모든 공덕을 극락왕생의 원인으로 돌리는 마음가짐[廻向]이 결여되지 않는 것이다. 넷째는 입으로 '나무아미타불'을 직접 소리 내어 부르는[稱名]이 결여되지 않는 것이다.  된다.

원순스님이 풀어쓴 『치문』에서는 네 가지 인연을 첫째 착한 벗을 가까이하는 것, 둘째 바른 법을 직접 듣는 것, 셋째 그 뜻을 곰곰이 생각하는 것, 넷째 말한 대로 수행하는 것[四緣- 親近善友 親聞正法 思惟其義 如說修行也]라고 설명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삼재팔난 만나잖고 불법인연 구족하여’는 불교 수행자가 재난 없이, 불법과의 인연을 굳건히 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발원구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