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비구스님이 태교를 가르친다?
5월 8일 어버이날, 오전 10시 성북구 안암동 중앙승가대 보육교사교육원 강의실. 젊고 잘 생긴 비구스님이 음악을 활용한 태교강의를 한단다. 그것도 절집에선 들어본 일이 없는 음악치료(Music Therapy)를 통해서. 젊은 비구승이 20대부터 60대까지의 주로 여성 원생을 대상으로 태교를 가르친다는 정보에 구미가 ‘땡’기는 것은 당연한 일. 부랴부랴 안암동 보육교사교육원으로 달려갔다.
보경 스님. 스님은 출가 전 대학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했다. 출가 이후 음악치료의 중요성을 깨닫고 숙명여대와 경희대에 개설된 음악치료 과정을 마쳤다. 음악치료는 인간의 잠재의식 속에 감추어져 있는 것들을 음악을 통해 치료하는 것을 말한다. 즉 음악적 심리치료로서 음악을 이용하여 신체적, 정신적, 감정적인 인간의 이상 상태를 교정하기 위한 일체의 활동이다. 음악치료는 신체 발달, 행동. 및 감각장애 등 거의 모든 장애에 적용되며, 치매, 재활, 종말기, 내과, 정신과 환자 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활용되고 있다
음악치료는 이미 기독교계에서는 매우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음악치료를 공부할 수 있는 숙명여대, 이화여대, 명지대, 한서대 등이 다 기독교, 또는 기독교 계통의 학교들이다. 대학 뿐만이 아니라 현장에서도 음악치료에 대한 기독교인들의 관심과 투자는 엄청나다. 반면 불교계는 불모지 그 자체다. 음악치료 전문가는 오직 보경 스님 딱 한 분이 있을 뿐이다. 그야말로 무소의 뿔처럼 홀로 고독한 정진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음악과 함께하는 수업시간 90분이 ‘후다닥’
“부모님 크신 사랑/ 어느 때나 끊길건가/ 이 목숨 다한 뒤/ 그때나 쉬실까∼”
계단을 통해 3층 강의실로 올라가는 중에 ‘부모님의 열 가지 은혜’라는 풍경소리 제작의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신세대 스님답게 노트북에 노래를 실어 학생들에게 들려주는 중이다.
“어떻습니까. 노래를 들으니 부모님 은혜가 느껴지세요?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길 부모의 은혜는 수미산보다 크다 했어요. 아마 다 갚지 못하고 죽을 겁니다.”
오늘의 강의 주제는 ‘태교’다. 음악을 통한 태교 방법을 장가도 못간 젊은 비구 스님이 하겠다니, 그것만으로도 흥밋거리다.
“태교 음악하면 여러분, 누가 떠오릅니까. 누구? 아, 모차르트. 그렇지요. 우리나라에서는 태교음악으로 모차르트 곡이 가장 인기가 많습니다. 왜 그런지 아는 분?”
보경 스님은 이어 모차르트의 ‘두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D장조 K488 제1악장 알레그로’를 들려준다. 잔잔한 음악이 졸리기도 하고 한편 감미롭기도 하다. 스님은 이어 아이를 영리하게 만드는 음악으로는 J.S 바흐의 음악이 좋다고 소개한다. 이유는 그가 음악가인 동시에 수학자이기 때문이라는 것. 치밀하고 완벽한 악보와 음악이 태아에게 수학적 능력을 계발해주는 효과가 있단다.
“장가도 안 간 스님이 어째 저렇게 아는 게 많다냐.” 학생들은 여기저기 수군거린다. 신기하고 재밌다는 표정들이다.
“여러분, 태교에서 음악이 왜 중요한지 아세요?”
“잘 몰라요.”
“그야 뻔하죠. 우리들 오감(五感) 가운데, 엄마 뱃속 양수 속에 있을 때 소리처럼 뚜렷한 영향을 주는 것은 없잖아요. 조금만 생각해보면 어머니 뱃속에서 빛이나 맛, 냄새보다는 소리가 제일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 수 있을 겁니다. 특히 양수는 물이므로, 소리의 파동을 가장 잘 전달해줍니다. 그래서 태교음악, 태교음악 하는 겁니다. 아셨죠?”
학생들은 저마다 고개를 끄덕인다. 태교 가운데 중 음악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90% 이상이라는 스님의 설명에 음악(소리)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새삼 절감하는 눈치다.
태교에는 국악, 그중에서도 영산회상의 최고!
보경 스님은 태교에는 모차르트도, 바흐도 좋지만 더 좋은 것은 국악(國樂)이라고 힘주어 강조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리 음악인 국악을 정작 모르고 있어 안타깝고 부끄럽다고 지적한다. 그리고는 영산회상 중 가장 많이 활용되는 ‘세영산’을 틀어준다.
“국악 태교음악 중 으뜸은 영산회상입니다. 영산회상, 들어보셨나요? 잘 모르시네요. 국악의 기본, 바탕이 되는 음악이 영산회상입니다. 부처님께서 영축산에서 법화경을 설법하실 때의 광경, 또는 염화미소 이심전심의 광경을 나타낸 음악이지요. 염화미소 이심전심이란 말은 그래도 한 두 번쯤 들어보셨을 같은데, 그런가요?”
“네, 그건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영산회상 음악 참 좋죠? 조금 생소하더라도, 내키지 않더라도 임신 중에는 이 영산회상을 자주 들어야 합니다. 왜냐? 태아들이 제일 좋아하는 음악이니까요. 정말입니다. 다 연구결과로 입증된 이야깁니다.”
이날의 음악치료 강의는 보육교사교육원 교과과목 중 보육과정의 한 부분이다. 앞으로 아기를 갖게 될 20대 초반의 미혼여성, 이미 할머니가 되었거나, 머잖아 딸과 며느리에게 태교를 가르치게 될 40∼50대 학생까지 스님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모든 내용이 피부에 와 닿기 때문이다.
“너무 재밌어요. 스님이 가르친다는 것도 신기하구요. 어려운 부분도 쉽게 예를 들어 잘 설명해주시니까 너무 좋습니다.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우경은(21)>
“제 아이들은 중학교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중이지만, 아이들 가정교육에도 정말로 큰 도움이 되요. 결혼 전에 이런 강의를 들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쉬움이 커요. 내가 왜 진작에 보육교사교육을 받지 않았나 후회스럽고요. 정말로 앞으로 아이를 낳을 아가씨들은 이런 교육을 꼭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피부에 와 닿아요. 그리고 젊은 스님께서 얼마나 아는 것이 많으신지, 놀랄 정도에요. 스님에 대한 서먹함도 사라졌고 존경심이 많아졌어요.”<이 법륜행>
“이 좋은 교육 결혼 전에 받았더라면…”
보육교사교육원에서 공부하면서 아이들과 가슴을 열고 처음 대화를 해보았다는 주부 학생, 이런 좋은 교육과정과 인연이 되어 정말로 부처님께 감사드린다는 40대 여성불자. 잠시 쉬는 시간에 만난 학생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대만족이다. 강의를 들으면서 미리 이런 좋은 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안타까움, 그리고 자녀에 대한 미안함으로 눈물을 흘리는 학생들도 있을 정도란다.
“한 아이를 가지려면, 정말로 시험을 봐서 통과한 사람들만 갖도록 해야 합니다. 태교는 임신 후부터 하는 것이 아니라 10년 전, 20년 전부터 해야 하는 중요한 교육입니다. 여러분 태교음악, 특히 국악, 그 중에서도 영산회상을 많이 들으세요. 아셨죠?”
“네∼”
보경 스님의 ‘강의 끝’ 선언과 함께 “고맙습니다.”를 외치는 예비 보육교사들의 얼굴마다 부처님을 닮은 미소가 활짝 피어올랐다.
*보경 스님은?
출가 전 대학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했다. 출가 전 쌓아뒀던 음악에 대한 재능과 내공을 출가 이후 복지포교 및 교육포교에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음악치료 과정을 숙명여대와 경희대 등에서 이수했고, 관련 대학원 과정을 졸업했다.
동국대 사회교육원에서 ‘음악치료’를 강의했고, 현재는 중앙승가대학교 부설 보육교사교육원에서 강의하고 있다. 다음 학기부터는 동방대학원대학교에서 강의를 할 예정이다. 또한 불교관련 복지관이나 교양대학에서 음악치료 과정을 설치하도록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톡톡 튀는’ 신세대 비구스님이다. 010)6301-187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