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남산 어딘가에서 본 동자승 마애불이 저런 모습이 아니었던가.’

수안 스님의 그림은 남산 삼화령의 미륵 동자를 연상시킨다. 마음의 때를 모두 벗고 어린아이의 천진한 모습으로 돌아간 선승의 모습을 스님은 동자의 모습으로 그려냈다.

모든 종교에서는 수행자의 참 모습을 어린아이에 비유한다. 예수가 어린아이와 같아야 천국에 들어갈 수 있다고 했듯이, 불교에서는 동자승, 아기부처가 등장한다. 특히 공(空)을 강조하는 선불교에서는 모든 마음의 때(無明)를 벗고 천진무구한 상태로 돌아간 상태를 어린아이의 모습에 비유한다. 세조가 만난 문수보살이 동자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천진무구한 동자들의 모습을 통해 선의 무심(無心)과 해탈을 표현해온 선화가 수안 스님이 그림전을 개최한다.

5월 13일부터 26일까지 2주간 관훈동 토포하우스에서 열리는 ‘그림 그리는 수안스님 그림전’에서는 시와 선화, 전각이 함께 어우러진 수안스님의 최신작을 80여점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 중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작품은 달마가 타고 왔다는 갈대잎을 동자승들이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짊어지고 가는 그림이다. 스님은 그 그림에 동심즉 불심(童心卽佛心), 어린아이의 마음이 바로 부처의 마음이라고 썼다. 아마 이 말이 스님이 동자승을 그리는 이유일 것이다.

선은 모든 권위나 인습, 훈습과 길들여짐에 대한 파격이고, 파괴이다. 법(dharma)을 실어나르는 뗏목의 메타포인 갈대를 어린아이의 해맑은 미소로 실어나르는 그 장면은 선이 지니고 있는 본래 면목을 아주 잘 드러내고 있다.

수안 스님은 이번 전시에 앞서 다음과 같은 인사를 전한다.

“진실과 희망, 그리고 환희를 우리는 같이 나누고자 합니다. 그림은 골방에서 그리지만 나눔은 밝은 곳에서 우리 이웃과 함께 하고 싶어서 전시회를 합니다. 마음을 비우면(空) 이 세상 모두가 극락세계임을 확신할 것입니다. 진실과 희망, 그리고 환희를 우리 이웃과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안 스님이 세상에 처음 그림을 선보인 것도 나눔의 의미를 실천하기 위함이었다. 불제자가 된 지 22년째인 1979년 이리역 폭발사고로 수많은 아까운 생명들이 세상을 떠나고 더 많은 형제들이 육체적 아픔에 신음할 때에 스님은 부산에서 이리 이재민돕기 선묵전에 처음 출품하면서 선화의 세계를 열어보였다. 이후 81년에 부산에서 첫 개인전을 연 스님은 선화가로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그로부터 4년 뒤 수안 스님은 프랑스 파리의 한국문화원 초대전을 하고 모나코 몬테카를로 현대미술전에 출품해 입상하는 등 유럽에 눈을 돌린다. 그리고 5년 뒤에는 프랑스 한국문화원 초대전을 열고 2년 동안 유럽에서 전시회를 갖기도 했다.

수안 스님의 선화는 익살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선(禪)이 추구하는 무(無)와 공(空)은 수묵화의 여백을 통해 표현되고, 깨달음은 해학적으로 그려진 선승들의 얼굴로 드러난다.

수안 스님의 그림에 등장하는 달마나 동자는 항상 가장 맑은 자비와 웃음으로 표현된다. 이것은 바로 선이 추구하는 해탈의 정신이다.

단지 마음을 비우라. 자신의 욕심을 버리고 이웃을 자기처럼 바라볼 때에 이 세상 모두가 극락이 된다는 아주 간단한 원리가 수안 스님의 그림 속에 들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