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4월 30일자로 중앙종회의원 사직서를 제출했던 것으로 알려진 대오 스님이 30일 오후 사퇴 의사 철회서를 제출하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합천 연호사 주지 진각 스님은 4월 3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문중 내부의 합의에 따라 중앙종회의원 대오 스님이 4월 30일부로 의원직을 사퇴하기로 했다”며 대오 스님의 인감이 날인된 친필 사직서를 종회사무처에 제출했다.
이날 진각 스님은 “2년 6개월전 대오 스님과 내가 해인사 원당암 대표로 종회의원 후보로 나섰을 때 끝까지 합의가 도출되지 않자 대오 스님이 우선 2년 반을 맡기로 하고 후반기 1년 반은 내가 맡기로 합의했다”며 이는 “해인사 당시 주지였던 현응 스님과 현 주지 선각 스님(당시 종정예경실장), 유나 원각 스님, 율주 종진 스님 등으로 이루어진 조정위원회에서 합의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진각 스님은 또 “당시 대오 스님이 (흥국사 주지 문제 등의 이유로) 1년이 더 필요하다고 했지만 내가 그것은 안된다고 해서 결국 2년 6개월로 합의를 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오 스님은 사직서가 제출됐다는 소식을 들은 직후 팩스로 종회사무처에 사퇴철회서를 제출하고, 곧이어 사무처를 방문해 “진각 스님이 제출한 종회의원 사퇴서는 본인의 동의 없이 제출된 것으로 법적 효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아직까지 (나는) 사퇴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오 스님은 “진각 스님에게 친필 사직서를 써 준 것은 사실이지만 내 동의 없이 사직서가 제출된 것은 인정할 수 없다”며 “2년 6개월전 쓴 사직서는 법적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대오 스님은 “사직서를 쓰면 2년 6개월 뒤에 자동으로 종회의원직이 박탈되는 줄 알았는데, (종회의원이 되고 난 후) 알고보니 그 사직서가 종헌종법상으로는 아무런 효용이 없다는 걸 알게 됐다”며 “2년 6개월 뒤에 물러나가겠다고 한 것은 당시 워낙 진각 스님이 강경하게 나왔기 때문이었고 지금으로서는 종회의원직에서 물러날 뜻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대오 스님은 또 “진각 스님이 내가 물러나면 마치 자신이 그 자리를 이어받을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진각 스님이 내 후임으로 종회의원이 될 가능성은 0.1%도 없다”며 “그 사이 (해인사) 주지도 바뀌었고 또한 종회의원이 새롭게 선출되려면 공개적으로 후보자를 모집해야 하는데, 누군들 나서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진각 스님이 후임 종회의원이 된다는 보장이 있다면 물러날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대오 스님은 “내가 보기에는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고, 만약 해인사 주지가 그렇게 생각한다 해도 이 시점의 해인사 분위기를 생각해봤을 때 불가능할 것”이라며 “이런 상태에서 무작정 종회의원을 그만둘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진각 스님은 “대오 스님이 종회의원에 연연해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펼치며 문중의 합의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중앙종회의원직을 둘러싼 두 스님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해인사 측의 적극적인 조정 역할이 불가피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