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기시대 동굴유적인 충북 제천의 점말동굴에서 30년 전에 출토된 석가탄생불이 처음으로 공개된다. 또한 점말동굴 재조사 과정에서 신라 화랑 무리가 남긴 것으로 보이는 각자(刻字·돌에 새긴 글자)가 무더기로 확인돼 그 성과도 발표된다.

충북문화재연구원(원장 장호수)은 1973~80년 총 7차례에 걸쳐 연세대박물관이 조사한 점말동굴을 재조사하는 과정에서 신라시대 각자를 암벽 곳곳에서 확인했다고 27일 말했다. 연구원은 28일 제천시 영상미디어센터에서 ‘화랑의 장(場) 점말동굴, 그 새로운 탄생’이라는 주제로 개최하는 학술대회에서 1970년대 동굴 앞 광장에서 수습한 탄생불상을 공개한다. 현재 연세대박물관이 소장한 이 탄생불을 검토한 김춘실 충북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는 “재료가 돌이며, 하늘을 가리키는 손이 오른손이 아닌 왼손이고, 커다란 광배와 넓은 대좌를 갖췄다는 점에서 다른 탄생불과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 불상은 전체 높이 17.3㎝, 하부 폭 9.4㎝, 상 높이 11.2㎝이며, 대좌의 앞뒤 폭은 6.8㎝다. 이 석조탄생불상(石造誕生佛像)은 통일신라 말기나 고려전기에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 이 불상은 일반적인 탄생불상은 금동상인데 반해 석상이라는 점, 탄생불과 달리 왼손을 들고 있다는 점 등이 특징이다. 광배와 연화대좌의 폭이 넓어서 예배상으로서의 안정된 형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점말동굴에 절이 세워졌던 사실을 확인해 주고 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점말동굴 내부 곳곳에서 확인한 신라시대 각자에 대한 조사 성과도 발표된다. 충북문화재연구원에 따르면 점말동굴 재조사 과정에서 발견된 각자를 분석한 결과 점말동굴은 신라시대 화랑들이 다녀간 유적지로 추정된다.

동굴 입구 암벽에 새겨진 '禮府(예부)'는 교육과 의례를 관장했던 신라의 관청명이고, '金郞(김랑)', '祥蘭(상란)' 등 옛 화랑들의 이름도 새겨져 있다. 특히 일부 화랑 또는 낭도(郞徒)의 이름은 울주군 천천리에서도 발견된 적이 있고, 각자 주변에 행(行)자가 있어 이들이 점말동굴을 다녀갔음을 표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연구원은 밝혔다.

이도학 한국전통문화학교 교수는 제천지역은 화랑도에 관한 전승이 몰려 있는 곳으로 6세기 중반 제천 지역을 자국의 영토로 복속시킨 신라인들의 기세 속에서 점말동굴의 화랑각자(花郞刻字)가 지닌 역사적 의미를 다각도로 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970년대에 구석기시대 유적으로 확인된 점말동굴은 이번 학술세미나를 통해 '화랑의 장(場)'으로 새롭게 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제천시는 밝혔다.

시 관계자는 학술세미나에서 제시되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점말동굴에 대한 역사적 의미를 조명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점말동굴은 1973~1980년까지 모두 7차례에 걸쳐 연세대 박물관이 발굴한 구석기시대 동굴유적으로 현재 충북도 기념물 제116호로 지정, 관리되고 있다.

<화랑의 장 점말동굴, 그 새로운 탄생> 세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