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왕보살(藥王菩薩)의 가피력으로 불치병을 극복 목숨을 구하고, 여러 인연 있는 사람들이 겪고 있는 병고를 기를 통해 덜어주는 영험 있는 거사가 있다. 그 주인공은 능인 김철영(58) 거사. 대전 유성구의 그린벨트 안 농가에 집을 짓고 사는 그는 한 때 출가생활을 하기도 했던 이력의 소유자다.
약왕보살(Bhaiajya-rāja)은 불교에서 중생들의 심신의 병고를 구완하는 보살이다. 모습은 머리에 보관을 쓰고 머리칼은 보발과 수발(垂髮)을 갖추었으며, 천의를 걸치고 영락으로 장식한 몸은 아침 햇살처럼 눈부시다. 왼손은 주먹을 쥐어 무릎에 얹고 오른손으로는 구름 위의 태양을 가리킨다. 왼손은 정(定), 오른손은 혜(慧)를 상징한다.
《관약왕약상이보살경》에 보면 이 보살의 본연(本緣)에 관한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과거 한량없고 가없는 아승지겁에 유리광조불이 있었다. 그 나라 이름은 현승번(懸勝幡)이고, 부처님이 열반에 드신 후 상법의 시대에 일장(日藏)이라는 비구가 나타나 대승의 위없고 청정하며 평등한 지혜를 설법하였다. 그때 청중 가운데 성수광장자(星宿光長子)가 이 가르침을 듣고 마음이 너무나 기뻐 설산 중에 나는 양약으로 일장비구와 제자들을 공양하였다. 그리고는 그 공덕으로써 보리로 회향하여 어떤 중생이든지 자기 이름을 들으면 병고가 완전히 사라지게 해 달라는 서원을 세웠다. 장자에게는 또 전광명이라는 아우가 있었는데, 형과 함께 미음과 양약으로 일장비구와 일반 대중들을 공양하며 큰 보리심을 발하여 마침내 원대로 성불하였다. 그때 대중들은 성수광장자를 약왕, 전광명을 약상이라 찬탄하였으며, 이것이 그대로 보살 명호가 되었다.”
약왕보살은 모든 원을 성취하고 성불하면 정안(淨眼)여래가 되고, 약상보살은 정장(淨藏)여래가 된다고 한다. 《법화경》〈약왕보살본사품(藥王菩薩本事品)〉에는 “과거 한량없는 항하사수겁에 일월정명덕불(日月淨明德佛)이 출현하여 4만 2천 겁 동안 이 세상에 머물면서 중생을 교화하였다. 그에게는 수많은 보살·성문 제자들이 있었는데, 그 중 부처님의 혜명을 이어간 보살비구가 1만 2천 년 동안 이 부처님 처소에서 용맹정진하여 현일체색신삼매(現一切色身三昧)를 얻은 일체중생희견보살(一切衆生喜見菩薩)이다. 이 보살은 나중에 석가모니 처소에 약왕보살로 출현한다”고 하였다.
능인 거사가 약왕보살의 가피를 입었다는 소문을 사전에 듣기는 했으나, 누구든 일단 한번 보기만 하면 몸에 어떤 병이 있는가를 알아내고, 자신이 수련해 얻은 기 운행 능력과 약왕보살의 가피지묘력을 통해 병고를 덜어준다는 이야기를 선뜻 믿기는 솔직히 어려운 일이다. 사실 이런 경우는 직접 만나더라도 <약왕보살본사품> 독경으로 얻었다는 가피력을 확인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결국 능인 거사를 소개한 분들과 함께 대전을 향한 이유는 솔직히 내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어떤 진단을 내리는가, 그리고 한편으로는 내 몸의 상태가 지금 어느 정도인가를 알고자 함이었다. 사실 현대인들 치고 몸이 성한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97년경 간암 말기 진단을 받고 당시 서울대병원으로부터 6개월의 시한부 생명 통보를 받았던 그는, 자신의 출가처인 지리산 화엄사로 찾아가 스승을 친견했다고 한다. 그러자 스승은 ‘태백산에 가서 기도를 해라, 부처님과 불보살님들의 가피력을 마지막 의지처로 삼고 죽기로 기도정진을 하는 길밖에 없다’고 일러주셨다는 것이다.
능인 거사는 그길로 태백에 있는 현불사로 갔고, 그곳에서 불승종 종정인 설송 스님의 배려로 기도를 할 수 있었다. 그가 기도를 한 곳은 현재 현불사 종각이 세워진 자리. 죽기살기로 기도정진을 하며 법화경의 ‘약왕보살본사품’을 책이 닳아 헤어질 정도로 읽고 또 읽었다. 그러던 어느 날 좌선에 들어 있을 때, 홀연히 산마(山魔)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뿔이 셋 달린 괴물 형상의 산마가 거사의 팔을 끌고 가려고 거칠게 달려들어, 저항을 했지만 산마를 당해낼 수는 없었다는 것. 그 순간 어디선가 물고기 모양을 한 창이 산마를 향해 날아와 큰 나무에 꽂혀 흔들렸고, 이에 놀란 산마는 혼비백산 산으로 도망을 쳤다는 것이다.
도량 신장님의 도움으로 산마로부터 벗어난 그는 그 순간 종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뎅, 뎅∼ 범종은 12번을 울렸다. 그리고는 눈앞에 무지개가 떠오르고, 그 무지개를 타고 약왕보살이 나타나서는 거사를 인도해 어디론가 가는 것이었다. 휘황찬란한 곳에서 능인거사는 여러 불보살님들을 친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약왕보살은 거사를 인도해서 어디론가 가더니, 한 할아버지에게 넘겨주었고, 엉겹결에 절을 하고는 할아버지를 따라 갔다는 것. 할아버지는 자신이 상백(태백산의 높은 곳)에서 산다고 알려주었고, 그런 일이 있은 이후 그는 더욱 더 기도에 몰두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그는 기를 몸 안에서 자유자재로 운행하는 경지를 터득했고, 사람들을 보면 그가 않고 있는 병고를 알아내고, 그 고통을 줄여주는 방법까지 알게 되었다. 모두가 약왕보살이 보내주신 가피력이라고 그는 굳게 믿고 있다.
물론 그가 병고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해주는 처방은 세속적 치료행위가 아니다. 그의 얼굴을 보고 손의 맥박을 짚어본 후 자신의 기를 불어넣어 줌으로써, 상대의 기운을 살려주는 지극히 자연적인 치유방법이라고 할까. 아마도 거기에 약왕보살로부터 받은 신통한 힘이 병고를 덜어주는 놀라운 결과를 낳는 것이 아닐까. 이를 입증이나 하듯 그는 매일 수십 독씩 약왕보살본사품을 읽는다. 벌써 몇 권의 책이 다 헤져 책을 바꿨고, 최근에는 노안이 와서 글씨가 큰 경책을 다시 구했다. 법화경 책 중에서 특히 약왕보살본사품 부분은 손때가 까맣게 묻었다.
기자를 처음 본 능인 거사는 손목을 잡고 맥을 짚더니, 한마디를 툭 던진다.
“간의 상태가 좋지 않군요. 간이 좋지 않은 것은 알고 계시죠?”
“네, 간에 약간의 문제가 있다는 것은 건강검진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만. 그걸 어떻게 아셨죠?”
“하하. 그건…. 지금부터 조심해야 합니다. 그리고 관리를 해야 회복시킬 수가 있어요.”
그리고는 대답대신, 그는 나의 손을 잡고는 눈을 감고 집중하는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는 가끔씩 트림을 크게 터뜨렸다.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은 무엇이냐고 물으니, 좋은 기운을 불어넣고 나쁜 기운을 빨아들여 버리는 것이란다.
“지금 기자님의 간에는 화기가 가득 차 있습니다. 왜 극도의 스트레스나 화가 돋워지면 애간장이 탄다고 하지요. 그런 상태예요. 그 화기를 털어내야 합니다. 기운을 돌려 간에 어린 화를 털어내고 있는 중입니다.”
그렇게 몇 분 동안을 했을까. 거짓말처럼 가슴이 후련해진다. 다 털어버렸다고 생각했던 화기가 아직도 나의 가슴속에 남아 있었음을 그의 진단을 통해 알게 된 것이다. 그 마지막 남았던 찌꺼기마저 나는 그 순간 털어버렸다.
마치 박하사탕을 먹은 듯한 느낌이라고 할까. 그래서인지 소화도 잘 되고, 뱃속도 편안해졌다. 단순히 기 순환으로 나타난 현상은 아닌 듯하니, 아마도 약왕보살의 가피력이 작용한 듯하다. 기 순환을 몇 번 더 하게 되면 아주 건강해질 수 있다는 능인 거사의 얼굴에는 확신 같은 것이 들어차 있었다.
이처럼 기를 운행하는 특별한 재주와 약왕보살이 내려준 특별한 힘을 갖고 있는 능인 김철영 거사는 요즘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입소문으로 능인 거사를 알게 된 사람들이 날마다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은 물론이고, 유명한 목사와 같은 타종교인들도 찾아온다. 이들 중 몇몇은 능인 거사의 권유로 불교에 귀의하기도 했다. 뿐만이 아니다. 참선수행을 하다가 기 운행을 잘못해 상기병을 앓는 스님들, 이름만 대면 누구다 다 알만한 큰스님들까지 능인 거사를 찾아온다.
그러나 그의 바람은 병고중생의 고통을 덜어주는 데 있는 것만은 아니다. 조만간 집 2층을 선방을 차려 참선수행을 하고자 하는 불자들과 일반인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자신이 얻은 가피를 모든 중생들에게 회향하고자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능인 거사. 그는 지금의 삶이 덤으로 사는 인생인 만큼 건강이 허락하는 한 모든 이를 위한 삶을 살아가겠다고 밝혔다. 마치 약왕보살이 그랬던 것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