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차를 심다
지장은 광제사에 머문 지 8개월 만에 떠났다. 광제사에서 귀지 땅까지는 쉬지 않고 걸어서 한나절이 걸리는 거리였다. 마침 차마茶馬의 행령이 구름 같은 안개를 뚫고 경호를 지나가고 있었다. 안개속에서 갑자기 나타난 차마들은 장관을 이루었다. 차가 가득 감긴 마대를 잔등에 실은 10여마리의 말이 앞지르고 뒤에는 거마를 탄 상인이 채찍을 휘두르고 있었다. 차마들은 경호에서 뿜어대는 안개를 밀쳐내며 귀지 땅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차마 행령이 지나가는 동안은 말발굽 소리와 말방울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모두 거리로 나와 짙은 안개 속으로 느릿느릿 사라지는 차마들ㅇ르 구경했다. 사람들은 차마의 상인을 마바리꾼이라고 불렀다. 마바리꾼들은 차장사를 하기 위해 사천성에서 강서성까지의 험한 길을 오가곤 했다.
지장은 운좋게 거마를 얻어 탈 수 있었다. 차마를 이끄는 마바리꾼 우두머리가 광제사에 들러 기도하라 때 부탁을 해두었던 것이다. 마바리꾼들은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할 때 대부분 절을 찾곤 했다. 차를 몇 근만 시주하면 절에서는 대환영이었다. 그만큼 차는 절에서 귀중한 물건이었고, 어떤 현령은 불로소득의 차를 반드시 신고하도록 명령했고 의심이 가면 압아押衙를 파견하여 절의 창고를 샅샅이 뒤지기도 했다.
지장은 귀지의 석모촌에서내려 처사 고제高齊집을 찾았다. 고제는 광제사 신도로서, 지장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고제의 아내는 흙이 드러난 거실 한편 아궁이에서 잔가지로 찻물을 끓였다.
“스님께서 계실 만한 곳을 찾아보았습니다. 제 소견으로는 구자산을 권하고 싶습니다. 이 부근에서는 황산과 견줄 만한 명산이옵니다.”
구자산이라 하면 훗날 이백이 청양 현령과 함께 들러 다음과 같이 노래한 후부터 구화산으로 불리게 된 산이었다.
옛날 구강 위에서 멀리 구화봉을 바라보니
은하수 푸른 물에 아홉 송이 연꽃이 피었네.
昔存九江上 搖望九華峰
天河柱綠水 秀出九芙蓉
이처럼 이백이 아홉 봉우리가 아홉 연꽃 같다고 노래한 후부터 구자산은 구화산으로 불렸다. 고제는 지장의 선정력이 광제사의 어떤 승려보다도 뛰어났기 때문에 마음속으로 몹시 존경하고 있었다.
지장이 차를 마시는 동안 선청은 문 밖에서 고제의 아내가 준 감자를 맛있게 먹었다. 사발에 담긴 물까지 핥아먹은 선청은 거실로 들어와 고제와 차담을 나누고 있는 지장 옆에 시위병사처럼 앉아 두리번 거리기만 했다. 고제는 구화산에 대해서 자신이 알고 있는 이런 저런 얘기를 지장에게 들려주었다. 구화산은 은둔하여 수행하기에는 명산 중의 명산이나 흠이 있다면 도교의 텃세가 심하여 그게 걱정이라고도 말했다. 이미 도교의 성지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계속>
글 정찬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