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미디어붓다>에 서광 스님의 글을 심심찮게 인용해 올리곤 한다. 그런데 왜 서광 스님의 글을 보면 이를 기사로 만들지 못해 ‘안달’을 하는 것일까. 그 답을 생각하면서 기자는 빙그레 미소를 짓곤 한다. 이 좋은, 아니 신선한 메시지를 보다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은 기자적 본능일수도 있고, 더 나아가 많은 이들에게 불교의 바른 신행방법, 또는 현재 서구에서 진행되고 있는 과학과 심리학 등 학문적 토대 위에서 보다 진전된 형태로 이뤄지고 있는 새로운 불교의 경향을 알려야 한다는 의무감이 뒤섞여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에도 기자는 월간<불광> 5월호를 받아보기가 무섭게 서광 스님의 글부터 펼쳐 읽었다. 그리고는 채 1분의 시간이 지나기 전에 기사를 작성에 들어갔다. 부처님오신날이면 늘상 갖가지 지면에 제공되는 어떤 큰스님들의 인터뷰 대담기사들보다도 더 큰 울림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불교의 핵심은 연기법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연기법을 깨닫기 위해서 부처님이 하셨던 고행이나 수행을 반복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이미 부처님이 발견해 놓으셨기 때문이다.”

하긴 그렇지 않은가. 다소 생경하게 들리는 분도 없지 않을 것이지만, 서광 스님의 이 말씀은 당연한 사실이다. 어떤 목적지로 가기 위해 이미 잘 뚫린 길이 있다면 그 길로 잘 찾아가면 되는 것이지,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 공연히 산과 들을 헤맬 필요가 없는 이치와 같다.

연기법의 실천, 즉 십선법의 실천은 깨달음으로 가는 수행 그 자체이면서 동시에 모든 중생들이 실천해야 할 덕목이다. 따라서 연기법의 실천이 수행과 동떨어진 것은 결코 아니다. 또 연기법은 깨닫는 것이지 실천할 덕목이 아니라는 반론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서광 스님의 지적은 모든 걸 다 접고 오로지 수행 일변도로 빠지는 극한에 대한 경계인 것이니 지나치게 따질 일도 아니다.

서광 스님의 언급은 예서 더 이어진다.

“우리는 그냥 그 연기법을 실천만 하면 된다. 연기법은 우리는 서로 의존적인 존재인지라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가르침이다. 그러기에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고 말하는 모든 것들은 곧바로 주변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들의 뇌에 영향을 미치고 그들의 몸에 영향을 미친다.”

서광 스님은 이어 “억지 같이 들릴지도 모르지만 대승불교가 연기법을 깨달은 연각승보다는 십선행을 실천하는 보살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인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표현은 ‘인지도 모른다’라고 유연하게 돌아갔지만, 사실 이 대목에서 스님은 각자의 행동은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직접 영향을 주기 때문에 서로의 건강과 뇌에 선한 마음의 종자를 심기 위해서 십선행을 실천해야 한다고 확신하고 있다. 연기나 공, 무상은 깨달아야만 하는 것들이 아니라 실천해야 하는 것들이라는 것이다.

연기적 세상이기에 십선행의 실천이 중요하다고 역설한 서광 스님은 사실 이 말씀 이전에 ‘뇌 과학이 발견한 불교의 핵심메시지’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과학잡지 ‘익스플러(Explore)'에 실린 리처드 데이빗슨 인터뷰를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리처드 데이빗슨은 명상수행과 뇌과학 영역을 주도하는 학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 인터뷰에서 데이빗슨은 “마음 훈련을 통해 뇌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음을 밝힌다. 어린 시기에 뇌가 한번 형성되면 더 이상 변화하지 않고 고정된다는 기존의 통설을 뒤집는 획기적인 사건이다. 또한 사람들이 뇌의 극히 일부분만 사용하고 대부분의 뇌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통설도, 우리는 항상 모든 뇌세포를 사용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통해 뒤집어 버린다. 따라서 똑똑하고 둔하고의 차이는 뇌의 사용량의 차이가 아니라 누가 더 효율적으로 뇌를 사용하느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일종의 진화의 개념인데, 명상수행을 통한 뇌의 변화는 아주 짧은 시간에 일어날 수 있으며 교육을 통해서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서광 스님은 이같은 ‘익스플러’의 데이빗슨 인터뷰 기사를 인용해 “명상의 효과와 관련해서 뇌과학이 발견한 위의 세 가지 사실들은 불교의 핵심 메시지를 그대로 담고 있다”고 말한다. 즉 첫째, 의지와 노력으로 얼마든지 바꾸고 변화시킬 수 있으며, 둘째, 명석함의 차이는 집중의 문제이므로 명상수행을 통해 그만큼 삶의 질과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고, 셋째 깨달음은 순간순간 일어날 수 있고 그런 일상의 깨달음이 결코 시시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서광 스님이 다음과 같은 결론은 고행처럼 철저한 안거수행을 강조하는 한국불교의 선 수행 전통에서는 일면 달갑지 않게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그런 이유로 불교수행에서 멀어진 채, 십선행보다는 기복에 쏠렸던 다수 대중들에게는 일종의 광명처럼 다가올지도 모른다.

“그냥 (불교를) 일상에서 실천만 하면 된다. 그래서 많은 조사스님들이 일상이 도이고, 평상심이 도며, 행주좌와어묵동정이 모두 도라고 하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