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간 온갖 규제를 받으면서도 제대로 자주권, 재산권 한번 제대로 주장하지 못했다. 국립공원 가운데 국유지는 52%에 불과한데 그것을 국가에서 무조건적으로 통제하는 동안 사찰은 온갖 피해를 고스란히 입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사찰의 권익을 되찾을 수 있도록 의견을 모으기로 하자.”
국립공원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조계종이 대책기구를 마련하고 적극적인 대처를 하기로 결의했다. 조계종은 4월 17일 오후 2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국립공원제도개선 촉구 및 문화유산보전을 위한 긴급회의를 열고 종단의 대책마련을 강구했다.
조계종 집행부와 중앙종회 분과위원장, 국립공원 사찰 주지 등이 참가한 이날 회의에서 조계종 스님들은 국립공원 제도가 지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과 대정부 요구사항들을 논의했다.
이날 총무원장 지관 스님은 “행정적인 간섭이 너무 많은데다 문화재보호법, 전통사찰관리법 등 여러 군데 분산된 법 체계가 사찰 관리에 크나큰 불편을 끼치고 있다”며 “시간이 얼마나 걸리더라도 이번에는 제대로 문제를 해결해 우리의 권리를 되찾자”고 당부했다.
조계종의 대정부 요구사항은 크게 행정적 조치와 입법 조치 두 가지로 나뉘어진다.
행정적 요구사항은 △국립공원은 국립이라는 용어에 맞게 국유지를 대상으로 할 것 △사유지는 국립공원구역에서 제외하고, 전통사찰 지역은 문화유산지역으로 지정해 문광부(문화재청)에서 관장할 것 △문화유산지역과 사유지를 제외한 국립공원은 전담기관을 환경부에서 산림청으로 바꿀 것 등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또 입법적으로 자연공원법, 문화재보호법, 전통사찰보존법 등 사찰과 관련된 여러 법안들을 하나로 묶어 문화유산보전법(가칭)으로 일원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대책회의에서 참가자들은 정부의 국립공원 정책에 지속적ㆍ상시적 대응을 펼쳐나갈 대책위원회 구성을 결의했다. 대책위원회 기구 구성과 활동은 총무원에 권한이 위임됐으며, 다음 주 중 1차 회의를 열어 위원장 및 실행위원을 임명할 예정이다.
조계종 총무원은 부처님오신날 이전에 정부의 국립공원정책 부당성과 사찰 사유권 침해사례를 묶은 자료집을 전국에 배포할 계획이며, 참가자 스님들에게는 부처님오신날 각 사찰을 방문하는 정치권 인사들에게 국립공원 정책의 부당성을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지관 스님은 이날 화엄사 주지 종삼 스님과 법주사 주지 노현 스님에게 각각 화엄사와 법주사의 '사찰림 임야현황도'를 전달했다. 임야현황도는 사찰 주변의 임야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도면으로, 조계종이 산림청으로부터 제공받은 것이다. 조계종은 각 사찰이 소유 임야를 파악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산림청으로부터 임야현황도를 제공받았다.
조계종은 또 청와대와 국무총리, 국회 등과의 면담을 통해 조계종의 입장을 설명하고, 부처님오신날 이후에는 시민문화ㆍ환경단체와의 토론회를 통해 여론을 이끌어 나갈 방침이다.
한편 이날 회의 참가자들은 갓바위 케이블카 설치를 적극 반대하고, 용주사 인근에 정조효행유적지 보존 및 효공원 조성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