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정치를 통해서만이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고, 야당으로서 견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21세기에 신과 정치가 합일되는 신정정치라니, 이 시대의 대통령이 파라오라도 되길 바란다는 것인가. 이 기막힌 말은 목사나 신부, 혹은 스님의 입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민주당 김진표 의원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다.

4월 15일 오전 7시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부활절 찬양예배에서 민주당기독신우회장인 김진표 의원이 신우회 소속 의원 및 당원들 200여명 앞에서 전한 인사말이다. 김진표 의원의 발언은 기독교 인터넷언론 ‘뉴스엔조이’가 15일 예배소식을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뉴스엔조이에 따르면 김진표 의원은 또 “민주당기독신우회도 하나님을 기쁘게 하는 정치,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예배에서 설교를 담당한 소강석 목사는 ‘신정 정치인이 되자’라는 제목으로 설교하며 “다윗은 무슨 일이 있을 때 늘 하나님과 의논했고, 하나님을 기쁘게 했다. 다윗의 직업은 정치꾼이다. 어떤 정치인이냐. 그는 하나님 마음에 합한 신정 정치꾼”이라며 “다윗과 같은 인물이 되자”고 독려했다고 뉴스엔조이는 보도했다.

이같은 발언이 알려지면서 불교계는 상당히 불쾌해하는 분위기다. 물론, 하나님을 기쁘게 하는 일이 바로 국민들을 기쁘게 하는 일이고, 기독교를 믿는 사람답게 도덕성 있고 사리분별 있는 정치를 해야 한다는 그 말의 취지까지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기독교 중심 정치성향을 비판한 8∙27 전국불교도대회가 열린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대통령의 종교편향적 인사에 대해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현 시점에서 야당의 한 의원이 한 발언치고는 적절치 못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신정정치만이 야당으로서 견제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말은 또 무엇인가. 소망교회를 중심으로 편성된 한나라당의 종교편향적 인사에 대해 그토록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던 민주당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단 말인가.

이에 대해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배병태 사무국장은 “하나님이 기뻐하는 정치, 국민이 눈물 흘리지 않는 정치라고 이야기 하지만, 종교와 정치가 분리되지 못한 정치는 국민이 불쾌해하고 눈물을 흘리는 정치”라며 “이런 내용에 동조한 국회의원들은 헌법을 다시 공부하라”고 비판했다. 배 사무국장은 또 “개인적으로 종교적 신앙을 표현할 수 있으나 신정정치를 운운한 것은 정치인으로서 아주 적절치 못한 발언이었다”고 덧붙였다.

신정정치란 모세가 유대인들을 데리고 홍해를 건널 때, 다윗이 골리앗을 치던 때에 쓰이던 말이다. 제사장과 국가 통치권자가 동일인물이고, 국민이 몸과 정신을 다해 그들을 섬기던 시대를 지칭하는 그 말이 민주당의 한 의원 입에게 나왔다는 사실은 한국의 정치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