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최초의 사찰 흥륜사 터로 추정되는 명문 기와가 발견됐다.
국립경주박물관(관장 이영훈)은 경주시 사정동에 위치한 경주공업고등학교의 배수 시설 설치 공사 과정에서 발견된 유물들 가운데 ‘흥륜사’로 추정되는 명문을 새긴 수키와편을 확인했다고 3월 5일 밝혔다. 기와의 볼록한 등에 ‘□(王?)興□’라는 명문이 세로로 남아 있는데, 이 명문이 신라 최초의 사찰인 흥륜사와 관련되는 증거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10.7cm×5.7cm 크기의 수기와편에 새겨진 ‘興’자는 최근 발굴 조사된 부여 왕흥사지에서 출토된 ‘興’자와도 거의 동일하다. ‘興’자의 위 아래에 쓴 글자는 극히 일부분만 남아 있어 정확한 판독은 어려우나, 윗글자의 경우 아래 부분이 ‘ㅗ' 형태로 남아 있어 ‘王’자로 추정된다. ‘王’자가 맞다면 ‘王興’으로 읽을 수 있으며, 진흥왕이 ‘大王興輪寺’라는 이름을 내렸다는 『삼국유사』의 기록으로 보아 ‘興輪寺’를 가리키는 명문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진흥왕 5년(544년) 완성된 신라 최초의 사찰인 ‘흥륜사’의 정확한 위치에 대해서는 그동안 크게 두 학설이 제기돼 왔다. 현재의 ‘흥륜사’ (경주공고 남쪽 800m, 사적 15호)가 있는 곳으로 추정된다는 견해와 지금의 경주공업고등학교 자리로 추정하는 견해가 그것이다.
박물관 측은 “이번 배수 시설 설치 공사에 따른 발굴조사에서 신라~통일신라시대의 건물터와 ‘興輪寺’ 로 추정되는 명문 기와편이 확인됨으로써, 흥륜사의 위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확보하게 됐다”고 밝혔다.
박물관 측은 하지만 이것이 흥륜사로 확인될 수 있는 결정적 증거는 아니라는 점을 밝혔다.
“이번에 발견된 명문 기와편은 발굴 조사 과정에서 출토된 것이 아니라, 배수시설 공사를 위해 굴토하여 쌓아 놓은 흙더미에서 수습한 것이라 현재로서는 이곳이 흥륜사터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수습 과정에서 ‘…□寺’명 암키와편(10.5cm×10.7cm)도 발견되었으나, ‘寺’자의 윗 글자는 잘 판독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輪’자로 보이지는 않고 ‘興’자일 가능성이 있어,『삼국유사』에 기록된 ‘永興寺’와의 관련성이 제기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경주박물관 측은 “현재의 경주공업고등학교 부지 전체에 대한 본격적인 발굴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이며, 그 결과에 따라 사적 지정 등의 보존 여부가 결정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흥륜사는 신라 최초의 사찰로, 신라 13대 미추왕 3년에 성국공주(成國公主)의 병을 고구려의 고승 아도(阿道)가 고쳐 주었는데, 그 보상으로 왕이 사찰 건립을 허락하여 흥륜사가 세워졌다고 한다. 아도 화상이 매우 검소하여 억새를 얽어 움막집을 짓고 이곳에 거처하면서 불도를 강설하니, 마침 하늘에서 꽃이 떨어졌기에 흥륜사라고 하였다고 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