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전등화에 놓인 불교미디어 현안의 타개책을 놓고 불교진흥원이 ‘불교와 사회포럼’을 통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불교방송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사실상 불교문화 콘텐츠 개발을 통한 문화포교의 기치를 내걸었던 불교진흥원이 지난 19일 돌연 불교계 방송매체의 문제점을 주제로 삼아 불교계 인사를 초청해 토론을 벌인 이유는 무엇일까.

교계 일각에서 불교진흥원이 불교방송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이는 불교진흥원이 애써 불교콘텐츠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기존의 방송매체가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 아직은 취약한 인터넷 미디어를 통한 콘텐츠 활용이라는 제한된 효과만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여느 포럼이 그렇듯이 이날 포럼도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 하지만 참석자들의 발언 가운데는 의미 있는 내용들이 없지 않았다. 이 가운데 불교방송(라디오)과 불교텔레비전 간의 통합에 진흥원의 역할을 주문하는 발언도 있었고, 종합편성채널을 위한 1∼2천억 규모의 미디어 펀드 구성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현 불교방송의 네 갈래 운영구조에 대한 혁파와 종이신문, 라디오, 텔레비전의 통합을 통한 불교매체 파워의 확대를 꾀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그러나 이런 주문들은 포럼을 연 불교진흥원에 대한 주문이라기보다는 불교진흥원이 마련한 포럼자리를 통해 불교 미디어 위기에 대해 여전히 무감각한 불교계 전반에 대한 각성의 소리로 들렸다.

이날 포럼의 토론내용을 간추려 정리한다.

2월 19일 다보빌딩 15층 불교진흥원 회의실에서 열린 ‘불교와 사회 포럼’의 주제는 ‘불교문화의 발전과 불교 미디어의 역할’이었다.

이날 포럼은 불교의 현실적 문제와 대안을 찾기 위해 김재영 청보리회 지도법사, 불교음악가 반영규 선생, 중앙승가대 교수 본각 스님, 종교자유정책연구원장 박광서 교수 등 대원상 수상자들과 홍사성 전 불교방송 상무, 선상신 한국언론재단 상임이사 등 불교계 언론관계자들을 초청해 토론을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토론의 사회를 맡은 김규칠 대한불교진흥원 이사는 “불교포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불교 미디어인데 불교방송과 불교TV는 현재 고전을 면치 못하는 중”이라며 “그 중에서도 특히 방송, 인터넷 미디어를 중심 관심사로 두고 토론을 이끌어가겠다”고 밝혔다.

박광서 교수는 “불자들의 신행 모습을 보면 부처님 금옷을 입히는 데는 너도나도 보시를 하지만 교도소 포교 등과 같은 것들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며 “이는 불교의 본질에 대한 진솔한 메시지 대신 방편만 가르쳐서 생긴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어 “불교라는 명품이 안 팔리는 이유는 불자들에게 불교가 체화되지 않았고, 그러다보니 스스로 자신감도 없기 때문”이라며 “이는 포장을 잘 못해서 생긴 문제”라고 지적했다.

선상신 한국언론재단 상임이사는 “우수한 불교문화와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파해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미디어라는 것은 분명한 현실”이라며 “그동안 불교방송, 불교TV가 제 역할을 못한 것은 불교를 너무 좁게 해석했기 때문에 생긴 문제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선 이사는 이어 “불교방송은 지난 20년간 일반인에게 초점을 맞출 것인가, 불교인에게 초점을 맞출 것인가를 두고 계속 고민해왔으나 아직 해답을 못 찾고 있다”며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불교 콘텐츠를 개발하는 노력이 없으면 불교계 미디어의 역할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규칠 이사는 “MBC 차마고도를 보면서 왜 불교계에서는 이와 같은 작품을 제작하지 못할까 생각해보니 이는 인문학적 사색, 오랜 고민과 노력, 예산을 집행하는 결제자들의 자각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이루어져야 가능한 일이었다”며 “방송 콘텐츠 제작을 위한 여러 방안들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불교방송과 불교TV에 지급되는 진흥원의 지원금이 단순한 지원기금이 아니라 콘텐츠개발비 명목으로 지급돼왔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풍부한 콘텐츠 확보가 이루어졌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김 이사는 또 “라디오 방송이나 TV를 운영하다 보면 우선 보시금, 희사금 등 광고 확보에 급급하게 되고 이같은 수입에 대한 창출 문제를 위해 기득권 질서를 인정하는 선에서 방송이 이루어지다보니 미래에 대한 개선이나 쇄신책에는 미흡할 수밖에 없었다”며 “현재 역량 안에서 콘텐츠 생산하다보니 충돌, 경합, 갈등의 단기적 순환고리가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반영규 선생은 “진흥원이 이제라도 콘텐츠 개발을 위한 여러 방안들을 모색하고 직접적인 지원들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선상신 이사는 “불교방송, 불교TV가 사실상 함께 출발하다가 여러 문제에 봉착해 결국 결별을 하게 됐는데, 이는 불교 전체로 봤을 때 상당한 손실”이라며 “경기불황으로 인해 불교방송 IPTV 사업이 매우 어려워진 상태이고 TV와 방송 양쪽 모두 아주 열악한 상태에서 서로 경쟁하는 관계는 불가능한 만큼 빨리 양쪽을 통합한 후 양질의 콘텐츠를 논의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선 이사는 또 “진흥원이 나서서 두 회사의 통합을 논의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홍사성 전 불교방송 상무 또한 “현재 불교계 매체들은 미디어경쟁에서 풍전등화 같은 입장”이라며 “불교TV, 불교방송이 각각 이원화된 것은 인력적으로나 콘텐츠적으로 상당히 낭비적인 상태”라고 지적했다.

선상신 이사는 “현재 기독교계에서는 종합편성 PP를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는데, 불교 또한 종합편성채널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미디어펀드를 구성돼야 하는데 약 1000억에서 2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사성 전 상무는 “불교방송의 경우 현재 진흥원, 이사회, 조계종단, 방송국 등 네 갈래로 지도체제가 분산돼 있어 의사결정 과정이 신속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불교방송, 불교TV, 나아가 불교신문까지 합쳐지면 분명히 매체파워가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홍 전무는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방송국 운영구조부터 바뀌어져야 한다”며 “이는 분명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