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대웅전에 시작한 용산참사 희생자 추모의 물결이 청계광장까지 이어졌다.

시국법회추진위원회는 2월 5일 조계사 대웅전에서 ‘용산참사 희생자를 위한 시국법회’를 봉행하고 청계광장까지 시국행진을 진행했다.

시국법회는 수경 스님의 여는 말로 시작했다.

수경 스님은 “하늘과 땅을 울릴 만큼 애통해 해도 죽어간 이들이 살아 돌아 올 수는 없다”며 “그들의 절박함을 들어주지 못한 우리 사회의 냉혹함을 성찰하고 반성해야 진정한 추모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은 사람이 죽었는데도 책임전가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고 비통해한 수경 스님은 “자비와 정의의 힘을 믿고 법보다 높고 무거운 우리 내면이 양심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수경 스님은 또 “불교계는 중생구제와 정토구현을 외치지만 정작 살아있는 부처가 죽어가고 있는데 어디에서 중생을 구제할 것이냐”고 일갈한 뒤 “자타불이의 정신으로 세상을 바꾸어 가는 것만이 진정 용산참사를 추모하는 길”이라고 밝혔다.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모여든 대중들은 수경 스님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숙였다.

수경스님에 이어 불교인권위원장 진관 스님의 추모사 낭독과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장 청화 스님의 법어가 계속됐다.

진관 스님은 “우리가 원한 세상을 이 땅에 이룩하고 용산 참사 희생자들을 모실 그날을 위해 우리 모두 온힘을 다해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일에 나서자”며 추모사를 전했다.

청화 스님은 “재개발이 불이요, 보상이 충분치 못한 것이 불이며, 약자들의 요구를 외면한 것이 불”이라며 “이 불들이 모여 한 빌딩의 옥상에서 여섯 사람에게 끔찍한 사건을 저질렀다”고 분개했다. 이어 스님은 “닿으면 다 죽음뿐인 피도 눈물도 없는 불을 보았느냐”며 “부처님도 하느님도 어쩌지 못하는 캄캄한 죽음을 주고 국민을 섬긴다는 대통령이 맞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청화스님의 격앙된 목소리에 참가대중들도 주먹을 불끈 쥐었다.

시국법회는 멈추지 않고 계속됐다.

조계사청년회 김영선 회장, 한국대학생불교연합 이경환 회장 및 조계종원우회 김한일 위원장이 △이명박정권의 참회,△관련 책임자 문책, △재개발대책강구, △검찰의 철저한 조사 등을 요구하며 시국법회 참가 대중을 대표해 공동으로 결의문을 발표했다.

또한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부대표 정휴 스님은 “삼독에 빠진 우리 모두의 업장을 대신해 꽃이 된 희생자들이 극락왕생하도록 간절히 발원한다”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온전히 생명과 평화의 근원으로 귀명하는 성찰이 시간이 되길 바란다”는 발원문을 낭독했다.

희생자 유족 대표 양종원씨는 “정부의 잔인함에 다시 한 번 놀랐다”며 “분향소에서 사복경찰들이 유가족들을 폭행해 어머니마저 병원에 입원해 대신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이어 양종원 씨는 “정부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모르겠다”며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유족들은 절대로 멈추지 않고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수경 스님과 김포불교환경연대 지관 스님이 영단 앞에 자리해 천도의식을 이어갔다. 뒤에는 유족들이 앉아 희생자들을 기렸다. 조계사에서의 시국법회가 마무리됐다.

이어 시국법회 참가 대중들이 위패와 만장, 백등을 들고 조계사 일주문을 나왔다.

경찰들은 인도와 도로 사이를 전경버스로 막아서며 도로에 나오지 못하게 했다.

평화적인 행진을 위해 참가자들은 인도를 이용해 행진하기로 결정했다. 종각사거리 광화문사거리 청계광장에 이르는 시국행진이 시작됐다.

만장에는 “사람위에 돈 없고 생명위에 개발 없다. 국민을 섬기지 않는 정부 어찌하오리까? 오만과 독선으로 국민을 이길 수 없다”라는 내용 등이 적혀있었다.

용산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거리행진에 길을 지나던 시민들이 동참해 참여대중은 더욱 늘어났다.

행렬이 청계광장에 도착했다. 청계광장에는 용산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시민들이 모여 있었다. 개신교계에서도 오늘 기도회를 열고 종로5가에서 청계광장까지 행진했다. 불교와 기독교 시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용산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시국법회 참가 대중 앞에 스님들이 자리했다.

법응 스님은 6명 희생자들의 위패를 소나무가지에 매달고 소전의식을 했다.

대중들은 타오르는 불길을 보며 희생자들에게 집 없는 고통에서 벗어나 극락왕생하기를 기원했다. 소전의식을 끝으로 모든 일정은 끝났다.

오대산 월정사 부주지 원행 스님은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이러나지 않길 바란다”며 “정부의 책임 있는 참회를 바란다”고 회향사를 전했다.

한 번의 추모행렬로 희생자들의 억울함과 남은 자들의 비통함이 모두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단 한번이라도 그들을 위로해야한다. 정휴 스님의 말처럼 희생자들은 삼독에 물든 우리들을 대신해 꽃으로 화했으니 말이다.

시국법회는 오늘 끝났지만 용산참사 희생자를 위한 추모는 끝나지 않았다. 희생자들이 온전히 위로받는 날, 정부가 진심으로 참회는 날까지 추모는 계속될 것이다.

이날 시국법회는 조계종 교육원장 청화 스님, 화계사 주지 수경 스님, 불교인권위원장 진관 스님, 희생자 유족 및 추모 시민 등 500여명이 참가해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