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Q 치킨를 주문해놓고 AI로 집단 폐사한 닭을 떠올리는 사람은 없다. 고깃집에 가면 안창살, 안심, 등심 등 가장 맛있는 부위만 존재할 뿐 우리를 위해 몸을 내준 누렁소를 기억하는 사람도 없다. ‘일체중생 개유불성(一切衆生 皆有佛性)’이라 염불처럼 외면서 우리 입으로 들어가는 고깃덩어리들은 생명이 아닌 음식물에 불과한 것이다.

사육장과 도축장, 시장이 분리되면서 생긴 현대사회의 한 단면이다. 동물들의 온전한 모습이 우리 눈에서 점점 더 멀어지면서, 동물들의 생명권은 더욱 위협받고 있다. 돼지는 꼬리가 잘려 뒷다리를 벌벌 떨고, 닭은 목만 닭장 밖으로 삐죽 내민 채 죽는 그 순간만을 기다리며 살아간다. 오죽하면 소에게 소뼈를 먹여 광우병이라는 무시무시한 병까지 생겼을까.

현실에 대한 무감각, 그로 인한 현대사회의 공업(共業)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불자답게 살기 위해서는 채식주의자가 돼야 하는 것일까. 붓다는 분명 고기든 채식이든 분별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던가.

한국불교학회가 2월 3일 불광사에서 불교의 생명존중사상과 동물의 생명권을 주제로 겨울 학술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날 ‘동물학대의 현황과 실태로 본 우리들의 탐진치’를 발표한 서울대 우희종 교수는 “생산성이라는 탐심, 육식에 딸려있는 다른 생명체에 대한 진심, 그리고 우리의 행위가 빚어내고 있는 결과에 대한 무지라는 치심의 반영이 바로 우리 사회 속 동물학대”라고 설명했다.

우 교수는 “동물학대는 우리의 마음을 비추어내는 거울이 될 수 있다”며 “생명에 대한 애정을 통해 인간과 동물에 관한 인식의 전환, 가치기준의 전환만이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 교수는 “동물생명에 대한 실천적이고 적극적인 문화운동을 통해 이 시대의 빛이 되는 것이 불자들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사명”이라며 “학회 차원의 문화운동을 벌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우희종 교수는 “재가자들에게 육식을 완전 금지하는 것은 오히려 위험한 발상”이라며 “최소한 불자라면 모든 생명 존재 양식으로 접근하는 게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불교정신과 동물의 생명권’을 발표한 금강대 안성두 교수는 “육식을 하고 안하고 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어떤 것이 더 고결한 선택인지를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안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붓다는 육식을 허용했다. 아니, 더 엄밀하게 말해서 육식을 하라고 허용하지도 하지 말라고 금지하지도 않았다. 육식을 하느냐 안하느냐는 문제에 집착할 때 육식을 하는 것보다 오히려 부정적인 폐해가 더 많이 생기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능가경 등 대승불교에 이르러서는 먹는 자, 먹히는 자, 생산자의 인식까지 윤리의 범위가 확장되면서 일체중생에 대한 대비심에 의해 육식을 하지 말 것을 제안하게 되었다.

안 교수는 “동물학대가 전세계적인 범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먹이사슬의 한쪽 끝에 서있는 인간이 그의 힘을 남용하지 않고 소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이에 대한 실천 방법으로 네 가지를 태도를 제안했다.

△동물의 행복추구권을 인정하는 범위에서 불필요한 고통을 제거하려는 시도(동물공장식 집단사육 피하기, 도살할 때 고통을 최소한으로 주기) △동물공장에서 사육한 고기 먹지 않기(정상적으로 사육한 고기를 구매하기) △남은 음식 최소화하기 (잔반 없애기) △육식문화의 한계와 파괴성을 시민들에게 인식시키기 등이다.

이날 논평자로 참가한 고려대 조성택 교수는 “산업화되고 고도화된 노동분업 시스템 하에서 아주 예민한 윤리의식의 소유자가 아니면 도축이 곧 살생이라는 의식을 가질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동물학대 문제는 개인 윤리가 아니라 집단윤리의 성격을 띠고 있는 만큼 범불교적 차원에서 ‘동물의 생명권 확보를 위한 실천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발표자로 나선 우희종 교수에 이어 토론자 조성택 교수도 학회 차원의 실천위원회 구성을 제안하자 한국불교학회 측은 집행부 회의를 거쳐 위원회 설립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