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알고가, 지관 스님 차량 검문 등 종교편향 사건으로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던 조계종이 최근 친정부로 돌연 선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월 20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비공개로 만난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은 2월 3일 오전 대통령직속통일고문회의 위원으로 위촉됐다. 이어 오후 2시에는 한승수 총리가 지관 스님을 예방해 면담을 나눴다.

지관 스님은 “신년에 바쁠텐데 유감스럽게도 용산참사까지 일어나 심려가 크겠다”고 위로성 인사를 했다. 이에 한승수 총리는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으니 책임소재가 밝혀질 것”이라며 “작년에 여러 가지 어려운 일이 있었는데 일부단체들이 용산참사를 계기로 정부를 힘들게 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관 스님은 “함께 걱정하고 있고 사회단체들의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너무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또 ‘경제위기극복을 위한 노사민정 비상대책회의’ 위원으로 참여하는 지관 스님은 2월 3일 오후 3시에 열린 발족식에 사회부장 세영 스님을 대리로 참석시켰다.

지관 스님은 한기총 엄신형 목사, 천주교주교회의 김희중 주교와 함께 종교계 대표 위원으로 비상대책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비상대책회의는 전경련, 경총, 한노총 등이 주축이 되어 발족한 것으로 일각으로부터 친정부 단체, 어용조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로 민노총과 경실련은 비상대책회의 참여를 요청받았으나 발족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향후 참여도 불투명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지관 스님의 위원 참여는 정부에 ‘코드 맞추기’라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노사민정 비상대책회의에 참석한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석래 회장은 “고통분담에는 노동자들의 임금삭감이 필요적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위원장으로 선출된 이세중 변호사는 “어떤 식으로든 조석래 회장의 의견이 실무회의를 거친 합의문에는 반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노사민정이라는 이름으로 서민들의 경제난을 더욱 심화시키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비상대책회의는 이날 실무위원회 구성을 결의하고 5차례의 실무회의를 거쳐 2월 18일 최종 합의문을 도출한다는 방침이다. 합의문 발표는 2월 23일로 예정되어 있다.

한편 조계종이 정부와 코드를 맞추려는 듯이 보이는 가운데 시국법회추진위원회는 2월 5일 용산참사 시국법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시국법회추진위원회는 용산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함과 아울러 책임자 처벌, 진상규명 및 현 시국에 대한 발언 등을 할 예정이다.

그러나 조계종 집행부는 2월 3일 브리핑에서 시국법회를 공식적으로 반대한다고 밝힌 상황이다. 지난해에는 종교편향을 이유로 강하게 정부를 비판했던 조계종이 돌연 정부에 코드를 맞추는 방향으로 급선회하고 있는 것을 바라보는 교계 안팎의 시선이 곱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