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와 한나라당이 다수의 공동모금기관 허용을 골자로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 개정을 추진하자 복지단체와 실무종사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정부 측은 기부문화의 발전을 위해 모금시장에 경쟁체제를 도입한다는 명분을 개정이유로 밝혔으나 개정안 반대자들은 경쟁제체도입은 옹색한 변명일뿐 사실은 정부 입맛에 맞는 단체들만 모금기관으로 허용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주장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 개정안은 정부기관인 복지부가 다수의 공동모금회 설립을 인허가 할 수 있으며 관리감독권 또한 정부에 넘어가 정부에 동조하는 단체들에게만 모금기관을 허가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는 과거 정부주도 모금의 문제점을 다시 발생시킨다는 것이 개정안 반대자들의 설명이다.

또한 경쟁체제 도입으로 모금시장은 활성화될 수 없고 현재 시점에서 치열한 경쟁상태에 이르게 할 부작용도 있다. 아울러 아직도 남아 있는 과거 모금운동방식의 잔재와 세제혜택 미비 등이 모금시장을 위협하는 상황에 과거방식의 모금운동으로 전환은 구시대적인 발상이라는 비판이다.

이에 한국종교계사회복지협의회가 1월 30일 ‘한국민간기부현황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에 관한 정책토론회를 열고 개정안의 문제점과 개정대안에 대해 논의했다.

토론회측은 법안을 발의한 심재철의원과 복지부관계자를 함께 초청해 의견을 나눌 계획이었으나 심재철 의원과 복지부에서는 참석하지 않았다.

‘민간기부현황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주제로 발표한 강남대 사회복지학과 한동우 교수는 “공동모금이란 민간주도의 운동인데 정부주축으로 모금을 한다면 이는 공동모금이 아니”라며 “또한 모금재원의 효율적인 운영과 배분을 위해 모금의 일원화가 필요한데 이 또한 경쟁체제라는 미명하에 다수의 공동모금회를 설립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동우 교수는 “또 공동모금회의 설립으로 국내 모금시장이 외형상 발전했다”면서도 “몇 가지 문제점은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복지사업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부족한 이사의 선임, 이사장 선출 방식, 상시모금이 아닌 모금액의 특정기간집중 등의 문제점을 보인다는 것이 한동우 교수의 설명이다. 이어 한동우 교수는 “문제점이 있다고 정부가 나서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내부적인 노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종사협 정책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교 이태수 교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 개정 대안의 내용과 함의’를 주제로 발표해 개정법안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이태수 교수는 “개정안은 정부가 모금기관들에 대한 허가권을 통제하겠다는 지극히 관료주의다운 발상으로 일고의 가치도 없고 폐기돼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모금시장활성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내부 문제는 경쟁체제 도입과, 정부의 관리감독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고 밝힌 이태수 교수는 “다수 공동모금회 설립보다는 일부 단체에 모금회와 같은 혜택을 주는 것으로 해결이 가능하며 공동모금제도와 다수 공동모금회는 결부시킬 수 없는 문제”라는 지적이다.

토론자로 나선 공동모금회 전흥윤 배분팀장은 “모금회가 독점적 성격을 갖고 있으며 기부자의 선택권 강화를 위해 다수의 모금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일부에서 공감을 얻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다수의 모금회가 생긴다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모금회법이 제정되기 전 다수의 단체가 과점으로 모금운동을 펼쳐 정부를 대변하는 사업을 하며 일으킨 폐해를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성공회 사회선교국의 김한승 신부는 “모금회법 개정안 내용을 보면서 일선 공무원들도 내용에 동의를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공무원들은 영혼이 없다는 한 공무원의 고백에 비참함을 느꼈다”고 비판했다.

‘기부문화발전과 민간자율성 수호를 위한 대책위원회’ 임성규 위원장은 “얼마 전 어청수 전 경찰정창이 장기기증후원단체 모델로 나오자 장기기증을 약속한 사람들이 기증내용을 철회하는 일이 발생했다”며 “정부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이때 정부주도의 모금을 펼친다면 모금시장 활성화는커녕 오히려 후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는 원래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도 배석할 계획이었으나 불참하고 민주당 최영희 의원의 사회로 진행됐다. 최 의원은 토론내용을 바탕으로 심재철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을 수정해 새로운 개정안을 3월 국회에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