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웃으면 세상도 웃는다, 네가 울면 너는 혼자다.’라는 말이 있다. 고통이 찾아온다고 주저앉거나 물러선다면 고통에 지는 것. 기쁨도 그러하듯이, 고통 또한 잠시 지나가는 것임을 알아차리는 이들에게 고통은 한 발짝 나아가기 위한 기회다.

양평 서종사 주지 범일 스님은 고통의 바다에서 헤매는 이들을 만나면 언제나 긍정의 메시지를 전한다. “그게 다 조아질라고 그런 겁니다”라고. 갓 나온 신간 『조아질라고』의 저자 범일 스님을 1월 29일 만났다.

“고통 받는 이들은 앞이 깜깜할 겁니다. 이때 앞으로 좋아지려고 힘든 거니 걱정할 게 없다라고 격려해 준다면 이보다 좋은 게 있을까요? 좋은 날이 올 거라 이야기하다보면 정말로 좋아지기 마련입니다. 정말로 좋아지지요.”

‘조아질라고, 조아질라고’를 외치는 스님은 고통이 올 때가 고통이 사라지려는 때라고 설명했다.

“계곡의 모난 돌멩이가 바다로 흘러들기 까지 얼마나 많은 여정을 겪습니까. 깎이고 패이고 고통 받다 보면 어느새 드넓은 바다에 둥그런 자갈로 변해 있지 않습니까. 깎이는 게 고통스럽다고 제자리에 멈췄다면 결코 둥근 자갈이 될 수 없었죠. 모난 돌멩이에게 고통은 둥근 자갈이 되기 위한 필수 과정입니다. 우리네 삶도 그렇습니다.”

평소에도 낙천적인 범일 스님이지만 보는 사람마다 붙잡고 ‘조아질라고’를 외치는 데는 그럴 만한 사연이 있다.

“한때 수행을 한다고 1종식을 하며 4시간씩만 자며 독하게 수행했는데 언제부턴가 찾아온 통증이 가시질 않았죠. 가시기는커녕 더 심해졌어요. 고통에 대해 골몰하다 정점에 이르렀을 때 알게 됐습니다. 좋아지기 위해 더 아팠다는 것을요. 봉정암도 깔딱 고개라는 고비를 넘겨야 도착하지 않습니까. 마음이 여기까지 미치자 고통은 이내 사라졌고 이제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직접 체험한 ‘조아질라고’의 힘을 아는 스님으로서는 조아질라고를 외칠 수밖에 없다.

“이 시대에 조아질라고가 많이 퍼졌으면 좋겠습니다. 힘든 시대에 비통해 있지만 말고 나를 돌아보고 좋아질 거라 받아들인다면 분명 좋아질 겁니다.”

범일 스님은 포교의 현장에서도 긍정의식으로 사람들을 교화시킨다. 봉은사에서 총무국장 소임을 살 때는 이런 일도 있었다.

“봉은사 근처에 정신여고생들이 단체로 절을 찾았을 때 뭐든지 해도 된다고 일러줬어요.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려도 된다고 까지 했었죠. 여기는 스님처소니까 오지마라, 절에서는 떠들지 마라, 밥 남기지 마라, 짧은 옷 입지 마라 등등 금지에만 익숙했던 학생들이었기에 모든 것을 허용한다는 말에 팔짝 뛰며 좋아하더라구요. 그 후로 학생들이 절을 많이 찾았죠. 그래도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는 학생들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대하면 절로 포교가 된다는 것을 또 한 번 알게 됐죠.”

긍정의 포교를 펼치는 스님이 특히 공을 들이는 부분은 사이버 포교다. 1999년부터 사이버도량 ‘조아질라고(www.joajilrago.org)’를 개설해 좋을 글 좋은 사진을 담기위해 부단히도 노력해왔다. 하루에도 몇 번씩 글을 올리며, 언제나 주머니에 카메라를 담고 다니다 아름다운 순간이 오면 즉시 그 순간을 담아내 홈페이지에 올린다.

“모든 것이 변하기 때문에 새롭게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됩니다. 사이버세상은 더욱 극명하게 반응이 나타납니다. 여러분들도 항상 변화에 주목하고 적응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하지만 급격한 변화는 재앙입니다. 나무가 세월을 타고 성장하듯 서서히 움직여야 합니다.”

사이버도량은 700여명의 회원이 가입해 활동하고 있으며 열혈 방문객들이 매일 100명을 넘지만 스님은 한 시도 머무르지 않고 아무리 작더라도 변화를 추구해간다.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 하는 스님이지만 우려를 나타낸 부분도 있었다.

“노후를 걱정하는 젊은 스님들이 있다는 것이 걱정입니다. 자기 공부 열심히 하고 수행 열심히 하면 노후 걱정할 필요가 없는데 말이죠. 자신이 바른 길을 갈 때 모든 것은 여여하게 따라오는 법입니다.”

갑자기 엉뚱한 생각이 떠올랐다.

“혹시 ‘조아질라고’만 외치면 부작용은 없는 건가요?”

우문현답이다.

“난 조아질 뿐이고, 이제 괴로움 없고 내 앞에는 자비광명만 펼쳐질 뿐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