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계종 내에서 선배 승려 구타, 말사 주지직 매매, 승려 도박사건 등이 연이어 터지면서 종단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비난이 일고 있는 가운데 호법부장 정만 스님이 1월 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종단의 기강을 해치는 이들에 대해서는 법적 절차에 의해 한치 오차도 없이 종헌종법에 의해 원칙대로 집행 처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스님은 현재 호법부에서 조사하고 있는 사건들에 대해서도 상세한 내용을 밝히면서, 호법부의 단호하고 강경한 입장을 거듭 천명했다. 다음은 호법부장과의 일문일답.
△현재 마곡사 주지 금품 수수 사건은 어디까지 조사가 진행됐나.호법부에서는 법용 스님의 공권 정지 10년을 요청하는 보고서를 호계원에 제출했다. 본사 주지가 자신의 행위에 대해서는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는가.
초심호계원과 재심호계원에서 차후 이를 판단할 것이다. 현재 초심호계원장 스님이 동안거에 들어간 상태라 사건이 조속히 종결되기는 힘들 것이다.
6일 오후 마곡사의 스님들이 54명의 성명을 받아 탄원서를 호법부를 통해 총무원장 스님에게 제출했다. 현 마곡사 주지를 종헌종법에 따라 엄중 처벌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이들은 “계속된 분쟁을 끝낼 수 있다. 다음번에는 반드시 문중의 공의를 모아 훌륭한 분을 추대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1월 8일 마곡사 관련 간담회가 열릴 예정인데 호계원의 심사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관련 인사들을 불러 간담회를 연다는 것은 시기상조 아닌가.
마곡사 말사에 대한 금품 수수 문제로 인해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직전 주지가 금품수수 문제로 법정 구속까지 당한 상태에서 똑같은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당시 종단이 직접 마곡사 사건에 개입해서 최선의 노력을 했는데도 이같은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유감을 금할 수가 없다.
문제는 이번 사건 이후에도 마곡사가 안정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사찰의 안정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화합이 가장 우선이다. 지금 마곡사는 양분 정도가 아니라 사분오열의 상태이다. 그래서 총무원장 스님이 직접 간담회를 주선한 것이다. 관계자들로 하여금 의견을 나누고 마곡사가 화합할 수 있는 방안을 스스로 모색해보자는 취지다.
△호법부장이 직접 당사자들을 불러 화해를 모색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던데, 조사를 담당하는 책임자로서 객관성을 잃은 태도가 아니었나.
내가 마곡사 주지 법용 스님과 종회의원 태진 스님을 불러 함께 이야기를 나눈 시점은 법용 스님이 보석사 주지에게 금품을 받는 대화 녹음기록이 나오기 전이었다. 소문만 있고 딱히 증거가 없는 시점에서 해결방법을 제시하고 싶었다. 태진, 원경 스님 등 마곡사 말사의 스님들로부터 현 주지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 이 지경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초심으로 돌아가면 다 풀린다”는 이야기까지 법용 스님에게 전했다. 그런데 내 앞에서는 사찰행정을 정상화하고 인사문제도 탕평책으로 풀어나가겠다던 사람이 마곡사로 돌아가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돌변하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구체적 증거가 나오지 않았고, 주지 음해세력들의 일방적 주장이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에, 다시 만나서도 승가화합을 거듭 당부했다.
△법용 스님의 처벌 대상이 금품 수수뿐인가.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조사가 진행되지 않았나.
마곡사 주지에 대해 터무니없는 소문들이 떠돌고 있다. 은처나 친자 문제까지 거론돼 ‘불명예를 벗기 위해서라도 조사에 응할 생각이 없냐’고 법용 스님에게 요청했다. 하지만 스님은 이같은 사건에 대한 선례를 남기는데 대해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는 데다 상대방에 대한 심적 부담을 이유로 조사를 거부했다.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풍문만 가지고서는 호법부에서 조사할 수도 없고, 호계원에서 처벌할 수도 없다. 40여년을 승가에서 수행해온 스님의 결백을 믿고 싶다.
△범법 행위에 관한 조사 책임자로서 ‘결백을 믿고 싶다’는 발언은 부적절한 것 아닌가.
종교인으로서 개인적 프라이버시는 생명이다. 확실한 증거가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강제적 조사는 진행될 수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계좌 압수수색, 가택 수사 등 경찰의 수사행위를 못하는 호법부의 한계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호법부는 1만6000여명의 승가공동체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법기구이다. 우리가 조사 및 처벌대상으로 삼는 사람들이 종교인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 그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는 어떤 경우에서라도 지켜져야 한다.
또한 40년간 수행을 해온 종교인으로서의 양심을 믿고 싶다. 나 또한 한명의 수행자로서 그런 루머에 연루되는 부분에 대해 무척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전 호법부장 심우 스님 등 해인사 스님들끼리 구타를 했던 사건은 어디까지 조사가 진행됐나.
진주사암연합회에서 진정서가 올라왔다. 조사국장이 직접 내려가 당사자와 주지를 만나고 왔다. 심우 스님은 전치 2주 진단서를 끊었고 자신도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건 사적 자리도 아니고 공식석상에서, 그것도 종단의 소임을 맡고 있는 중진들끼리 대선배에게 인격적, 육체적 폭력을 가한 사건이다. 예전에는 상상도 못할, 매우 부적절한 행위이다. 절차에 따라 사실을 확인하고 엄격하게 처벌할 생각이다.
△법주사에 갔던 스님들끼리 절 아래 여관에서 도박을 하다 걸린 사건은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나.
스님들이 대중공양을 가기 위해 법주사 아래에 모였다가 눈이 와서 저녁을 먹고 그 다음날 올라가기로 했다고 한다. 일곱 사람이 고스톱을 쳤는데 1000만원 가까운 돈이 현장에서 적발됐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600만원은 대중공양비용이고, 350만원은 나머지 비용들이었다고 한다. 그렇잖아도 법주사가 최근 경직된 분위기 속에 있는데, 이런 일로 법주사 수행분위기가 해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신문에 부처님 사리를 판다는 광고를 게재했다가 문제가 된 스님의 사건은.
본인이 자신의 행위에 대해 참회하는 태도를 보이고, 해당신문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알고 보니 조계종 승적과 일붕선교종 승적을 동시에 갖고 있는 이중 승적자였다. 우리가 조사에 착수하기도 전에 자신이 먼저 조계종 승적을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조계종에서는 지금까지 이중 승적자에 대해 상당히 엄격하게 다뤄왔다.
△최근 종단의 기강이 해이해져서 이런 사건들이 속출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종단의 기강해이에 대해서는 나 또한 공감하고 있으며, 정말 엄격히 대처하겠다. 예전에는 상당도 못했던 일들이 요즘 벌어져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강원의 하급생이 상급생을 구타하고, 또 사회법에 의존해서 해결하려고 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지금 시중에 돌고 있는 유인물들도 근거 없이 상대방을 공격하는 내용들 투성이다.
앞으로 호법부는 사회법에 의지해서 종도 간 분쟁을 조장하는 자, 익명의 유인물로 상대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자, 적절치 못한 행위, 폭력행위를 저지른 자, 윗사람에 대한 인신공격을 한 자, 종교인답지 못한 행위로 품격을 떨어뜨린 자에 대해서는 종헌종법이 허용하는 한 최고 징계를 내려 엄중 처리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