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게 낫겠다’는 생각을 품은 한 청년이 논현동의 고시원에 불을 지르고, 연기를 피해 고시원을 빠져나오던 사람들을 향해 마구 흉기를 휘둘렀던 사건. 지난해 10월 온 나라를 들썩거리게 한 논현동 고시원 방화사건이다. 피해자들은 집도 절도 없이 고시원에 잠시 몸을 의탁한 중국동포, 일용직 노동자 등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이 더했다.

김대영 씨 또한 이 사건의 피해자 중 한 명이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이혼하자 반발심에 집을 나와 배달, 막노동을 전전하며 혼자 생활하던 김대영 씨는 그간 가족들과 왕래도 없이 살아왔다. 집을 나온 때가 15살이었는데, 중학교 졸업장도 없는 그를 세상은 받아주지 않았다. 전세방 얻을 돈도 없이 살아가던 그가 거처로 삼은 곳이 바로 고시원이었다.

논현동 고시원에 머물면서는 만화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만화가게는 손님이 없으면 여유가 생겨 공부할 시간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제라도 공부를 해서 남들만큼 살아보자고 다짐하던 그에게 어느 날 갑자기 흉기가 날아든 것이다.

사건 당시 김 씨는 범인이 휘두른 칼에 찔려 복부와 왼손가락 등 7곳에 자상을 입었다. 장기가 배 밖으로 흘러나와 목숨을 잃을 정도의 중상이었다. 겨우 목숨은 건졌지만 왼손가락 신경을 다쳐 정상정인 회복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태다. 또한 사고 후 스트레스로 정신적 장애까지 겪고 있다.

지금은 통원치료중이며 수술을 받아야 하지만 수술비는커녕 생활비 마련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끔찍한 사고를 당했지만 김대영 씨는 안타깝게도 사건 현장 근처의 고시원에 다시 거처를 마련했다.

평소 시간이 나는 대로 절에 다닐 만큼 불심이 깊었던 김대영 씨는 목숨을 잃을 정도로 심한 상처를 당했지만 병상에 누워서도 부처님을 생각하며 삶의 의지를 놓지 않았다.

어느 날 그의 사연이 불교방송 프로그램 ‘거룩한 만남’에 소개되자 많은 사람들이 그를 돕고 싶다며 불교방송과 생명나눔실천본부에 성금을 전해왔다.

이날 일면 스님은 “나 자신도 병에 걸려 죽음 앞까지 갔던 적이 있었고 치료에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환자들을 위로했다. 실제로 일면 스님은 2000년 간경화 말기판정을 받고 2개월의 시한부 선고를 받은 적이 있다.

스님은 “시한부 선고를 받고 다시 한 번 생을 이어갈 수 있게 해주신다면 남을 위하는 삶을 살겠다고 부처님께 다짐했고 수술 후 기적적으로 생명을 지켰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며 “환자들에게 용기를 잃지 말 것”을 당부했다.

자신의 힘들었던 과거를 말하며 일면 스님은 “오늘의 지원금이 작으나마 환자분들의 치료에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며 많은 지원을 하지 못함을 안타까워했다.

김대영 씨는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심에 감사한다”며 “치료를 마치고 나면 제 자신이 받은 만큼 세상에 회향하며 살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지원금을 전달받은 환자들은 김대영 씨외에도 김범렬(남, 65세, 불교문화 성금 지원), 김영태(남, 49세, 만성신부전, 소식지 모금 지원) 씨와 특별지원대상에 조인영(여, 45세, 직장암), 이명섭(남, 70세, 식도정맥류 출혈), 박규만(여, 1개월, 뇌출혈), 김은영(여, 38세, 난소낭증) 등 총 8명이다.

전달식에는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일면 스님, 동대일산병원 법당 중제 스님, 불교방송'거룩한 만남‘진행자 지현 스님, 동대일산병원 이진호 원장과 환자 가족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