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는 신라문화원이라는 문화관련 법인체가 있다. 이름만 들으면, 고리타분한 느낌도 들고, 왠지 은퇴한 노년의 신사들이 모여 있는 단체라는 선입견이 든다. 그런데 이 단체는 요즘 말로 ‘뜨는’ 단체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경주는 물론 전국적으로 이름을 널리 알리는 중이다.

대동강 물을 팔아먹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유명한 봉이 김선달도 있지만, 신라문화원 가족들은 김선달보다 몇 배는 더한 사람들이다. 김선달이야 손으로 만질 수 있고 가질 수도 있는 강물을 팔았지만, 이들은 만질 수도 가질 수도 없는 달빛도 팔고 별빛도 판다. 뿐만이 아니다. 아련한 옛 추억도, 옛 조상들의 솜씨를 경험하는 체험도 이들의 손을 거치면 상품이 된다. 그것도 아주 인기 있는 상품들이다.

1993년 개원 이래 올해로 15주년을 맞은 사단법인 신라문화원을 이끄는 주인공은 진병길 원장이다. 그는 갖은 고생 끝에 오늘의 신라문화원을 일궈낸 집념의 사나이다. 전형적인 ‘촌사람’ 인상에 경상도 사투리가 진한 그에게 어떻게 그런 기발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오는지 불가사의한 일이다. 노래나 영화에서나 듣던 ‘신라의 달밤’을 상품으로 만드는, 옛 수행여행지였던 학창시절 경주의 추억을 상품화하는 기발함은 혀를 내두르게 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신라의 달밤 달빛 역사기행에는 일본 등 외국인들도 찾아올 정도다.

경주 수학여행의 추억을 상품화한 신라문화원 진병길 원장은, 그러나 오랜만에 만난 옛 동창들이 조금은 가까워지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을 보고는 이 상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기 위한 고민에 빠져들었다. 그러다가 예비군 훈련을 생각했다. 평소 점잖고 까탈스럽던 사람도 ‘예비군 복만 입으면 ×가 된다’는 속설 아닌 속설을 떠올린 것이다. 마음을 여는 데는 교복을 입히는 것 밖에 더 좋은 것이 없겠다는 아이디어가 번뜩였고, 진 원장은 곧바로 고교생이 많이 등장했던 ‘신라의 달밤’ 영화 제작팀을 수소문해 교복을 확보했다.

이 아이디어는 말 그대로 대박을 불렀다. 이런 뜬금없는 아이디어를 불쑥불쑥 내놓는 진병길 원장은 스스로를 ‘문화벤처인’이라고 부른다. 문화가 더 이상 옛 문화의 이면을 따라다니는 고리타분한 대상으로 인식되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 문화가 벤처가 될 때 문화대국도, 선진국도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신라문화원은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불교계의 스님들, 이사로 참여한 분들, 회원들의 도움을 받으며, 명실상부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법인으로 성장했다. 특히 올해는 노동부, 보건복지가족부, 경주시, 대한불교 진각종, 굿모닝신한증권 등의 지원을 받아 경주의 새로운 학습, 체험관광에 기여할 수 있는 신라문화체험장을 3백평 규모로 개관했다. 현재 신라문화체험관에는 매일 수백 명이 찾아와 탁본도 하고, 연도 만들며 신라문화를 체험하고 있다.

신라문화체험장에서는 즐겁게 놀면서 신라문화를 배울 수 있다. 손으로 만들고, 설명을 듣고, 차도 마시고, 공연도 보고, 연도 날리는 문화 체험 학습광장이다. 단순히 보고 지나가거나, 기념사진이나 찍는 관람을 뛰어넘으려는 야심찬 시도다.

신라문화원은 큰스님초청법회, 충담재 등 다양한 불교문화행사와 어린이문화학교, 경주문화기행, 1문화재 1지킴이 운동, 문화유산방문학교 등 경주를 바르게 알리는 프로그램 수십 개를 진행하고 있다. 그중 달빛신라역사기행을 전국에서도 대표적인 야간체험관광으로 성장시켰다. 또 경주만의 특징을 살린, 추억을 테마로 하는 ‘추억의 경주 수학여행’은 경상북도와 경주시의 후원으로 활성화되어 언론의 집중적인 보도가 이어지는 등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교복을 대여해 참가자들에게 학창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기발한 추억상품을 개발, 뜨거운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이런 결과로 신라문화원은 2005년 제2회 대한민국문화유산상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마치 광고문안 같다는 오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신라의 문화, 천년 고도 경주를 제대로 체험하고자 한다면, 제일 먼저 신라문화원에 전화부터 걸 일이다. 문의; 054)777-19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