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사회적 이슈로 등장한 ‘종교편향’. 아직도 그 여운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각 종교를 대표하는 종교언론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종교화합을 위한 종교언론인들의 역할’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한국종교신문언론인협의회(대표의장 장형준)가 지난 12일 경주 코모도 호텔에서 올해로 12회째를 맞이하는 종교신문언론인 심포지엄을 ‘종교화합을 위한 종교언론의 역할’을 주제로 연 것이다. 40여 명의 불교, 개신교, 천주교, 원불교 등의 종교신문 종사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홍사성 <불교평론>주간이 ‘종교간 이해와 협력을 향하여’라는 제목의 기조발제를 했다.

홍 위원은 “세상에는 하나의 종교만이 존재할 수 없다. 모든 종교인들은 아쉽더라도 이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말로 발제를 시작했다. 그는 “종교갈등이 해결은 모든 종교가 스스로 자기종교의 울타리를 벗어나려는 용기를 가질 때 가능하다”며 “자기 종교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으려는 아집과 고집을 버려야 하고, 특히 불교도는 다른 종교를 공부하는 노력이 턱없이 부족한 만큼 이런 자세의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홍 위원은 “이웃종교에 대한 이해가 종교갈등 해소, 종교화합 정착의 필요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전도가 종교적 이기주의를 충족시키는 도구여서는 안 된다”고 전제한 홍 위원은 “전도를 할 때 전개해야할 진리는 독선과 배타가 아니라 화해와 관용”이라고 주장했다. “이웃종교에도 나의 종교에서 가르치는 것과 똑같은 가르침이 적지 않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한 홍 위원은 “따라서 다른 종교의 교리를 부정하는 것은 자기 종교의 교리를 상당부분 부정하는 모순을 낳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미숙 <크리스챤연합신문> 편집국장은 ‘종교언론의 화합으로 시대갈등 해소를’이라는 제목의 발제에서 “행복한 부부는 서로간의 다름을 인정할 때 가능한 것”이라며 “공동 질서 추구형의 대화를 종교간 화합의 대안으로 제시한다”고 밝혔다. 임연태 <현대불교> 편집부국장은 ‘종교언론은 종교편향을 눈으로만 보는가?’라는 제목의 발제에서 “올 불교언론의 관심사는 종교편향이었지만, 앞으로 종교언론은 자기 종교의 경계를 뛰어넘어 민족과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고 선도하는 담론의 장으로서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육관은 <원불교신문> 편집국장은 ‘종교화합만이 종교간 상생의 길’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종교는 이제 종교갈등이라는 상극을 넘어 상생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종교신문들이 먼저 이웃종교에 관심을 갖고 마음을 열어 화해와 교류를 선도할 때 종교갈등도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상덕 <가톨릭신문> 취재팀장은 ‘종단내부에서부터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라는 제목의 주제발표를 통해 “종교언론은 현실적으로 기능과 역할에 있어서 이념이나 조직, 종교외적인 통제를 받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따라서 종교언론이 속한 각 교단차원의 열린 자세가 필요하고, 종교언론인들은 종단 소속기관의 종사자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종교언론이 우리 사회가 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보편적 시대정신을 제시하고 구현해 나가는데 자긍심과 책임의식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한국종교신문언론인협의회는 심포지엄이 끝난 후 총회를 열어 새 대표의장에 정유제 <밀교신문> 편집국장을 선출했다. 공동의장에는 유달상 기독교신문 편집부국장, 육관응 원불교신문 편집국장, 서상덕 가톨릭신문 취재팀장이, 사무총장에는 신원식 한국불교신문 편집위원이 각각 선출됐다.

참석자들은 또 공동선언문을 채택 종교간 화합에 종교언론인들이 앞장설 것을 다짐했다. 다음은 공동선언문 전문.

종교화합을 위한 종교언론인의 다짐 종교간 이해와 협력을 모색하기 위해 창립된 한국종교언론인협의회 제12회 심포지엄에 참석한 우리는 1박2일간 ‘종교화합을 위한 종교언론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토론을 갖고, 종교간 화합을 이루는 것이 한국사회를 건강하게 이끄는 길임을 깊이 공감하였다. 올해는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종교편향논란이 일었고 여전히 그 불씨가 남아 있다. 우리는 개신교, 불교, 원불교, 유교, 천도교, 천주교 등 각 종단의 언론인들로서 그와 같은 갈등 상황이 도래한 것을 가슴 아프게 생각하며, 종교간 화합을 위한 우리의 노력이 부족했음을 통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2년간 한국종교언론인협의회를 통해 협력과 화합에 힘써온 우리들이, 각자가 처한 언론환경에서 서로에 대한 목소리를 경청하며 노력할 수 있었던 것은 동 협의회의 큰 결실이었다고 자부한다. 모든 종교가 사랑과 평화를 위해 존재함을 믿는 우리는, 종교가 공동의 선을 지향하며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때에 사회가 안정됨을 확신한다. 한국사회와 정부는 종교언론이 사회 화합을 위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애정과 관심을 더욱 기울여 줄 것을 요청한다. 우리 또한 서로 존중하며 포용하는 기사를 통해 여론을 선도할 것을 다음과 같이 다짐한다. 1. 우리 종교언론인협의회는 종교가 사회의 안녕과 화합을 위해 기여해야한다는 점을 항상 깊이 유념한다. 2. 우리는 사랑과 자비, 평화를 추구하는 것이 종교의 큰 임무 중 하나이며, 이를 위해 각 종교언론사들간의 상호교류와 소통의 기회를 확대함으로써 화합에 앞장선다. 3. 우리는 국가와 민족, 인류의 발전과 평화를 위해서는 갈등을 넘어서는 단결이 필요하다는 진실을 바탕으로 국론일치에 앞장서는 언론인이 되기를 노력한다. 4. 종교언론인은 세상의 사건을 종교의 시각으로 분석하는 전문언론인으로서, 언행에 있어 종교간 화합을 이끌어내는 책임감 있는 자세를 갖는다. 5. 우리는 보도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이웃 종교에 대한 배려와 선도에 최선을 다한다. 2008년 12월 13일 제12회 한국종교언론인 심포지엄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