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법문은 12월 7일 조계사 일요법회에서 강릉 성원사 회주 주경 스님의 법문을 요약한 것이다. 스님은 이날 ‘업을 소멸시키는 법’을 주제로 법문을 전했다. -편집자주
오늘 조계사에 오신 여러분은 왜 절에 왔습니까. 부처님이 복 준다고 생각하고 빌러 왔습니까. 부처가 복 주는 이라고 생각하면 그것은 부처를 비방하는 것입니다.
복 받으려고 절에 다닌다고 하면서 실상 불교의 핵심인 업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불자들이 모릅니다.
업과 복이 얼마나 사회를 오염시키고, 또 정화시키는지 그것을 알아야 합니다. 제가 오늘 여러분께 업의 실상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업은 마음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마음에 집착을 갖게 되면 마음이 굳어지면서 부스러기 같은 것이 생깁니다. 촛불이 움직이면 그을음이 생기듯이 집착하는 마음이 굳어져서 아지랑이 같은 게 생기는데 그것이 카르마입니다.
경전에서는 이를 형지인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흡사 아카시아 가시 같습니다. 서양인들은 이를 ‘오로라’라고 부릅니다. 인간들은 모두 그것은 10만억겹쯤 뒤집어쓰고 있습니다.
법화경 법사공덕품에는 “이 선남자 선여인은 부모로부터 받은 맑고 깨끗한 몸의 눈으로 삼천대천세계의 안과 밖에 있는 산과 숲과 바다를 다 보되 아래로는 아비지옥으로부터 위로는 유정천까지 다 보게 되리라. 또한 그 가운데 있는 모든 중생을 보며 업의 인연과 과보로 태어날 곳을 다 보고 아느니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이 말은 어려운 말이 아닙니다. 여러분 모두 자신의 업을 다 볼 수 있습니다. 화 많이 낼 때 피곤해지고, 골똘히 생각하면 피곤해집니다. 이는 피가 탁해지고 기가 탁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때 내 주위에 먹구름 같이 돌아서 그렇습니다.
부처님 법은 자비스러운 것입니다. 부처님 법의 가장 첫 번째는 믿음이고, 믿음은 바로 ‘긍정하는 것’입니다. 그렇거니, 오죽 하면 그랬을라고, 하고 긍정하는 겁니다.
지혜심이란 깨달은 것이 아닙니다. 긍정할 때 때묻지 않은 그 마음이 바로 반야바라밀입니다.
경전에는 평생토록 다섯 바라밀을 열심히 닦았다 해도 찰나의 지혜바라밀의 공덕에 미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그 지혜바라밀이 긍정하는 것입니다.
긍정을 하면 광채가 나고 힘이 생깁니다. 그 힘이 업을 밀어내는 것이 곧 업이 소멸되는 것입니다.
깨달음은 별 것이 아닙니다. 내 본질이 드러나는 것입니다. 우리를 몇만겹씩 칭칭 감고 있는 업을 밀어내고 내 안의 부처가 드러나는 그것이 바로 깨달음입니다.
옳고 그름은 종자가 없습니다. 제가 서있는 자리를 북쪽에서 보면 이쪽이 아래쪽이고 남쪽에서 보면 이쪽이 아래쪽입니다.
한국불교가 바뀌려면 보살들이 바꿔져야 합니다. 근본적인 반야바라밀이 없으면 모두 헛일입니다. 다라니 아무리 열심히 한들, 108배 아무리 열심히 한들 업만 늘어납니다. 싫은 생각을 내면서 하면 그런 수행들도 모두 업이 됩니다.
부처는 복 주는 사람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복받는 일을 해야 복이 옵니다. 부모가 열심히 기도만 한다고 해서 아이가 서울대에 가는 것이 아닙니다.
아들과 아버지와 어머니는 마음의 파장이 거의 비슷합니다. 어머니나 아버지가 응집된 마음을 품고 있으면 그 응어리진 마음이 아들한테 가고, 그러면 아들 시험을 망칩니다.
아들이 시험치는 그날 시어머님께 전화를 하십시오. 어머님, 죄송합니다, 제가 아이 시험 치느라 못가뵜습니다, 시험 끝나면 애비랑 아이랑 함께 내려가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시어머니가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아이고, 눈에 넣어도 안아픈 우리 손자가 오늘 시험을 본다고, 우리 애가 시험을 잘 봐야 할텐데, 너 그동안 수고 많았다, 이런 대화가 오고갈 때 자비광명이 생깁니다.
‘자(慈)’는 ‘고맙습니다’ 하는 마음이고, ‘비(悲)’는 정말 안됐구나 하는 마음입니다.
정말 안타까운 경우를 당한 사람을 보면서, 전생에 얼마나 업이 깊었으면 저렇게 태어났을꼬 하면서 ‘내 복 저 보살에게 좀 보내줬으면 좋겠구나’ 하는 생각을 품으면, 진짜 복은 이때 오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혹시라도 진짜 내 복이 나갈까봐 절대 그런 생각을 못하시죠.
여러분은 모두 현모삼매, 양처삼매 두 가지 삼매에 들어가 있습니다. 좋은 것을 보면 아이들 주고 싶고, 맛난 것을 보면 남편 생각이 나죠. 친구랑 같이 밥을 먹다가도 ‘우리 남편이 오늘 점심에 라면 사먹지 말고 곰탕이라도 뜨뜻하게 한 그릇 드셔야 될텐데’라고 생각하면 그 광채가 남편에게 서립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그런 생각을 하면 아들 주변에 밝은 광채가 생깁니다.
불교에서는 부부의 인연을 7000겁 인연이라고 합니다. 부부는 다이얼이 맞기 때문에 부부로 만나 것입니다. 자석을 들고 미국에 가도 쇠붙이만 붙습니다. 이것이 인연입니다.
수처작주(隨處作主) 라는 말 들어보셨죠. 수처작주란 어디서나 주인공이 돼라, 이 말이 아닙니다.
물이 흘러가다가 얼면 얼음이 되고 낙차가 심한 곳에 가면 거품이 됩니다. 그러나 본질은 물입니다. 그것을 알라는 말입니다. 여러분 모두가 본래 부처라는 것을 알라는 것입니다. 예수가 말한 무소부재, 전지전능이라는 말도 이 말과 똑같은 말입니다.
불자라면 천수경 소리를 들으면, 스님의 모습이 보이면 나미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이런 마음을 일으켜야 합니다.
이런 연하고 부드러운 마음을 많이 일으키면 응고된 생각이 풀어지고 업장이 소멸되고, 밝은 광채가 나서 먹구름을 소멸시킵니다.
제가 이런 법문을 했더니 카이스트의 한 연구원이 전화를 해서 스위스의 한 연구소에서 3000여명의 과학자들이 밝혀낸 식스이론이라고 설명을 하더군요.
원각경에는 ‘갈성진경 묘묘묘(竭誠盡敬 妙妙妙), 간심방광 시미타(懇心放光 是彌陀)’라는 말이 나옵니다. 정성을 다하고 공경을 다하면 그 경계가 묘하고, 간절한 마음일 때 몸에서 빛을 발하는데 이것이 아미타불이다는 뜻입니다.
내 남편이 부처다, 내 아들이 부처다 생각하면서 공경을 다하면 그때서야 여러분은 복받을 만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