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의 펀더멘탈은 건강한가?
경제위기가 고조되면서 자주 듣는 말이 ‘펀더멘탈(Fundamental)’이다. 펀더멘탈은 기초적인 경제여건을 말한다. 조금 전문적으로 이야기하면 거시경제지표를 뜻하는데, 경제를 포함 어떤 분야건 그 분야의 기초적인 토대에 대한 건강지수를 지칭한다고 보면 대개 맞다.
10년 전 IMF 때에도 펀더멘탈이라는 말이 자주 회자됐었다. 당시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가 고조될 때마다 으레 정부관계자들이 내놓던 말이 우리 경제의 펀더멘탈이 튼튼하니까 문제가 없다, 큰 걱정 안 해도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결국 경제주권을 상실했으니, 자연스럽게 펀더멘탈이라는 용어는 우리 국민에게는 별로 신뢰를 갖지 못하는 용어가 되어 버렸다. 정책 당국자들의 말에 국민들이 속았기 때문인데, 이번에는 어떨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돌연 왜 펀더멘탈 타령을 늘어놓는가? 독자들께서 혹여 의아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지금부터 불교계의 펀더멘탈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불교계 펀더멘탈은 공인 어린이 지도자 양성
불교계의 펀더멘탈은 무엇일까. 아마도 어린이 포교의 현황과 향후 양성대책 시스템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어린이 불자가 없으면, 청소년 불자도 없고, 청년 불자도, 장년불자도 없는 것이니 어린이 불자의 양성이야말로 불교의 펀더멘탈에 해당된다.
그런데 어린이 불자를 양성하려면, 무엇부터 해야할까. 어린이법회의 개설?, 어린이포교 단체에 대한 투자? 물론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기실 그 보다 중요한 것이 어린이에게 불교와 불교적 교육을 할 수 있는 지도자나 선생님의 확보가 먼저다.
법회가 얼마 가지 않아 흐지부지 되고, 어린이들에게 불교적 정서를 함양시키는 데 실패하는 이유는 교육받고 훈련된 선생님이 없기 때문이다. 스님들이 맡아 잘 진행하는 곳도 더러 있지만 극소수에 지나지 않고, 또 스님들이 떠나면 풍선에서 바람 빠지듯 힘을 잃는 경우가 다반사다. 어린이 법회나 포교에 대한 가시적 투자도 매우 중요하지만 그보다 선행되어야 할 분야가 어린이 선생, 어린이 지도자의 양성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불교계에서 국가 공인자격을 갖춘 어린이 지도자를 양성하는 기관은 중앙승가대학교 부설 보육교사교육원이 유일하다. 사실 이곳에서 배출된 국가 자격을 갖춘 자원이라야 어린이집이나 방과 후 교실, 또 기타 어린이 관련 단체의 지도자나 선생님 역할을 할 수가 있다. 사찰에서 노력을 기울여 어린이집이나 방과 후 교실을 개설해도, 불교적 정서와 실력을 갖춘 선생님이 없으니,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사찰에서 개설한 시설에서 근무하는 선생님들의 정서가 타종교인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유일 보육교사교육원이 학생모집으로 시름해서야
우리나라에는 약 1백 개에 가까운 보육교사교육원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몇몇 대학과 지역별로 설립되어 있는 보육교사교육원의 90% 이상은 사실상 기독교에서 운영하는 시설들이다. 기독교 관련대학에서 대부분 보육교사교육원을 부설로 운영하고 있고, 각 지역별로 운영되는 교육원의 절대다수는 지역 대형교회들이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직 한 곳 유일하게 불교에서 운영하는 곳이 중앙승가대학교 부설 보육교사교육원이다. 문제는 이 하나밖에 없는 보육교사교육원의 정원조차 채우지 못하는 불교계의 딱한 현실이다. 한마디로 불교계의 펀더멘탈이 엉망이란 이야기다.
해마다 신입생 모집 시기가 되면 교육원장 자용 스님을 비롯해 교육원 식구들은 시름에 빠진다. 올해는 또 얼마나 학생들이 들어올까. 또 얼마나 많은 절들을 찾아다니며 제발 교육원에 입학해 달라고 호소를 해야하는 걸까. 그래서 교육원 식구들은 찬바람이 이는 계절이 두렵기까지 하다.
기독교에서 운영하는 보육교사교육원은 숫자가 많은데도 입학생 숫자를 걱정할 것도 없이 학생들이 몰려드는 데, 도대체 불교는 왜 이런 걸까. 사실 이 의문은 보육교사교육원 식구들에게는 화두가 된 지 오래다.
하나 밖에 없는 불교 보육교사교육원이 이처럼 늘 신입생 모집이 되지 않아 전전긍긍하는데, 무슨 불교의 미래를 말하고, 어떻게 어린이 포교를 운운한다는 말인지, 답답하기가 비길 데 없다는 하소연이다.
할 수 없이 <미디어붓다>라도 나서야 한다는 생각에 취재에 나섰다. 아마 중앙승가대 보육교사교육원이 얼마나 중요하고, 또 양질의 교육을 하고, 좋은 교육기관인지 스님과 재가불자들이 잘 몰라서 그럴 것이라고 믿고, 작정을 하고 중앙승가대 부설 보육교사교육원을 소개할 셈이다.
보육교사 자격 없는 어린이집-방과후 교실은 남의 떡
중앙승가대 보육교사교육원(이하 교육원)을 졸업하면 여성가족부가 부여하는 보육교사 국가자격(3급)이 주어진다. 국가자격이 있어야 어린이집의 교사역할을 할 수 있고, 방과 후 교실의 선생님을 할 수가 있다. 또 교육과정에서 배우는, 불교동화, 불교레크레이션, 불교사물 등등 여러 가지 학습으로 어린이 법회 지도법사, 지도교사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 어린이 포교의 기틀을 마련하는 원천, 즉 선생님을 양성하는 유일한 국가 자격인정 불교계 교육원이 중앙승가대 부설 보육교사교육원인 것이다.
보육교사자격증을 취득하면, 공립 및 민간 어린이집에 취업할 수 있고, 재학 중에도 국·공립 및 민간 어린이집 보조교사로 취업이 가능하다. 또 방송통신대 등 일부 대학 유아교육과 및 사회복지학과에 특별전형으로 입학할 수도 있다. 방과 후 교실의 지도교사 자격도 주어진다.
그런데 중앙승가대학 보육교사교육원에는 다른 교육원에는 없는 몇 가지 특전이 더 있다. 첫째, 종이접기 국제자격증을 취득하게 되고, 레크레이션 지도자 자격도 취득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가베(유아교육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목재 놀이) 지도사 자격증과 선무도와 선요가 국제자격증도 딸 수 있다. 여기에 영, 유아에게 사물놀이를 지도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특별교육과정이 마련되어 있고, 컴퓨터 교실이 개설되어 있어 기초부터 엑셀, 파워포인트, 포토샵, 홈페이지 만들기 등의 정보화 교육도 받게 된다.
그러다 보니 중앙승가대 보육교사교육원 졸업생의 취업률은 100%다. 수요가 많지만 학생이 부족해 보내지 못할 정도다.
16기 졸업생 조승자 선생은 교육원에서 추천한 어린이집에서 열심히 천진불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다. 그는 처음 어린이집 교사 지원을 위해 이력서를 쓸 때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 “아, 나도 이렇게 쓸 것이 많아졌구나!”하고 스스로가 대견스러웠단다. 그는 교육원을 졸업하기 전에는 유일한 자격증이 운전 면허증이었지만, 지금은 여성가족부에서 발급한 보육교사 자격증과, 국제 종이접기 자격증, 선요가 자격증, 레크레이션 자격증 등을 가진 베테랑 전문여성이 되었다. 1년 사이에 바뀐 자신의 인생에 대해 스스로 놀랄 때가 많다는 것이다.
15기 졸업생 이순이 선생은 “아이들 뒷바라지와 남편 내조만 하던 제가 교육원을 졸업하고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히 커리어를 발휘할 수 있게돼 너무도 뿌듯하다”며 즐거워했다.
경쟁력 갖춘 승가대 보육교사교육원 키워야
중앙승가대 보육교사교육원은 불교계 젊은 남녀 불자와 주부불자들 등 각 세대별 불자들에게 후회없는 선택을 해달라며 맞춤형 질문을 던진다.
10대에게는 ‘수능을 고민하십니까? 내신과 수능 없이 국가자격 3급으로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지름길이 이곳에 있습니다’라고, 또 20대에게는 ‘훌륭한 자녀를 원하십니까? 이곳에서 자녀교육을 미리 준비하십시오’라고, 30대에게는 ‘전문직을 원하십니까? 자녀를 키워보신 경험을 살려서 가장 왕성하게 일할 수 있는 시기이니 자격증을 갖춰 당당하게 일하십시오’라고, 40대에게는 ‘경제적, 시간적 여유를 어떻게 보내시겠습니까? 공부하십시오. 우울증을 날려 보내고 제2의 인생을 준비할 좋은 기회가 여기에 있습니다’라고, 50대에게는 ‘노후대책은 하셨나요? 봉사도 자격증이 있어야 하는 시대이니, 봉사와 더불어 회향하는 노후를 멋지게 설계하십시오’라고.
불교계에 하나밖에 없는 국가자격 어린이 지도자 양성 교육기관이 언제까지 입학생 모집에 전전긍긍해야 하는가.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즉 불교포교의 가장 기초적인 과제, 펀더멘탈에 대한 고민 없이는 어린이 포교를 이야기하고, 불교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은 물거품과 그림자를 잡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각 사찰, 각 기관, 스님과 재가불자들이 보육교사교육원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피부로 절감하는 때가 한국불교의 미래에 청신호가 시작되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