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조산의 깊어가는 가을 밤, 천안 시민과 함께 한 성불사 산사음악회가 4천여 시민과 불자들이 동참한 가운데 화려하게 펼쳐졌다. 가을 단풍이 하루가 다르게 짙어져 태조산 자락이 군데군데 화려하게 옷을 갈아입는 지난 10월 11일 저녁무렵, 태조산 성불사에는 선남선녀들이 손에 손을 잡고 모여들기 시작했다. 당초 2천여 명의 시민·불자들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산사에서의 가을밤을 만끽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은 예상을 훨씬 웃돌아 4000여 명을 훌쩍 넘어섰다.

몇 달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정성껏 산사음악회를 준비해온 성불사 주지 원경 스님과 소속 불자들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힘들고 지친 심신은 몰려드는 인파의 왁자지껄 소리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생기를 되찾았다.

불자 방송인 이익선의 맛깔나는 진행에 성불사 풍물패의 신명나는 개막 공연, 천안의 자랑 천안소리밴드의 추억의 연주에 이어 올해 처음 산사음악회에 데뷔한 퓨전국악팀 나비야의 독특한 공연이 이어지면서 경내는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함께 박수를 치고 노래를 부르며 웹 2.0시대에 걸맞는 공연답게 연주자와 관객이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가 이어졌다.

한참 열기가 무르익을 즈음,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수십 명의 성불사 합창단과 함께 주지 원경 스님이 무대에 올랐다. 지난 다섯 차례의 성불사 산사음악회 동안 인사말에서 30초를 넘지 않았던 주지 스님의 이날 인사말은 무려 4분을 넘겼을 정도로 길었다. 노심초사하며 준비한 보람이 그만큼 컸던 모양이다.

“풍요로운 계절, 천년고찰 성불사 산사에 울려 퍼지는 선율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일이 바로 여러분의 일이고, 여러분은 지금 아름다움을 빚고 계십니다. 요즈음 경제난으로 인해 누구든 어려움을 겪고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이럴 때일수록 아름다운 세상, 그리고 아름다운 인생을 위해 더욱 힘을 내야 합니다. 자, 우리 함께 발걸음을 재촉합시다.”

시민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로 주지스님의 인사에 환호했다. 시민들을 위해 이렇게 멋진 음악회를 마련해준 데 대한 고마움, 살아가기가 점점 각박해지는 시절에 격려와 위로를 드린다는 말씀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었다.

일렉트릭 뮤직 3인조 밴드 ‘포엠’의 관능적인 연주와 춤이 이어지자 시민들은 환호로 가을밤을 더욱 달궜다. 성불사 합창단의 연주에 이어 대중스타인 강산에, 적우, 이은미의 공연으로 3시간에 걸친 산사음악회는 시종일관 환호와 즐거운 비명으로 충만했다.

특히 가수 적우의 우수 넘치는 빼어난 가창력과 라이브의 여왕 이은미의 무대는 지방도시에 거주하는 시민들에게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기회. 그래서인지 이들의 공연에는 고요한 태조산이 떠들썩할 정도로 열광의 도가니를 연출했다.

성무용 천안시장 내외를 비롯하여 이은재 국회의원, 정순평, 홍석현 도의원 등 내외귀빈이 동참했고, 각원사 대원 스님, 갑사 태진 스님 등 충남지역 인근사찰 주지스님들도 참석, 자리를 한껏 빛냈다.

처음에는 유명가수를 초청하는 행사였던 성불사 산사음악회가 해를 거듭할수록 지역 밴드와 사찰 소속의 풍물패와 합창단의 공연으로 다양화되고, 우리 국악을 가미하는 등 해를 거듭할수록 다양화하고 있는 것도 참석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산사음악회를 통해 불자들에게는 자긍심을, 일반 시민들에게는 멀게만 느껴졌던 산중사찰과의 거리를 가깝게 만들고, 지역기관장에게는 불자 및 시민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자리를 마련하고, 나아가 지역의 문화적 욕구 충족 및 문화 창달에 기여하는 일거오득의 자리는 하늘을 향해 피어오르는 폭죽과 함께 긴 여운을 남기며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