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유행하는 삶을 살며

지혜로운 님이라 여겨지더라도

성교에 빠지게 되면 

어리석은 사람처럼 괴로워하네.

성자의 삶을 사는 자는

여기에 앞으로나 뒤로나

이러한 재난이 있음을 알아

홀로 유행하는 삶을 굳게 지키고

성교를 일삼지 말아야 하리. 

멀리 떠남을 배우라.

이것은 고귀한 님들에게 최상의 일이다.

그것만으로 최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는 참으로 열반에 가까이 있네. 

감각적 쾌락을 거들떠보지 않고,

거센 물결을 건너 

텅 비어 유행하는 성자의 삶을 사는 자를

감각적 쾌락에 묶여 있는 사람들은 부러워하네. 

(ⓒ장명확)
 

성교, 즉 섹스는 인류역사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핵심적 주제다. 더구나 성이 개방되고, 범람하는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성교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성은 아름답게 묘사되기도 하고, 추하게 표현되기도 한다. 성을 아름답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고, 구역질 나는 행위로 여기는 이들도 있다. 지금은 아련한 기억으로 남아 있지만, 한국 사회에서 성교에 대한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었다. 1969년 염재만의 소설 <반노>를 둘러싼 외설(음란) 시비 필화사건이 그것이다. <반노> 필화사건의 법적 쟁점은 이 소설이 당시 형법 제244조의 ‘음화제조 등’에 해당되는지의 여부였다. 유죄판결과 무죄판결이 거듭되다가 최종적으로 무죄가 확정되었지만, 염재만의 가정과 직장생활은 엉망진창이 되었고, 본인도 신경쇠약 등 정신불안에 빠지는 등 정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성 문제에 관한 한 불교는 여타 종교에 비해 단호한 입장을 갖고 있다. 예컨대 기독교는 성 또한 창조주가 준 것으로 소중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불교는 다르다. 윤회의 근원은 애욕임을 명심하라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특히 출가수행자에 대한 부처님의 입장은 단호함의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습한 땅에 잡초가 무성하듯 애욕의 습지에는 번뇌의 잡초가 무성하기 때문이다. 

중생들은 갖가지 은애와 애정과 탐심과 음욕이 있어 생사에 윤회하게 된다. 음욕이 애정을 일으켜 생사가 되풀이되는 것이다. 음욕은 사랑에서 오고 생명은 음욕으로 생긴다. 음욕 때문에 마음에 맞거나 거스름이 생기고, 그 대상이 사랑하는 마음을 거스르면 미움과 질투를 일으켜 온갖 악업을 짓는다. 그러므로 중생이 생사의 괴로운 윤회에서 벗어나려면 먼저 탐욕을 끊고 애정의 갈증에서 벗어나야 한다. 왕이 거동하면 신하가 뒤따르듯, 애욕이 가는 곳에는 항상 미혹이 따른다. 애욕은 꽃밭에 숨은 독사와 같다. 사람들은 꽃을 탐해 꽃밭에 들어가 꽃을 꺾다가 독사에 물려 죽는다. 

모든 욕망 가운데서 성욕보다 더한 것은 없다. 성욕은 그 크기의 한계가 없다. 불가에서는 애욕을 지닌 사람은 마치 횃불을 들고 바람을 거슬러 가는 것과 같아서, 반드시 화상을 입게 된다고 가르친다. 애욕은 착한 법을 태워버리는 불꽃과 같아서 모든 공덕을 없애버리며, 얽어 묶는 밧줄과 같고, 시퍼런 칼날을 밟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또한 애욕은 험한 가시덤불에 들어가는 것 같고, 성난 독사를 건드린 것 같으며, 더러운 시궁창 같다면서 차라리 남근을 독사의 아가리에 넣을지언정 여자의 몸에는 대지 말라고 가르친다. 그러나 일반 재가의 신자들에게는 부부간의 사랑 이외의 그릇된 행위만을 규제했을 뿐 비교적 유연한 입장을 보인 것도 사실이다. 

이 시는 <숫타니파타> ‘띳싸 멧떼이야의 경(Tissametteyyasutta)’에 등장한다. 재가불자였던 띳싸 메따이야가 부처님께 성적 교섭, 즉 ‘성교를 탐닉하는 자의 고뇌에 대해 말씀해 달라’는 요청에 부처님께서 주신 답이다. 부처님은 이 경에서 성교에 탐닉하는 자는 가르침을 잊어버리고 잘못 실천한다며 그의 안에 있는 탐닉은 천한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또 홀로 살다가 나중에 성교에 탐닉하는 것은 수레가 길에서 벗어나는 것과 같다고 가르치신다. 이밖에도 성교에 탐닉하면 세상 사람들로부터 비속한 자라는 비난을 받게 되고 그가 가진 명예와 명성을 다 잃게 된다고 가르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