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화선 세미나에 인파…수행에 대한 높은 관심 입증

‘간화선 수행에서 화두의 기능과 병통의 극복’이라는 시선을 잡아끄는 제목의 세미나가 9월 19일 오후 2시부터 6시 30분까지 무려 4시간 30분에 걸쳐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됐다. 간화선 수행에 대한 불자들의 관심과 열기를 반영하듯 여느 학술세미나와는 달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은 입추의 여지없이 사람들로 붐볐다.

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가 주최한 ‘간화선의 대중화를 위한 소통과 모색’을 모토로 한 간화선 세미나 중 가장 뜨겁게 달아오른 세미나였다.

그렇고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제법 까칠한 논평과 문답이 주제 발표자와 논평자 사이에 오갔다. 때론 얼굴을 붉히게 할 정도로 강도 높은 비판과 대응이 오갔다. 적당한 수준의 논제에 적당한 강도의 짜고 치는 듯한 논평에 익숙했던 청중들도 흥미로운 광경에 자리를 뜨지 못한 채 눈동자를 반짝거렸다. 발제가 주어진 주제를 벗어난 동떨어진 내용이라는 아쉬움, 또한 간화선의 대중화라는 모토에 어울리지 않게 고담준론으로 진행된 발제와 논평이라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토론의 강도와 열기만큼은 다른 어떤 세미나보다도 흥미진진했다.

박재현 “인도(불교포함)와 중국의 다른 세계관서 간화선 대두”

‘화두의 기능과 역할’을 주제로 첫 번째 발제에 나선 박재현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는 △동아시아 불교수행의 문제의식 △간화선에서 스승의 역할; 살활(殺活)과 기용(機用)의 교육론 △간화선에서 수행 제자의 역할 △간화선 수행의 윤리적 의미에 대해 고찰했다.

박 교수는 “부처님은 화두 들고 깨달았나. 그렇지 않다”는 다소 도발적인 말로 발제를 시작했다. 그는 “인도인들의 사상 전반에 깔려있는 기본적인 역사 인식은 역사에서 해결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따라서 역사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출세간의 가치가 불교를 포함한 인도인들의 역사의식이자 세계관이었다는 것. 박 교수는 “그러나 중국은 실제로 역사 안에서 무엇을 해결하려고 했다. 두 나라는 역사에 대한 인식이 전혀 달랐다”며 인도와 중국의 가치관 및 세계관에 대한 인식의 상반된 차이를 주장했다.

박 교수는 중국이 인도에서 마구잡이로 들어온 불교를 체계화하는 교판·판교작업을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인도 대승불교 후반기에 나타난 여래장이나 불성사상이 가장 뛰어난 불교로 받아들여지게 됐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그 이유로 교판 과정에서 중국 특유의 심성론적 시각이 내포되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중생은 그 자체로 부처라는 것이 그 좋은 예라는 것이다. 그는 “중국인들은 성선(설) 사상, 즉 낙관적 세계관으로 보니까 불성사상이나 여래장 사상을 가장 뛰어난 사상으로 받아 들였던 것이며, 인도불교의 부정주의 신성주의는 중국에 들어와 낙관주의, 인간주의로 변화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또 인도에서 건너온 불교의 세상에 대한 인식, 즉 윤회나 해탈이나 열반이 도대체 그것이 중국의 역사발전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하게 되었고, 여기에 불교가 뚜렷한 답을 하지 못했으며, 그래서 여기에 대한 해답으로 나타난 것이 송대 간화선이라는 논리를 전개했다. 현실적인 경향이 강한 중국에서 종교라고 해서 사회와 역사를 외면할 수 없었으며, 이런 맥락에서 지관수행법은 한계를 드러냈고, 그 대안으로 공안수행법, 즉 간화수행법이 대두된 것이라는 것.

“간화선 수행에는 길도 없고 지도도 없다. 오직 있는 것이라고는 정제된 주도면밀한 스승의 역할이 있을 뿐이다”라고 주장한 박 교수는 “간화선은 교육자와 피교육자 사이에 말을 핵심적인 교수법으로 채택한다는 점에서 선불교의 교육적 지향점은 일반 종교전통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이어 살활과 기용이 간화선에서 제자를 깨달음으로 이끄는 교육의 요체라면서 그 근거로 조선 말기 백파긍선의 <선문수경>에 나오는 삼요(三要), 즉 대기원응(大機圓應), 대용직절(大用直截), 기용제시(機用齊施)를 그 근거로 들었다. 즉 여래선과 조사선의 차이는, 여래선은 살(殺)만 있고, 조사선은 살활(殺活)이 다 있다는 점이라는 주장이다. 여기서 살은 부정적 방식의 지도법이고, 활은 긍정적 방식의 지도법. 그는 기용과 살활의 도구가 되는 것이 공안이며 잡다한 언어문자의 공안을 드는 이유는 말을 말미암지 않고는 도가 드러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화두는 결국 스승이 제자를 가르치는 방편이라고 강조했다. 화두를 깨달음으로 이끄는 중요한 요체로 보지 않고 단순한 방편으로 단언한 것은 논쟁의 여지가 있는 발언이었다.

그러나 박 교수의 발제는 정작 무엇이 '화두의 기능과 역할'인가라는 발제의 주제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언급을 하지 않았다.

월암 스님 “선종은 축적된 불교의 회통적 입장서 출현” 반박

논평에 나선 지리산 벽송사 선원장 월암 스님은 바로 이 문제를 예리하게 지적하고 나섰다.

월암 스님은 “지금 벽송사에서는 실참실구 중인 비구·비구니 수좌 100명 가까이 제방에서 모여들어 아침저녁으로 4시간씩 정진하시고 오전 오후 네 시간씩 강의와 토론, 논강을 벌이고 있다”며 “(벽송사 정진을 뒤로 하고 상경해 참석한 세미나에 와보니) 정작 간화선 수행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다뤄야 할 오늘의 첫 발제는 주어진 주제와는 괴리가 있는 글이 아니냐”고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월암 스님은 “일각에서 간화선은 중국선종에서, 특히 선이 많이 진전된 후인 송대에 와서 성립된 것이므로 부처님과는 별 상관이 없지 않느냐, 말하자면 우리의 교조와 동떨어진 수행법이 간화선 수행법이 아니냐, 오히려 부처님 당시의 수행법이라고 할 수 있는 위파사나가 더 나은 수행법이 아니냐 등의 주장을 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들어서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간화선은 인도와 중국을 걸쳐 불교의 역사 속에서 면면히 흐르는 수행과 교학의 집적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을 결코 간과해선 안 된다”고 일축했다. 스님은 “간화선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화두에 대한 의심, 우주의 근원적인 문제에 대한 의심이라는 점을 보더라도, 특히 석가모니 부처님도 바로 이런 문제에 대한 의심에서 출가를 했고, 그것을 고민하고 수행하여 부처가 되셨다는 점만 보더라도 그런 의문에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면서 박 교수의 간화선 태동에 대한 주장을 반박했다.

월암 스님은 특히 “선종은 축적된 불교의 회통적인 입장에서 나온 것이며, 또 그 당시 불교계의 요청에 의해서 나온 것이므로 간화선을 부처님과 동떨어진 것으로 여기는 것은 불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논문에는 화두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내용이 없어서 아쉬운 감이 있다”고 거듭 밝힌 월암 스님은 “따라서 발제자는 이 주최측이 제시한 ‘화두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구체적인 말씀을 해달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스님은 특히 “박 교수의 불교를 포함하는 인간관이 성선설에 기초한다는 것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부처님의 사상의 요체는 연기법이고 공이고 중도다. 그러므로 선악을 다 극복한 연기 중도의 불교 가르침을 성선설의 입장에서 보는 것은 문제”라고 강조했다. 월암 스님은 또 심성부정설은 설일체유부 등에서 일부 찾아볼 수 있지만 이런 것들은 대승에서 채택되지 못했으며, 심성본정의 입장에서 대승불교가 펼쳐지고 있고, 자성청정이라는 말 자체가 중도적 관점을 포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월암 스님은 또 “이 논문에서 사용된 대기대용이나 살활 문제를 주로 백파긍선의 입장을 깔고 논지를 펼치고 있는데, 백파긍선의 선지는 매우 독특하고 조선사에서는 매우 특이한 것으로, 이미 동시대에 비판을 받은 것이며, 만일 오늘 초의선사가 살아계시어 이 발제를 들었다면 바로 안티를 걸고 들어올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스님은 이어 “부처님의 선에 어째 살만 있고 활이 없나.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대기원응 대용직절, 이 말에 이미 살활이 다 들어 있다. 따라서 백파의 논지는 비판받아 마땅한 논리이며, 따라서 백파의 입장에서 논지를 펼친 박 교수의 주장은 문제가 있고, 적절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월암 스님은 또 ‘선종에서는 한 번도 교육법에서 길이나 지도를 제시한 적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반박했다. 마조도일선사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많은 제자를 깨달음에 이르도록 한 것은 대기적 입장에서 보다는 대용, 즉 응기접인(應機接人)의 입장을 취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며, 그러므로 조사선의 교수법은 응기접인이다. 다만 오늘날 교육법으로 체계화해 정리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전재강 “부처님 당시부터 선악 초월한 본래성불 입장 견지”

월암 스님에 이어 논평에 나선 안동대 전재강 교수는 “박재현 교수의 발제는 논문이라기보다는 만필(漫筆)이나 어떤 문제에 대한 필자의 의견을 적은 에세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다소 산만한 문체에 방해를 받아서인지 글의 핵심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일관성 있는 내용 없이 우유체, 만연체 문장을 구사했기 때문”이라고 공세적 포문을 열었다. 전 교수는 또 “주장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위해서는 중요 용어를 정확하게 사용해야 한느데, 이 발제에서는 살활이나 기용, 대용직절, 대기원응, 조용동시, 공안과 화두 등의 핵심 용어에 대한 개념 규정없이 논의를 진행해 논지가 흐려지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중국 교판가들이 여래장에 기원을 둔 불성사상을 적극 옹호함으로써 무명중생이라는 성악설(인도의 인간관, 불교포함)이 본래성불이라는 성선의 코드로 바뀌었다’고 하면서 이런 변화에 ‘중국 유학의 적극적 세계관이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것은 당연하다’고 한 박재현 교수의 발제 내용에 대해 “불교는 인도 전통사상에 대한 하나의 혁명이며, 불교는 인도의 전통적 사상과는 달리 그 인간관에 있어 부처님 당시부터 선악을 초월한 본래성불의 입장을 분명히 견지하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박재현, 일부 오류 시인하면서도 “화두를 좁은 의미로 보지 말라”

두 논평자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은 박재현 교수는 논평에 대한 답변을 통해, “두 논평자가 제 논문을 잘못 읽었다는 말씀은 아니지만 논문을 쓴 사람만큼 열심히 읽어야 한다”는 것으로 예봉을 피해가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신의 간화선의 ‘교육론’에 대해 두 분은 상반된 지적을 하고 있다며 두 논평자의 논문 읽기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려 했다.

전재강 교수의 글쓰기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는 “부족해서 그랬다. 부끄러운 일이다. 치밀하게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시인했지만 인도불교를 성악적 입장에서 본 것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성선, 성악에 대한 반론은 예상했던 것”이라며 “다만 그것은 본질적인 구분은 아니다. 성선을 깔고 발제자가 어떤 이야기를 하려 하는가, 성악을 깔고 또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가에 주목해야지, 성선성악 그 자체에 주목해선 곤란하며 본인은 인간본성에 대한 존재를 낙관적으로 보느냐, 비관적으로 보느냐의 차이를 성선성악을 빌려 말하고자 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백파 스님의 삼요를 인용한 것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백파긍선 스님은 <선문수경>에서도 이미 초의스님 정설이다. 내가 쓰는 것이 튀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분이 왜 욕먹을 줄 알면서도 삼요를 이야기했을까. 척박했던 조선시기에 불교에 탁월한 스님이라고 생각해서 그 논지를 빌려 이야기한 것이며, 그 내용이 옳고 그른지는 나는 잘 모른다”고 답변했다.

정작 논문에 ‘화두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논문이 뜬금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보는데, 그것은 좁은 의미의 화두의 기능과 역할을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일축했다. 박 교수는 “화두는 교육이나 일반사회에서 적용되는 입장에서 다뤄져야 할 문제이며, 좁은 의미의 수행적 의미에서만 화두를 말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해관계에 빠지지 않고 올곧은 것을 추구하는 것이 화두의 기능이라고 한다면 저는 그것이 깨달음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월암 스님 “화두와 공안에 대한 바른 이해부터” 재반박

재반론에 나선 월암 스님은 “화두의 기능과 역할이라고 되어 있는데, 화두와 공안의 바른 의미를 제대로 정의하고 해야 할 것 같다. 공안은 부처님과 조사의 깨달음에 대한 기연을 드러낸 것, 그 중에서 깨달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짧은 문장을 끄집어 낸 것이 화두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화두와 공안을 같은 의미로 사용할 수 있으나, 그러나 분리해야 할 때는 분리해야 한다. 이 논문에서는 같은 의미로 사용하는 것과 분리해 상용해야 할 때를 혼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전재강 “공부하는 이는 옳은 자료만 논문에 인용해야”

이어 전재강 교수는 “성선설의 문제도 그렇고, 성선을 이야기하면서 ‘불교포함해서 인도는 다 그렇다’고 했기 때문에 발제가가 다룬 것은 본성에 대한 문제라고 본다”고 재반박했다. 또한 “발제자가 백파스님의 선문수경을 인용해 답변을 하면서 그것의 옳고 그른 것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는 식의 발제를 하는 것은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문제가 있으며, 학자라면 인용하는 것에 대한 옳고 그름을 가려야 하고, 반드시 옳은 것만을 자신의 논문에 인용해야 하며, 어떤 자료를 논문의 근거로 가져왔다면 그것은 발표자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