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7일 ‘헌법파괴 종교차별 이명박 정부 규탄 범불교도대회’는 전 불교계가 하나가 되어 정부의 무지함을 깨우는 경건한 자리였다.
<미디어붓다>는 대회 직후인 28~29일 이번 대회의 막후 주역으로 꼽히는 범불교도대회 봉행위원회 윤남진 부대변인과 불교환경연대 정우식 사무처장을 만나 이번 대회에 대한 평가와 향후과제를 들었다. 또 ‘외부 아닌 외부’에서 이번 대회를 지켜본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박원석 실장의 이야기도 함께 들어보았다.
이들은 이번 대회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을까. 결론적으로 이들은 모두 대회 자체만으로는 상당히 성공적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윤남진 부대변인은 “불자들의 향상된 권리를 확인하는 시간”으로, 정우식 사무처장은 “대단히 성료됐다고 볼 수는 없지만 여법하고 평화롭게 회향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박원석 실장은 “비록 종교행사이기는 했지만 종교 차별이라는 문제는 국민과의 공감이 필요한 사안인데, 대국민적 결합의지가 적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원석 실장은 “그럼에도 범불교도 대회가 정부에 분명한 경고가 됐을 것이고 불교계가 종교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이정표를 세운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긍정적인 평가를 전제로, 윤남진 부대변인은 “실무적 입장에서 봤을 때 진행상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며 “시국법회와 비교하면 완성도, 장엄미, 대중들의 집중력 이 3가지가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부족한 부분을 털어놨다. 윤 부대변인은 그 이유로 “시국법회는 의사결정체계가 단순했지만 범불교도 대회는 불교종단협의회 이하 수많은 단체들의 결합으로 의견 조율이 쉽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사회적 공의를 불교계 내부에만 국한시킨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윤 부대변인은 “당연히 나올 수 있고 나와야 하는 비판이라고 생각한다”며 “주말에 대회를 열어 전체 국민과의 결합을 추진했다면 6.10촛불집회보다 더 큰 규모가 됐겠지만 대회준비 당시 불교계의 역량으로는 대규모 대회를 통제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설명했다. 윤 부대변인은 또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결과적으로 본다면 불교계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 어긋나지 않는 대회가 됐다”고 자평했다.
이번 대회가 남긴 의미 있는 성과는 ‘불교계가 사회적 문제를 제기한 점 뿐만 아니라 불교계 내부의 결속을 다졌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정우식 처장은 “이번 대회가 조계종 주도가 아닌 종단협 산하 27개 종단이 모두 화합해 대회를 치렀다는 것만으로도 성과가 있다”며 “지금까지 조계종 일방주의에 대해 불교계 내적으로 비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나 이번 대회를 계기로 이런 비판을 불식시키고 종단들의 화합을 담보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정 처장은 또 “종단 간 화합뿐 아니라 승가와 재가단체간의 화합에도 공이 컸다”며 “과거 종단분규 사태 후 벌어지곤 했던 간극이 이번 대회에서는 함께 준비하며 서로의 문제의식을 공유하는면서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윤남진 부대변인은 “이번 대회가 불교계 내부 성격이 강하게 나타났지만 이는 시작일 뿐이며 지금의 성장세로 본다면 앞으로는 대국민운동을 전개해 나갈 정도로 역량이 증대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를 현장과 후방, 외부라는 각기 다른 위치에서 바라본 이들 3인은 “불자들에게 사회문제를 고민하게 하고 각성하게 만들었으며 국민들에게 종교차별 문제가 전 국가적인 문제임을 인식하게 만들었다”는 모두 한 목소리를 냈다. 또한 “범불교도 대회가 원만히 회향됐지만 단순히 1회성 행사로 끝나서는 대회의 의의를 살리지도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도 없으며, 앞으로 불교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는 공통된 지적을 내놓았다.
정우식 처장은 “이제 불자들도 어느 정도 종교차별적인 정부의 정책에 대해 인식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포용과 관용이라는 이름아래 무기력해서는 안 되고 불교계는 이제 종교차별을 넘어 사회의제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처장은 “이를 위해 교육과 홍보에 힘써야 하고 조직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윤남진 부대변인은 “이제 불자들에게 대학습운동이 필요한 시기가 도래했다”며 “학습과 더불어 불교계 자체에서는 국민 정서에 맞는 사회적 참여와 역할을 찾아야한고 구호가 아닌 생활공간으로 스며들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부대변인은 불자들에게 꼭 한마디 하고 싶다며 “이제 우리 불자들은 자긍심과 자부심을 가질 충분한 자격이 있으며, 불자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한국불교가 한국사회의 발전과 미래를 여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역사적 계기를 마련하는데 더욱 큰 관심을 갖자”고 당부했다.
한편 이번 범불교도대회를 계기로 불교NGO단체들의 활동도 크게 신장됐다. 윤남진 부대변인은 이와 관련 “지금까지 기독교계 단체가 사회문제의 70%정도를 담당했는데 이제는 한계점에 이르러 한계를 타파할 대안은 이제 불교의 몫”이라고 말했다. 윤 부대변인은 “NGO단체들에게 기독교식 제도화나 규모의 논리는 중요하지 않다”며 “단체들이 각기 유지 가능한 정도의 규모로 다양한 분야에 각자의 전문성을 가지고 활동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