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7일 범불교도대회는 한국불교사상 여러모로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스님 1만 명과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수십만 명의 불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야단법석을 펼친 것도, 종파를 불문하고 수십여 개의 종단이 한목소리로 ‘불교’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뭉친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만큼 한국불교계의 위기의식이 고조돼 있음을 반영한 대회였다.

한편으로 이번 대회는 재가불자운동에 있어서도 커다란 전기가 된 행사임에 분명하다. 그동안 스님들을 보조하는 역할에 머물렀던 재가불자들이 이번 대회에서는 종횡무진으로 활약하는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물론 대회 내내 스님들이 개회사와 규탄성명을 발표하며 스님 중심의 법회로 진행되긴 했지만 이 대회가 여법하게 치러지기까지 불교단체의 젊은 불자들이 대회 진행의 중심 축으로 활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불교환경연대, 참여불교재가연대, 불교인권위원회, 천태종 나누며하나되기, 조계종포교사단, 종교평화위원회 등은 누가 뭐래도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위해 전심전력으로 참여하면서 대회성공을 견인해낸 단체들이다. 재가 불자, 단체들의 활동 면면을 본다면 범불교대회의 또 다른 주역이라 할만하다.

그렇다면 이번 범불교도대회의 숨은 주역으로 누구누구를 꼽을 수 있을까.

그 첫째는 부대변인으로 눈에 띄게 활약한 윤남진 처장이라는 이견이 없다. 참여불교재가연대 윤남진 협동사무처장은 시국법회를 추진하면서 재가 대변인의 역할을 담당했다. 시국법회 대변인으로 활동하면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교계의 입장을 명확하게 전달하고 여론형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온 윤 처장은 내친김에 범불교도대회의 부대변인까지 맡았다.

윤남진 처장은 재가불교운동 내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실력자로 통한 인물이다. 그는 이번 범불교도대회 부대변인을 맡으며 대언론 홍보와 여론형성, 사회적 공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여름휴가까지 반납하며 대회를 준비했다. 대회 당일에는 긴장한 나머지 식사를 한 끼도 못할 정도로 전력투구했다는 후문이다.

윤 처장이 여론몰이에 앞장선 인물이라면 불교환경연대 정우식 사무처장은 ‘행동대장’으로 꼽을 수 있는 인물이다. 동국대 재학시절 총학생회장을 역임하며 학생운동을 주도해온 당사자로 ‘운동’이나 ‘시위’에는 이골이 난 사람이다. 정우식 처장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허름한 개량한복 위에 항상 ‘대운하 푯말’을 달고 다녀 ‘걸어 다니는 1인 시위대’ 역할을 톡톡히 담당하기도 했으며, 7월 4일 시국법회에서는 행사 진행에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그동안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가장 거칠고 험한 자리에서 가장 큰 목소리를 내온 정우식 처장은 이번 범불교대회에서도 큰 힘을 보탰다. 범불교도대회의 방침, 여론 수렴, 대회 구성 등 다방면에서 후방 지원군으로 짬진 역할을 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평가다.

원우회 또한 이번 불교도대회의 1등공신으로 평가하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에 대한 불법 검문검색이 발생하자마자 조계종 종무원들의 모임인 원우회원들은 종로경찰서로 달려갔고, 경찰청 항의법회를 추진하며 삭발식도 마다하지 않았다. 또한 정부청사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하며, 정부의 불교탄압을 알리는데 적극 앞장섰다. 이들은 그동안 ‘소극적인’ 절집 종무원들이라는 불교계 안팎의 곱지 않은 시선을 ‘한 큐’에 날려버렸다.

장영욱 원우회장, 조계사 이세용 총무과장 등 삭발 투혼을 날렸던 이들, 그리고 절을 방문하는 불자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나며 정부의 종교차별 정책을 알렸던 이들이 바로 조계종 종무원들이었다.

숨은 주역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한 명의 인물은 재가불자의 맏형격인 종교평화위원회 손안식 위원장이다. 손안식 위원장은 이번 대회뿐만 아니라 근현대 불교 재가운동의 주역으로 평가된다. 수십년 간 재가불자로서 불법 홍포에 전력을 다해온 손 위원장의 종교편향 알리미 역할은 이미 오래전부터 계속돼온, 그로서는 항상 해온 일에 불과하다. 전국신도회 임원으로서, 중앙신도회 부회장으로서 30여 년 동안 재가불교운동에 몸담아온 손 위원장은 불자들의 일방적인 희생에 대해 꾸준히 문제제기를 해왔다.

최근에는 종교평화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 정부의 각종 종교편향 사례들을 수집해 공론화하고 불자들의 의식 개혁에 앞장서 왔다. 정부의 종교편향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비판 성명을 발표하고, 이를 시정하기 위한 각종 노력을 기울여왔다.

스님들이 전면에 나섰고, 뒤에서 재가불자들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치러진 이번 범불교대회는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을 꾸짖고 내외에 널리 알리는 성과 외에 불교계의 사부대중이 화합할 수 있는 일대 전기를 마련했다는 알토란같은 부수입을 동시에 얻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이번 범불교도대회의 성과를 향후 불교조직의 네트워크화와 불교인재 양성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의 여부는 오늘의 불교계 앞에 부여된 더욱 중차대한 과제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