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살불살조(殺佛殺祖)는 한국불교의 화두가 되었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라! 살불살조는 원래 <임제록>에 나오는 화두이지만, 현대인들이 외치는 살불살조는 불교의 현실에 대한 비명에 가깝다.

이번에 살불살조를 외친 이들은 예술가들이다.

“21세기 세상은 요동친다. 혼탁한 세상 속에서 불교는 조용히 자리메김하고 있었다. 하지만 요즈음 대한민국에서는 불교조차 시대의 풍랑에 휩싸여 시끄럽다. 곪을 데로 곪아 버린 불교와 불교미술이, 시대적 난국이라는 조건 속에서 터져버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황금만을 좆아 부처님 법을 버려버린 우리 불교인들의 자승자박이리라.”

예술작품이 동시대인들의 공통된 의식세계의 표상이라면, 불교미술은 그 시대 불교인들의 거울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들이 외치는 살불살조는 우리 시대를 스케치하는 사람들의 탄식에 다름 아니다.

무엇이 그들을 이렇게 고통스럽게 만들었을까.

중국산 불상이 우리 전통사찰 대웅전을 차지하고, 국적불명의 TV보는 부처님들이 산천곳곳을 메우고 있는 우리시대의 불교현장 속에서 눈밝은 예술가들은 아마 눈을 감고 싶어버릴 지도 모르겠다.

또한 절대자 붓다의 모습보다는 크기와 무게를 내세운 대형 불사를 세상 곳곳에 떠벌리고 다니는 한국불교의 현실 또한 예술성을 꿈꾸는 이들에게 그 무엇보다 위협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기향, 진철문, 김영수 등 3인의 불교미술가들이 9월 5일부터 8일까지 KINTEX(한국국제전시장)에서 열리는 한국불교박람회에서 '살불살조 展'을 개최한다.

살불살조를 타이틀로 내세운 3인의 작가들은 그들의 작품 속에서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죽이고 그 자리에 무상(無常), 고(苦), 무아(無我)를 담고 싶어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부처를 죽이고 조사도 죽일 것인가?

“기본적인 색상은 블랙과 레드다. 흑과 적이 가진 강한 이미지로 전시는 시작된다. Red buddha _ 붉은 군상들이 모여 부처를 이루려고 한다. 어찌보면 부처가 하나하나의 군상들로 사라지는 것 같기도 하다. 무언가를 갈망하고 바라면서 납작 엎드린 자신의 모습이 투영되어 괴롭다. 이렇듯 충격적인 부처의 모습은 또 다른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이렇게 부처의 상이 변하기 시작한다.”

이들은 자신들의 방식으로 부처와 조사를 죽여나간다. 그리고 그들이 꿈꾸는 새로운 부처의 형상을 그려넣었다.

진철문의 작품 ‘쇠부텨’는 고철들이 주재료이다. 쓰레기로 버려진 쇳조각을 그는 부처의 형상으로 만들었다. 쓰레기를 미술로 승화시키는 정크아트(JUNK ART)를 통해 작가는 윤회를 이야기 한다.

철이라는 불변할 것 같은 재료에서 용광로에 들어가 삽으로, 포크레인으로, 가스레인지로 변했지만 그 쓰임을 다해 고물상으로 버려졌다. 이제 이 고물들이 부처의 일부가 되어 더 이상 윤회를 거부한다.

작가는 “순수한 쇠로부터 시작하여 변하고 사라지고 또 다시 태어나기를 반복하다 이제는 녹슬고 부서지고 찌그러진 후에야 부처가 되었다. 하지만 부처 또한 무상하다”고 설명한다.

이기향의 ‘아귀와 보살’은 벌거벗은 여인의 몸뚱이에 보살이 그려져 있다. 혹은 아귀가 혹은 지옥의 모습이 있다. 살색 몸뚱아리, 오온의 결집체 위에 그는 사성제를 그려넣었다.

작가는 “욕망에 집착하면 육신은 욕망의 결과로서 생명을 잉태하며, 욕망에 집착할 때의 모습은 곧 아귀와 다름이 없다.(일체개고) 이러한 현상을 스스로 볼 줄 알게 될 때 이제 아귀는 사라지고,(제행무상, 제법무아) 보살의 모습으로 화현할 수 있다.(열반적정)고 설명한다.

불교 팝아트 작가 김영수의 무아(無我)는 28개의 부처로 이루어진 가변설치 테라코타 작품이다.

모든 권위를 벗어버리고, 품위도 없는, 마치 산천에 뒹구는 미륵불의 모습을 닮은 28개의 붓다를 만들어놓고 작가는 아이러니컬하게도 “무불상시대를 꿈꾼다”고 선언했다.

그는 정법의 유토피아에 다다르면 우리의 꿈인 무불상시대의 도솔천이 도래할 것이라고, 56억7천만년을 기다리기엔 너무 요원하니, 세상과 부대끼며 불교를 이야기하겠노라고 말한다. 그의 작품은 여전히 직설적이고 키치적이다.

붓다가 된 쓰레기, 여자의 알몸에 그려진 보살, 그리고 돌덩이에 새긴 불상 아닌 불상들.

살불사조를 타이틀로 건 이들의 작품들은 역설적이게도 불교계의 문화마켓으로 일컬어지는 2008 한국불교박람회의 일부 행사로 마련됐다. 황금에 눈먼 불교를 죽이겠다고 나선 이들이 시장 한복판에다 붓다를 전시한 것이다.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죽인 다음에 찾아낸 세 작가의 붓다는 우리 시대가 갈망하는 정토인 것일까, 그들만의 불국토인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