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의 지도자 달라이라마가 8월 11일 프랑스를 방문했다.

인도 뉴델리를 떠나 이날 샤를 드 골 공항에 도착한 달라이라마는 공항에서 파리의 종교 지도자 등의 영접을 받은 뒤 12일간의 방문 일정에 들어갔다.

달라이 라마의 공식 일정은 12일 프랑스 남부 에브리 지역에서 베트남 불교 사원 기도식에 참석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달라이 라마는 13일 상하원 의원 200여명과의 비공개 간담회에 참석하고 22일에는 티베트 불교 사원 준공식을 주재할 예정이다. 또 낭트 지방을 순회하며 6일간에 걸쳐 순회 강연을 하는 일정도 계획돼 있다.

달라이라마의 프랑스 방문은 2년 전에 확정된 것이나, 중국은 프랑스 정부에 연이어 항의 표명을 해왔다.

최근 달라이라마는 이번 프랑스 방문 기간동안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는 소식이 해외언론을 통해 전해져왔다. 하지만 사르코지 대통령과의 회동설이 흘러나온 뒤 쿵취안 주프랑스 중국대사는 달라이 라마를 만나면 양국관계에 중대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해 양국 사이에 긴장관계가 조성됐다. 또 파리시가 달라이라마에게 명예시민권을 부여하가 중국 정부가 반발하기도 했다.

이처럼 중국과의 갈등이 불거지자 사르코지 대통령은 당초 입장을 선회해 프랑스를 방문하는 달라이라마를 만나지 않는 대신 부인 카를라 브루니 여사가 달라이라마와 회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사실이 알려지자 프랑스 내외에서는 중국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엘리제궁 측은 사르코지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를 만나지 않기로 한 결정은 달라이 라마가 먼저 제의해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달라이라마 측이 미리 올림픽 기간에 중국을 자극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해 온 데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브루니 여사는 22일 프랑스 남부지역의 불교 사찰에서 달라이 라마가 주관하는 준공식에 참석하는 한편 달라이 라마와 회동할 계획이다.

한편 브루니 여사에게는 이번 회동이 퍼스트레이디로서의 첫 공식 활동이다. 지금까지 프랑스의 역대 퍼스트레이디들은 종종 외국의 문화계나 종교계의 저명인사를 만나 왔지만 브루니와 달라이 라마의 회동에 담긴 정치적 의미는 이와 다르다는 것이 프랑스 언론들의 시각이다.

이번 회동을 계기로 브루니 여사는 인권 문제 등에 관해 자신의 역할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최근 브루니는 인도주의 활동을 하고 싶다는 퍼스트 레이디로서의 포부를 피력한 바 있다.

달라이 라마는 1982년 이래 12차례 프랑스를 방문했으며, 대통령과의 만남은 1993년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과의 회동이 유일하다.